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이 발달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롭게 되면서 인간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기도 하였지만, 각종 질병과 병해충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문제가 되는 흰불나방을 사례로 그 기원과 문제점, 대책을 알아본다.
1. 미국흰불나방의 정체
1-1. 나비와 나방의 구별
요즘 장안의 화제 1위는 단연코 미국흰불나방이다. 이름처럼 예쁜 나방인데, 곳곳에 출현하는 유충(애벌레)이 문제다. 마치 송충이를 닮은 듯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한강공원에도, 아파트 단지의 나무에서도 집단으로 출현하여 사람을 놀라게 한다. 원래 이 녀석은 섭씨 15도 이상이 되면 겨울에도 월동이 가능한 데 보도를 보면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어떤 매체에서는 흰불나비라고도 한다.
나비와 나방은 어떻게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확한 차이는 없다. 굳이 학술적으로 차이점을 말하라면 나비는 나방에 비해서 몸이 상대적으로 작고, 털이 많지 않으며, 긴 입을 가지고 평소에는 동그랗게 말아서 다니다가 꿀을 빨아먹을 때는 길게 늘여서 식물의 꽃으로부터 꿀을 빨아먹는다. 물론 예외적으로 입이 긴 나방류도 많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나비나방을 구분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처음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 즉 명명자의 마음대로다. '총'과 '포'를 구분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알 것이다. 개발해서 처음 이름 붙이기에 따라서 총이라고도 부르고, 포라고도 부른다. 나비와 나방도 마찬가지다.
1-2. 미국흰불나방의 진짜 원산지
아주 오래전 미국의 대학원생 한 명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곤충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는데, 유학생활이 끝나가는 어느 날 휴일을 맞아 산으로 휴식을 겸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처음 보는 이상하게 생긴 애벌레들이 뽕나무에서 실을 늘어뜨리며 집단으로 서식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학생은 기발한 생각이 떠 올랐다. '비단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이 힘들게 누에를 기르고 뽕을 먹이며 노동을 해야 하는데, 저 벌레를 귀국할 때 가지고 가서 방사를 한다면 힘들이지 않고 비단실을 얻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조심스럽게 그 곤충을 채집을 하여 귀국할 때 미국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학교의 곤충사육장에서 그 곤충을 키우는데, 어느 날 취급 부주의로 몇 마리의 성충이 사육장에서 떠나 날아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학생은 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았고,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지났는데, 몇 년 후 학교 주변의 활엽수들이 온통 조기 낙엽을하면서 산이 온통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학교와 당국에서 역학 조사에 들어갔고, 그 원인이 바로 학교의 곤충사육장을 떠난 곤충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2. 북아메리카에 흰불나방이 급격하게 확산된 원인
문제는 왜 그렇게 빠른 속도로 확산이 되었으며, 무서운 속도로 북아메리카 전역으로 퍼져 나갔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것은 바로 이 곤충을 억제할 수 있는 천적이 없었고, 번식에 적당한 환경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급격하게 확산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보통 3령충 까지는 실을 뿜어 잎을 접고 그 안에서 집단 생활을 하다가 4령충이 되면 모두 흩어져서 본격적으로 잎을 가해하는데, 그 먹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성충이 되면 성충 한마리가 낳는 알이 보통 500~700개에 이르기 때문에 그 번식 속도는 인간의 상상을 불허한다. 중요한 점은 정작 이 곤충을 들여왔던 프랑스에서는 미국처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천적들이 적당하게 서식하면서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3. 생태계의 구성과 먹이사슬의 중요성
주지하다시피 생태계는 사다리꼴 모양의 먹이사슬이 건전하게 구성이 될 때 건강한 생태계라고 부른다. 그 먹이 사슬의 어느 하나가 무너지거나 멸종이 되면 그로 인하여 그 종을 먹이로 하는 상위 계층의 군집들이 먹이가 없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깍지벌레 사건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은 21세기이며 한국에서 미국을 가는데, 또 미국에서 영국을 가는데 2~3개월씩 배를 타고 이동을 하던 19세기초와는 전혀 다른, 말 그대로 지구촌 한가족 시대가 되었다.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식물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빠르게 파괴되고 있으며, 동물과 미생물들 또한 그들의 고유 서식지를 위협받으며 때로는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경종을 울린 COVID-19 팬데믹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4.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피해 사례들
4-1. 피해액을 산출할 수 있을까?
미국흰불나방은 뽕나무는 물론 광범위하게 활엽수를 먹어치운다. 도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벚나무는 대표적인 기주가 된다. 그래서 벚나무 아래 모처럼 주말 나들이를 나간 가족들의 도시락에까지 떨어져 엄마와 아이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 피해액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조차 없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지구환경이 자꾸만 따뜻해지고 있고, 이 곤충들은 머지않아 어쩌면 서울에서도 월동이 가능한 곤충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4-2. 흰개미의 피해
1960년대 이후 한국은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동남아시아나 중국으로부터 많은 원목을 수입해다가 합판을 만들어 다시 수출하는 임가공 산업이 대대적으로 번창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목에 묻혀 들어와 국내에 퍼지게 된 흰개미들은 합판 장사로 벌어들인 달러보다 몇십 배, 아니 몇백 배의 피해를 가져올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중요한 국보나 보물급 문화재들이 피해를 입고, 어느 날 멀쩡하던 국보급 사찰이 그대로 폭삭 주저앉는 장면을 목격해야 할지도 모른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5. 대책
5-1. 국제 동식물 검역의 중요성
정말 중요한 것은 여행 자유화에 따른 동식물 검역의 중요성이다. 여행 중 발견한 예쁜 꽃, 예쁜 동물 하나하나가 검역소에서 정확한 진단과 검역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면, 절대 들여올 수 없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새롭게 해야 한다. 생각 없이 들여오는 동식물 한 점이 나라 전체의 추환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국흰불나방"의 사례에서 충분히 배워야 한다.
5-2. 외국 여행의 자유화와 병해충 유입의 위험성
1970년대 중동전쟁이 끝나고 귀국하는 미해병대 장군 한분에 얽힌 일화가 생각난다. 공항까지 나갔다가 갑자기 부대에 문제가 생겨서 다음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기르던 애완견을 부관에게 맡겨 먼저 귀국을 시켰는데, 정작 미국 공항에서 문제가 생겼다. 검역관이 '이 개는 검역필증이 없기 때문에 통과시킬 수 없다.'라고 말하자 그 부관은 '장군의 애견인데 데리고 나가야 한다.'라고 맞서다가 결국은 상황이 악화되자 검역관이 그 개를 사살했다고 한다. 뒤늦게 도착한 장군은 전후 사정을 모두 듣고는 그 검역관에게 직접 가서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하다.'라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6. 마무리
흰불나방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제2, 제3의 흰불나방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며, 이것은 하나의 예비 경고에 불과하다. 자연을 더 이상 파괴하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 최후의 기회다.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정책이 세계 모든 정치지도자들의 최우선 공약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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