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는 유토피아의 교육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그 유토피아에서 바라본 이상한 나라의 교육현장으로 나가 하루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유토피아에서 온 교사들의 이상한 나라 여행기이다. 그나라는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여서 일정이 힘들거라는 의견들이 있었으나 교사위원회의 결정으로 진행 되었다.
1. 유토피아의 교육 복기
교사가 되는 것이 인생 최대의 꿈이 되는 나라, 교사가 되면 모든 것을 다 누릴 수 있는 나라, 아무런 제약도 불편도 겪지 않는 나라, 오직 아이들을 가르치고, 인성을 지도하는데만 전념할 수 있는 나라, 모든 행정이나 학부모의 민원은 교장, 교감이 1차적 책임을 지고, 최종적 책임은 교육감이 지는 나라. 교감이나 교장은 승진이 아니라 서로 기피하는 나라다.
2. 교직원 아침 조회
2.1. 교장선생님 훈시
제발 오늘 하루도 학부모 민원 없이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주세요.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 제발 좀 깨우지 마시고요, 아닌 말로 그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와서 공부합니까? 공부는 학원에서 하도록 하고, 학교에서는 조용히, 그저 조용히 있다가 하교하도록 도와주세요. 제발 몸 좀 사리고, 민원이 교장실까지 들어오지 않도록 해 주세요. 다음 근무평가 때 철저히 반영하겠습니다. 다음은 행정실장님 다음 주 행사에 대해서 보고해 주시고 다음 부서별로 업무보고해 수세요.
2.2. 행정실장
이미 공지해 드린 것처럼, 기말고사 성적 처리 서둘러 주시고, 가정통신 발송하는 것은 각 담임선생님들께서 봉투작업까지 완료해서 학년부장 선생님 책임하에 행정실 우편물 발송함에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고해 드린 것처럼 다음 주말 교직원 등산 일정은 예정대로 실시합니다. 영양교사 선생님의 건의로 음식 준비는 영양교사 지휘하에 조리종사원들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영양교사 선생님은 준비에 차질 없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 달 수학여행 갈 때 조리종사원들 함께 가는 것은 '수학여행이 무슨 놀러 가는 거냐?'는 일부 부장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의견이 있어서 없는 것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상입니다.
2.3. 생활지도부장
지난 주에도 우리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민원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 사장이 한 학생을 데리고 와서 '한두 번도 아니고 상습 절도를 하는 학생이니 지도를 부탁합니다. 그래도 학교에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데려온 것'이라고 담임선생님께 인계를 했다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내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 바람에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시끄러운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훔친 물건 값이 도대체 얼마나 되길래 커나가는 아이들 기를 죽이느냐?'라고 고함을 지르며 학생들 앞에서 담임선생님께 강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한동안 수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문구점 사장을 잘 설득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학교 내부적으로 먼저 협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남녀 학생들이 단체로 학교를 무단 결석하고 한 학생의 집에서 혼숙을 하다가 적발되어 학생지도위원회에 회부된 건은 전원 전학조치를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하지 않기로 하였으니 해당 담임선생님들 께서는 철저히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2.4. 교무부장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학년별 담임교사는 연공서열에 따라 연세 많으신 분들 순으로 저학년을 맡고, 대신 연세 높으신 선생님들께서는 컴퓨터나 전산, 인터넷 등등 뭐 이런 쪽이 아무래도 좀 약하시니까 이를 도와드리기 위해서 신규 초임 발령받아 오신 선생님들을 한 학년에 한분씩 배정이 되도록 하여 동학년 총무로 활동하시도록 하겠습니다. 전산 입력이나 공문 작성 및 발송, 성적단표 전산입력 등 선배 선생님들께 적극 도움이 되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방과 후 선생님들은 대부분 우리의 선배님 들이십니다. 선배님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업무적으로 어지간한 일들은 담당 선생님들이 맡아서 해 주시기 바랍니다.
3. 학부모 면담
어렵게 시간을 내서 학부모들 모임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들을 요약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취합되었다.
- 교사들이 '임용고시'라고 불릴 만큼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일정 기간의 연수를 거쳐서 교사에 임용이 되면 예전에는 보통 한 반에 40명 정도의 아이들을 맡아 지도를 하였지만, 지금은 출산율 감소로 인하여 20명도 안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할 일 없이 월급만 받아 세금만 축내고 있다.
- 우리 수준으로 보면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학부모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있으며,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안에도 교사들은 방학 다 챙겨 먹고, 말은 뭐 교육자료 준비를 한다, 수업 안을 만든다 하면서 해외여행이나 다니고, 출산휴가다 뭐다 해서 걸핏하면 쉬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일행 중 한 분이 질문을 했다.
"그러면 어머님께서는 직장 그만두시고 선생님들 대신해서 자녀교육을 직접 해보실 생각이 있으세요? 그리고 그만큼 전문성 있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실 수 있나요? 아니면 아이의 아버님이 현재의 직장에서 받으시는 연봉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의 연봉을 받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하면 그렇게 하실 수 있나요?"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았다.
4. 여행 후기
학부모 면담을 끝으로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하기로 하였다. 학생은 선도의 대상이 아니고, 교사의 권위보다는 교장의 체면이나 승진이 더 중요한 나라에서 무엇을 배울 게 있다고, 여행을 계속할 것이냐는 중론에 따라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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