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산에 들어간 백이와 숙제는 고사리만 먹으면서 살았다는데, 얼마 전 신문에는 '고사리에서 다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나와 시민들을 긴장시켰다. 그 진실을 알아보자.
1. 고사리의 기원
고사리[ Pteridium aquilinum (L.) Kuhn var. latiusculum (Desv.) Underw. ex A.Heller]는 양치식물 고사리과의 다년생 초본 식물로 어린잎과 줄기는 궐채(蕨菜)라고 하여 이른 봄에 채취하여 삶아서 말렸다가 나물로 주로 사용하고, 뿌리줄기는 궐근(蕨根)이라 하여 약용한다.
2. 고사리의 성미와 귀경
고사리 순인 궐채의 맛은 조금 떫고 성질은 평하다. 고사리 뿌리줄기인 궐근의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궐채는 주로 대장, 방광 경락으로 작용하고, 궐근은 간, 신 경락에 작용한다.
3. 고사리의 효능 효과
고사리는 열을 내리는 해열작용과 몸 안의 습사를 밖으로 배출하는 이수(利水)의 효능을 가지며 장을 부드럽게 하여 대변을 잘 보게 하고, 종기의 독을 해독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고,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좋은 작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사리의 큰 효능은 몸속의 중금속을 흡수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잘 아는 것처럼 중금속이란 몸 안에 축적되면 대사작용에 의해서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없는 물질이며, 일정 농도 이상 쌓이게 되면 각종 부작용과 암을 일으키는 무서운 물질이다.
4. 고사리의 독성분
고사리는 흔히 연한 순을 꺾어서 바로 삶아야 독성분을 빼낼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고사리 속에 비타민 B1을 파괴하는 효소인 아네우리나제나,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인 프타킬로사이드 같은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물에 넣고 끓이면 이러한 물질들이 파괴되어 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사리는 꺾으면 반드시 빠른 시간에 삶아서 잘 말린 후 보관해 두고 먹어야 한다.
5. 고사리에 얽힌 속담의 비밀
예로부터 '고사리를 꺾으려면 밥 짓는 연기가 보이지 않고, 개 짓는 소리도 닭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깊은 산에 들어가서 꺾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여기에 비밀이 있다. 몸속의 중금속을 잘 흡착하여 밖으로 빼내는 고사리의 특성상 자연상태에서도 공기 중이나 토양 속의 중금속 또한 잘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환경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공장지대나 매연을 많이 내뿜는 자동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변에서 가까운 곳에 자라는 고사리라면 당연히 중금속 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정지역에서 자란 고사리야말로 이런 위험요소로부터 자유롭고, 고사리 특유의 효능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6. 발암물질 보도의 진실
고사리에 발암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언론 보도는 이런 점을 간과한 보도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오래전 어느 지자체의 자문회의에 참여했는데 '시내로 들어가는 진입 도로변의 천수답 논에 고사리를 심어서 인근 대도시의 아파트 주민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그들로 하여금 고사리 꺾기 행사도 하고, 노는 땅을 재활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우여곡절을 겪어 그 사업을 중단시키기는 하였으나, 이러한 과학적 배경을 알지 못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이해가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언론의 보도 또한 마찬가지다.
7. 마무리-고사리를 먹을 때 주의사항
고사리는 찬 성질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이 오랫동안 많이 먹으면 양기를 상할 수도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앞의 속담에서 언급했듯이 환경오염이 안된 깊은 산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고사리를 먹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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