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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지(알면 쓸만한 신박한 지혜)

#3-15. 한국의 항공사 이대로 좋은가 ?

by 느티나무곽교수 2023. 10. 15.

기후 온난화를 염려하면서도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이라는 항공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고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이 돈인 시대 한국의 상습적인 항공기 지연 이대로 괜찮을까 ?

1. 자본의 논리만 지배하는 항공산업 이대로 좋은가?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도 우리는 불가피한 경우 비행기에 오른다. 그 대부분의 승객들은 여행을 위하여 큰 생각 없이 비행기를 예약하고 이용하겠지만, 환경오염을 걱정하면서도 대체 교통수단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있다. 그들의 대다수는 잘 짜인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한 곳에서 일정이 어긋나면 줄줄이 일정이 빗나가기 때문에 낭패를 당하는 수도 있다.

2. 항공사 사정으로 인한 시간 지연의 피해에 책임지지 않는 항공사.

얼마 전 결혼식 주례 일정이 있어서 급히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 열차 예약이 안되고, 고속버스 시간은 맞지 않고, 하는 수 없이 검색을 하여 B항공사의 비행기를 예약했다. 가족의 도움으로 김해 비행장까지는 시간을 맞춰서 나갔는데, 비행기가 40분이 지연된단다. 소속 항공사 직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 비행기에 탑승을 해야 하는 승무원들이 탄 여객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이 비행기의 출발이 지연되었다”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해명에 정당한 사유가 아닌 것 같다고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승무원들이 탑승을 해야 비행기가 이륙을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것은 완전하게 회사의 사정이고, 회사의 사정 때문에 손해를 보는 승객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을 해주는 거냐?”라고 물었지만 자기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1시간 정도 비행기는 지연 운항이 되었고, 덕분에 신랑 신부와의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말로 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고 예식 시작 1분 전에 식장에 도착하긴 했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다. 천재지변이나 기상악화로 인한 운항 취소나 지연의 경우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면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30분 또는 1시간 정도의 지연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회사의 아니 운행사 담당 임직원의 사고방식이 큰 문제다. 단순한 약속 위반이 아니라 국제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3. 정비시간이 부족하다?

모처럼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 일정을 잡았다. 은퇴 후에도 시간에 쫒기 듯 살다가 모처럼 시간을 내서 아내와 '제주 한주 살이'를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 조금은 부푼 마음으로 밴 택시를 불러 짐을 싣고 여유 있게 비행장으로 갔는데, 글쎄 비행기가 1시간 정도 지연운행 된단다. 맥이 빠졌다. 이번에는 J항공사였다. 사유를 물어보니 “제주도에 갔던 비행기가 그곳에서 정비를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승객을 모시고 가는데, 그곳에서 정비가 좀 늦어지는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이럴 수 있어요? 이것은 승객들과의 약속이고, 계약이잖아요? 승객이 1시간 늦게 왔으면 비행기기 기다려 주나요?” 자기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보상도 없단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 30분이 넘어 비행기는 출발했고, 자동차 렌트에서 숙소에 이르기까진 줄줄이 이어지는 착오로 여행은 첫날부터 진을 빼버렸다.

4.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서 배워라.

미국의 유명한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사(Southwest Airlines)에서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처음 4대의 보잉 737로 시작한 이 회사의 출발은 정말 미미했다. 거기다 선발 주자들의 방해가 만만치 않았고, 경영적자가 겹쳐 1971년에는 1대의 항공기를 매각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때 영입된 인물이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30년간 흑자운영을 하다가 전 직원의 애도 속에 1919년 1월에 향년 84세로 타계한 허브캘러허(Herb Kelleher) C.E.O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보잉737
사우스웨스트항공사-보잉737

4-1. 여러분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허브 회장은 자신이 혼자 결정하지 않고 전 직원들에게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알렸다. “지금 우리 회사의 형편이 어려워 4대의 항공기 중 한 대를 매각했습니다. 문제는 경영회복을 위해서는 4대의 항공기로 운항하던 코스를 3대의 비행기로 다 소화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여러분의 급여를 줄여서 직원들을 더 뽑던지 아니면 운항코스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를 직원 감원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해소하려면 지금 직원 수를 줄이지 않고, 급여는 줄이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별도의 수당 없이 일을 더 많이 하셔야 합니다. 방법은 여러분이 정해 주십시오.” 그런데 놀랍게도 직원들은 감원 없이 월급을 줄이고, 지금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 하겠다고 결정을 했다.

