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재를 복용방법 마지막 회차로서 생약재를 복용할 때 금하는 사항, 예를 들면 함께 섞으면 안 되는 약재들, 구리나 쇠를 접촉해서는 안 되는 것들, 불을 가가이 하면 안 되는 것들, 임산부들이 피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심지어 '약방의 감초'라고 하여 모든 처방에 들어 간다고 생각하는 감초도 함께 사용하면 안되는 약재가 있다.
1. 서론 : 생약재에 대한 오해
많은 사람들이 생약재는 천연물 기원의 소재이기 때문에 인체에 전혀 피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을 치료하는 성분 자체가 일종의 독성분이고, 특히 생약재에 함유된 성분들은 함께 사용할 경우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정 반대로 독성이 강화된다든지 심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생약재의 유효성분이라고 하는 것들은 독성 물질로서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우리 인체에도 해를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2. 약재의 배합금기
두 가지 이상의 생약재를 배합 하였을 때 서로 상반(相反) 작용이(相反) 있거나, 상오(相惡)작용, 상외(相畏)상외(相畏) 작용 등이 있는 재료들은 함께 섞어서 사용할 수 없다. 각 재료들 간에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다른 재료들의 독성이나 편성을 높이는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독성이 생기는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십팔반(十八反)이나 그 밖에 십구외(十九畏) 등은 한약처방에서 배오의 금기로 활용되고 있는바 약선 시선에서도 원용할 수 있다.
장종정이 <유문사친>이라는 저서에서 정리한 십팔반을 기초로 상반(相反) 재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1. 감초(甘草)와 상반되는 재료들
대극(大戟), 원화(芫花), 감수(甘遂), 해조(海藻)와 같은 약재들은 감초와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
2.2. 꿀과 상반되는 재료들
파(葱), 부추와 같은 약재들은 꿀과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 특히 파는 꿀과 함께 사용하면 죽을 수도 있다.
2.3. 여로(黎蘆:박새)와 상반되는 재료들
인삼(人蔘), 단삼(丹蔘), 고삼(苦蔘), 더덕(沙蔘), 자삼(紫蔘), 세신(細辛), 작약(芍藥)과 같은 약재들은 함께 사용하면 안된다.
2.4. 오두(烏頭;천오)와 상반되는 재료들
반하(半夏:끼무릇), 과루인(瓜蔞仁:하늘타리씨), 패모(貝母), 백렴(白蘞:가위톱), 백급(白芨), 서각(犀角서각(犀角)과 같은 약재들은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
2.5. 위피(猬皮;고슴도치가죽)와 상반되는 재료들
길경(桔梗;도라지), 맥문동(麥門冬)과 같은 약재들은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
2.6. 기타 서로 상반되는 재료들
- 석결명(石決明;전복껍데기)과 운모(雲母)
- 유황(硫黃)과 망초(芒硝)
- 인삼(人蔘)과 오령지(五靈脂)
- 수은(水銀)과 비상(砒霜)
- 파두(巴豆)와 견우자(牽牛子;나팔꽃씨)
- 정향(丁香)과 울금(鬱金)
- 아초(牙硝;마아초)와 삼릉(三稜)
- 육계(肉桂)와 석지(石脂)
- 낭독(狼毒;오독도기)과 밀타승(密陀僧)
- 식초(食醋)와 합육(蛤肉;조갯살)
- 여로(黎蘆)와 술
- 황상어(黃顙魚;자가사리)와 형개(荊芥) : 죽는다
그 밖에도 우유(牛乳)는 신맛이 나는 음식(酸物)이나 생선과는 서로 상반되기 때문에 함께 먹지 말아야 한다. 함께 먹으면 뱃속에 징벽(癥癖)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구운 파(葱)를 꿀과 섞어서 먹으면 몹시 숨이 차게 되다가 반드시 죽는다고도 한다.
