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하는 계율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하여 많은 해석과 학설들이 있지만 딱히 이거다 하고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하여 몇 가지 이론을 검토하고자 한다.
1. 이슬람교의 돼지고기 금기의 연원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유를 대부분 종교적인 이유에서 찾으려고 한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 계율로 규정되어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다. 그러나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이슬람교도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중동지방은 기후적으로 매우 덥고, 현대와 같은 문명사회가 구축되기 전에는 대부분이 유목생활을 주로 하는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에도 군대귀신이라는 이름의 돼지무리들이 등장하며 돼지는 더럽고 지저분하며 식습관이 잡식성인 돼지를 터부시 하는 문화적 요인도 작용할 것으로 본다. 또한 더위가 심한 지역에서 부패하기 쉬운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생활을 위한 배려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조건의 나라에서 양고기 소비량을 보면 이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2. 인류문명의 변천과 사회적 특징
역사학에 근거하면 인류는 최초 수렵 어로의 채집생활에서 유목사회로 다시 농경사회를 거쳐 산업화시대로 전환이 되고 오늘날의 고도정보화 사회에 이르는 과정을 밟는다. 그런데 떠돌이 생활을 하는 유목사회에서 정착생활이 시작되는 농경사회로의 전환을 유발하라리의 "호모사피엔스"에서는 1차 산업혁명으로 꼽는다. 한 곳에 모여 살면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사육하면서 먹을 것, 즉 식량생산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 이것이 인류에게는 꼭 축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잉여 식량의 축적은 힘 있는 지배층의 무기로 사용되었고, 보통 사람들은 이전의 유목사회에서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강도 높은 노동으로 보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영양적으로는 훨씬 불균형한 식사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1. 유목사회에서의 가축
유목사회에서는 사람이 양이나 소 등의 가축을 이끌고 초지를 찾아서 이동을 하게 된다. 어느 한 곳에서의 초지가 바닥나면 또 다른 초지를 찾아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은 일부의 가축을 잡아 식량으로 사용하고, 특히 말을 잘 듣지 않고 억센 녀석일수록 먼저 인간의 식량이 되고, 유순하고 말 잘 듣는 녀석들은 오랫동안 남아서 그들의 유전자를 대물림했을 것이다. 이 시기의 가축은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수단일 뿐, 인간과 식량을 놓고 다투는 동물은 가축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2-2. 농경사회에서의 가축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더 많은 종류의 가축들이 길들여지고, 대부분의 가축들은 일정한 우리에 가두어 사육되었다. 대부분의 가축들은 초식동물이었으며, 인간의 식량을 축내는 일이 없었다. 특이하게도 돼지의 경우는 잡식성으로서 곡류를 비롯한 인간의 식량의 일부를 탐하는 동물이었으나 인간에게 양질의 영양을 공급하는 동물로 여겨질 수 있다. 이것은 농경문화가 일찍 정착한 사회에서는 인간이 먹고 남은 식량을 나누어주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유목문화가 지속되는 사회에서는 돼지는 인간의 식량을 축내는 동물이었고, 그것은 인간의 식량을 가료로 먹여 가축을 사육하는 것은 누군가의 굶주림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이점에 주목한다. 인류 보편의 행복과 사랑을 모토로 하는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 많은 사람이 굶주리지 않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식량의 확보와 고른 분배가 매우 중요했을 터이다.
2-3. 초지를 가꾸는 것과 식량작물을 심는 것의 경제성
현대사회에 와서 가축을 사육하고 고기를 먹는 것은 거의 모든 문명국가에서 일반화된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소 한 마리가 먹는 초지에 가축사료작물이 아닌 식량작물을 심는다고 가정하면 20명 이상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작물을 심는 면적이 필요하다. 경제성 측면에서 본다면 대단히 불합리하고, 특히 식량부족으로 굶주림에 처한 후진국의 인간에게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자원 생산면적이 가축사료를 위한 초지로 이용되고, 그 가축들이 분비하는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환경오염물질까지 계산한다면 인간은 아직도 엄청나게 어리석은 비경제적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3. 마무리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 문화의 원인에 대하여 종교적, 기후적, 또는 문화적인 이유를 들어 많은 학설들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유지를 위하여 가장 기본적인 식량의 문제, 특히 잡식성인 돼지 사육에 필수적인 사료의 공급은 누군가의 굶주림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유목사회에서 초식동물인 양은 인간에게 풀을 먹고 고기를 제공해 주지만, 돼지는 인간의 식량을 축내는 동물이었기에 이를 금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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