4-2. 회항시간(turn around) 15분을 사수하라.

항공기가 이륙한 후 목표하는 공항에 착륙한 후 손님을 내리고 좌석을 정리하고, 기름을 보충하고, 정비점검을 하고 다시 승객을 탑승시킨 후 다음 공항을 향해 이륙하는 것을 “턴어라운드(turn around)라고 한다. Herb(이 회사의 직원들은 생전에 그의 이름을 이렇게 불렀다.)는 가장 먼저 내린 지침이 이것이었다. ”turn around를 15분 이내로 줄이시오. “ 이를 위하여 항공기가 도착하기 전 이 회사의 전 직원은 화재 출동 직전의 소방대원들처럼 각자의 맡은 바 임무를 숙지하고 ‘스탠바이’ 상태에 돌입한다. 항공기가 도착하자마자 전쟁처럼 각자의 일을 처리한다. 체크인 카운터 이전부터 이 일은 시작된다. 이 회사의 유명한 차별정책 중의 하나가 탑승 시간에 늦은 승객을 기다려 주는 법이 없으며, 승객의 지각으로 인하여 탑승을 못했을 경우에는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문화하고 강조한다. 승객들의 탑승권에는 좌석번호가 찍히지 않고, 일찍 오는 순서대로 자기가 앉고 싶은 곳에 앉으면 된다. 직원들은 남녀노소 직책에 상관없이 이륙을 위한 준비에 모두 뛰어들며 이것은 Herb회장 자신도 마찬가지다. 해서 어김없이 15분 이내에 비행기는 이륙하고, ‘사우스웨스트는 시간을 잘 지키는 회사’라는 소문이 승객들의 입을 통하여 광고를 타게 되었고, 펀(fun)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면 기내에서의 금연방송 멘트는 이렇다. “담배를 피우실 승객들을 위하여 별도의 흡연구역을 지정해 두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본 항공기의 날개 위가 되겠습니다. 바람과 함께 날아가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뭐 이런 식이다. 회사는 회생했고 번창했으며 1994년 허브회장의 생일날 16,000여 명의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여 “USA Today”지 광고란에 ‘허브회장에게 보내는 감사편지’라는 광고를 게재하기에 이른다.
그 일부를 여기에 싣는다.

고마워요 허브(Thanks Herb)

· 우리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해 주셔서 (For remembering every one of our names)
· 로널드 맥도널드 하우스를 지원해 주셔서 (For supporting the Ronald McDonald House.)
· 추수감사절 날 수화물 적재를 손수 도와주셔서 ( For helping load baggage on Thanksgiving)
· 말을 잘 경청해 주셔서 ( For listening.)
·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항공사를 경영해 주셔서 ( For running the only profitable major airline.)
· 우리들의 휴일 파티에서 노래를 불러 주셔서. ( For singing at our holiday party.)
· 직장에서 반바지와 운동화를 신도록 해 주셔서 (For letting us wear shorts and sneakers to work.)
·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사우스웨스트 본사에 출근하셔서 ( For riding your Harley Davidson into Southwest Headquarters.)
· 회장님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 주셔서 ( For being a friend, not just a boss.)
행복한 보스의 날에 당신의 16,000명 직원 일동 Happy Boss’ Day from Each One of Your 16,000 Employees.

5. 맺음말

이 정도는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항공사를 운영하는 것은 모든 잠재적 고객을 포함한 승객과의 약속이며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회사는 문을 닫든지 승객들의 시간을 도둑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게 어디 한 항공사 만의 일일까보냐. 회사를 경영하는 모든 경영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목소리이다. 이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속사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행복하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 행복감이 결국은 고객과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