3. 섞어서는 안 되거나 삼가야 할 식재와 약재
생약재를 배합하는 데는 항상 신중해야 하며 특히 몸 상태가 나빠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선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생약재들의 다수는 그 약효와 더불어 잘 못 사용하였을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이나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의보감 등 동의학 고전에서는 한약을 먹을 때 생고수(生胡荽)나 마늘(蒜) 등 여러 가지 훈신채(薰辛菜)를 많이 먹지 말 것을 권한다. 매끄러운 음식(滑物), 과실 등을 과식하지 말아야 하며, 밀가루, 식초, 피, 돼지고기, 개고기, 기름진 것, 고깃국, 생선회와 비린내 나 노린내가 나는 것을 먹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생약재를 약으로 복용할 때나 이러한 생약재들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때, 또는 이러한 생약재들을 함께 넣어서 조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음식들을 정리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완화시키고, 때로는 중독이 되는 등 심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며, 심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사람은 그 체내에 자기 방어의 기작이 있기 때문에 금하는 음식을 한두 번 먹었다고 해서 금방 죽거나 부작용이 나는 것은 아니겠고, 또한 그 많은 음식의 오(惡), 반(反)을 일일이 다 기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먹는 음식들의 경우 함께 먹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현대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 소비량보다 밀가루의 소비량이 더 많아지면서 생약재를 먹을 때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글루텐’이라는 소화력을 저해하는 물질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동의학 고전들에 따르면 ‘묵은 밀가루는 성질이 덥게 변하고, 독성이 생기며 풍을 일으킨다.’고 기록하고 있어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생약재는 돼지고기나 사슴고기를 함께 먹으면 그 약효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슴은 늘 독(毒)을 푸는 풀을 먹기 때문에 모든 약의 효과를 없앤다고 한다. 사슴이 즐겨 늘 먹는 풀은 갈화(葛花;칡꽃), 녹총(鹿葱), 백약묘(百藥苗), 백호(白蒿;쑥), 감초(甘草), 도꼬마리(蒼耳), 모시대(薺苨) 등이다. 또한 여러 가지 뿔(角)을 쓸 때는 소금(鹽)을 엄격히 금(禁) 해야(禁) 한다.
이들 구체적 목록은 다음 회에 별도의 부록으로 정리하였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4. 구리나 쇠를 꺼리는 생약재들
구리나 쇠를 피해야 하는 약재들도 있다. 이런 약재들은 가공하는 과정에서 구리나 쇠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생약재들이 들어간 음식을 조리하는 조리기구의 선택에도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 골쇄보(骨碎補) : 넉줄고사리의 근경이다. 솜털은 구리칼로 긁어내야 한다..
• 도노(桃奴) :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마른 복숭아를 말한다. 살을 구리칼로 발라내야 한다.
• 두충(杜冲) : 기와 위에 올려놓고 말리고, 나무절구에 찧어야 하며 쇠를 꺼린다.
• 맥문동(麥門冬) : 소갈증, 즉 당뇨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쇠를 꺼린다. 참대 칼로 썰어야 한다.
• 모과(木瓜) : 쇠나 열에 닿지 않게 하고 구리칼로 껍질을 깎아야 한다.
• 목단피(牧丹皮) : 뿌리를 캐서 구리칼로 쪼개고 속에 있는 나무 심 즉 목질부를 빼내야 한다.
• 몰식자(沒食子) : 구리와 쇠에 닿지 않도록 하고 닦아서 보드랍게 갈아서 쓴다.
• 백마경(白馬莖) : 쇠에 닿지 않게 하고, 구리칼로 썰어야 한다.
• 상기생(桑寄生) : 뽕나무 겨우살이를 말한다. 쇠를 꺼리므로 구리칼로 썰어야 한다.
• 상백피(桑白皮) : 뽕나무뿌리껍질이다. 상지(桑枝)는 뽕나무의 잔가지이다. 모두 쇠와 납(鉛)을 꺼린다. 대나무 칼로 썰어야 한다. 쇠에 닿았던 것을 쓰면 소갈증, 즉 당뇨병이 생긴다.
