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시간의 개념을 만들고, 하루, 1주일, 한 달, 1년, 등의 주기를 만든 것은 참 획기적이다. 적당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해를 계획하고 뒤돌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간 개념이 때로는 인간을 옥죄기도 한다.
1. 하루 세 번의 식사
일반적으로 건강을 위해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들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불변의 진리일까? 한국의 농업사회에서는 불과 몇 년 전까지 “밥심으로 산다”는 속담이 있었다. 농사일은 분명 힘든 육체노동이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하루 세끼 아침, 점심, 저녁을 먹는 것 외에도 아침과 점심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에 새참이라 하여 간식을 먹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엄청난 노동량을 이겨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해야 하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오늘날에 와서도 지역이나 가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침은 7시에 점심은 12시에 저녁은 6시에, 이렇게 하루 3회의 식사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건강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어쩌다 외식을 하거나, 시간을 넘겨 늦게 식사를 한다면 다음 식사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하느냐, 먹지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번 끼니를 거르면 내 평생에는 다시 못 찾아 먹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2. 라이프 스타일
나라마다 민족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농경사회에서의 공통적인 라이프스타일은 해가 뜨면 일어나서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생활리듬에 맞추어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잠을 잔다.
2-1.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
유발 하라리는 그의 명저 사피엔스-Sapiens에서 인간이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영양적으로는 더 불균형에 빠지면서 육체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수렵사회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해가 뜨면서 시작된 노동은 해가 질 때까지 하루종일 이어졌고 잉여 생산물은 저장을 통하여 더 많은 휴식과 안락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극히 일부 힘을 가진 집단들의 지배와 수탈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2-2. 첨단 정보화 시대의 인류
그럼 다시 생각해 보자. “건강하게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인류 보편의 가치요 추구하는 목표가 아닐까?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하여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론을 얘기하지만 변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면 ‘건강-health'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론 중의 하나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을 이야기 한다.
3. 현대인의 식생활 패턴
농업사회에서 기계화 시대로, 다시 정보화 시대로 변화되면서 사람마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고, 이에 따라 식생활 패턴 또한 다양해졌다. 결국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꼭 밥을 먹어야 한다는 원칙은 수정되어야 한다.
3-1. 배고프면 먹자.
인체의 자율신경계에는 먹는 문제를 조절하는 ‘중추신경’이 있다. 배고프다 또는 배부르다 고 느끼는 신경인데, 2가지의 서로 상반되는 이 신경 작용에 의해서 배가 고플 때는‘섭식중추’가 활성화되고, 배가 부르면 ‘포만중추’가 작용을 하여 먹는 것을 조절하게 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결국 ‘밥을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라’하는 문제는 생리적으로 풀이하면, 인간이 식사를 할 때 가장 먼저 분해 흡수되는 탄수화물은 당분으로 변하게 된다. 혈액 중의 당분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이 포만중추를 자극하여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대뇌에 전달하고, 우리는 먹는 것을 멈추게 된다. 그런데 음식을 대충 씹어 급하게 먹으면 포만중추가 작동을 하기 전에 이미 과다한 음식을 섭취하게 되어 과식을 하게 되고, 남은 당분은 중성지방으로 변화되어 체내에 축적되고 결국 비만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배가 부르면 한 끼 건너뛰어도 된다.
3-2. 개가 영리할까 돼지가 영리할까?
우리가 흔히 어리석은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돼지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정에서 가축을 사육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개에게 밥을 주면 절대 남기는 법이 없다. 제 밥그릇에 담아준 밥이 많아도 그걸 다 먹고, 결국 위확장증에 걸린다. 그러나 돼지는 아무리 밥을 많이 주어도 위확장장증에 걸리는 법이 없다. 먹다가 배부르면 남겨 두고, 놀다가 배고프면 다시 와서 먹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개는 돼지보다 훨씬 어리석다.
3-3. 규칙적 식사의 개념 재정리
이러한 관점에서 '건강을 위한 규칙적 식사'의 개념은 재정리되어야 한다. 그것은 '꼭 시간을 정해놓고 정해진 시간에 먹는다'는 뜻이 아니라 '배가 고플 때' 즉 '몸이 음식을 필요로 할 때 꼭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는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4. 마무리
식사 시간은 의미가 없다.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 특히 고도 정보화 산업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각자의 생활패턴에 맞춰 배고플 때 꼭 필요 한 만큼만 먹되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은 대화로 즐겁고 몸은 포만중추가 작동할 때까지만 천천히' 먹자. 그리고 피곤할 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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