• 석류(石榴;) : 껍질, 잎, 뿌리부위를 모두 쇠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 석창포(石菖蒲) : 쇠에 닿았던 석창포를 쓰면 토하고 구역이 난다. 반드시 구리칼이나 참대 칼로 썰어야 한다.
• 시호(柴胡) : 구리와 쇠를 꺼린다.
• 용담초(龍膽草) : 쇠를 꺼리며, 구리칼로 썰어야 한다.
• 육두구(肉荳蔲) : 구리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 익모초(益母草) : 쇠를 꺼리므로 은칼이나, 참대칼로 썰어서 사기그릇에 담아야 한다.
• 인동초(忍冬草) : 쇠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 저령(豬苓) : 검은 껍질은 구리칼로 벗겨버리고 써야 한다..
• 지골피(地骨皮) : 구기자 뿌리껍질이다.쇠를 꺼린다.
• 지모(知母) : 쇠그릇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 지황(地黃) : 구리나 쇠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구리나 쇠에 닿았던 것을 쓰면 신기(腎氣)가 소모되고 머리털이 희어진다. 그리고 남자는 영기(營氣)가 상하고, 여자는 위기(衛氣)가 상한다. 소갈증(消渴症)이 생기기도 한다.
• 천근(茜根) : 꼭두서니를 말한다. 쇠와 연(鉛)을 꺼리기 때문에 구리칼로 썰어야 한다.
• 천문동(天門冬) : 쇠를 꺼린다(소갈증). 참대칼로 썰어야 한다.
• 하수오(何首烏) : 구리와 쇠를 꺼린다(소갈증이 생긴다). 반드시 참대칼로 썰어야 한다.
• 향부자(香附子) : 돌절구에 찧어야 하고 쇠그릇에 닿지 않게 하며 구리칼로 썰어야 한다.
• 현삼(玄蔘) : 구리와 쇠에 닿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구멍이 막히고 눈이 상한다.
• 황백(黃栢), 지황(地黃) : 쇠그릇에 넣고 찌거나 가루 내지 말아야 한다.
- 황백과 지황은 모두 신경락(腎經絡)으로 들어가는 약이다. 그런데 이들 약에 쇠그릇을 쓰면 신경(腎經)의 아들 격인 간목(肝木)을 사(瀉)할 수 있다. 허(虛)할 때는 그 어머니 격인 장부를 보(補)하고, 실(實)할 때는 그 아들 격인 장부를 사(瀉) 해야 하는 원리 즉 허즉보기모, 실즉사기자(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의 원리를 따라야 하는데, 이들 약재에 쇠그릇을 사용하여 간(肝)이 약해지면 그 어머니 격인 신(腎)이 허(虛) 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5. 불을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식재나 약재
생약재를 상기생(桑寄生;뽕나무겨우살이), 빈랑(檳榔), 인진(茵蔯;더위지기), 사함초(蛇含草), 정향(丁香) 등은 불을 가까이하면 안 된다.. 그 밖에도 휘발성 정유물질이 많은 약재들은 약성이 약해지거나 약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불을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불을 보아서는 안된다는 의미는 이들 약재의 수확 후 고온으로 가공(건조 및 법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6. 임산부가 먹으면 안 되는 식재나 약재
생약재를 사용할 때 임산부의 경우에는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태어날 아기는 극도로 취약한 상태에 있으며, 임산부 또한 매우 예민하고 잘 보호되어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 중에는 다음과 같은 재료들은 삼가야 하며, 어떠한 약재라 할지라도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 사용해야 한다.
1) 임신 중 복용하면 안 되는 것들
독성이 강하거나 약성이 맹렬한 약물들로서 파두(巴豆), 반모(가뢰), 견우자(나팔꽃씨), 대극, 감수, 원화(팥꽃나무), 상륙(자리공), 사향, 삼릉, 봉출, 수질(거머리), 맹충(등에) 등이 여기에 속한다.
2) 임신 중 복용에 신중해야 되는 것들
파혈, 파기, 조열, 침강 작용이 있는 것들로서 도인(복숭아씨), 홍화, 대황, 지실, 부자, 건강, 육계, 반하, 동규자(돌아욱 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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