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제하는 형태에 따른 약재의 복용방법
생약재를 섭취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섭취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 탕전(湯煎) 법
정선하여 포제(炮製)한 약재에 물을 붓고 끓여서 섭취하는 방법으로 가장 일반적이고, 널리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끓여 낸 약물을 보통 탕약이라 하는데, 무엇보다도 몸에서 흡수하는 속도가 빠르고, 약효가 빨리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
- 약 달이는 물 : 약을 달일 때 사용하는 물 또한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하며 동의보감에는 병의 종류에 따라서 사용해야 하는 물의 종류 또한 엄격하게 분류하고 있다(동의보감 탕액편). 물의 양은 약재의 종류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데, 보통은 약재로 흡수되는 양과 끓이는 동안에 증발되는 양을 고려하고, 끓인 후에 복용할 양을 감안하여 가감한다. 보통 약재 100g을 기준으로 하여 증발량을 500cc 정도로 감안할 때 700~800cc 정도로 계산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약재의 표면이 물에 잠길 수 있는 정도면 적당하다.
- 약 달이는 시간과 정도 : 약을 달이는 시간과 정도도 사용 목적에 따라서 조절해 주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감기약처럼 땀 내기 약재는 30분 정도로 짧게 하여 약액이 80% 정도 되게 달여야 하고, 병을 치료하는 약은 1시간 정도로 하여 70% 정도, 보약재의 경우에는 2시간 정도 달여 60% 정도 되게 달여서 먹도록 한다. 보통 보약재의 경우 2시간 정도를 기준으로 하여 약재의 박후(朴厚)에 따라서 가감하되 아무리 단단한 약재라 할지라도 3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 약 달이는 용기 : 약을 달이는 용기도 현대에 와서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된 추출기를 대부분 사용하는 추세이며, 일부 유리나 도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동의보감” 탕액편에 따르면 ‘은(銀)이나 돌그릇을 사용하여 약한 불에 오랫동안 달여야 한다.’고 하였다. 조선시대만 해도 궁중에서는 은기(銀器)를 사용했으며, 일반적으로는 돌이나 토기로 된 약탕기를 사용하였다. 불의 세기(화력:火力) 또한 중요한데 약물의 성질과 조직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통적으로는 숯불에 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조절하여 약액이 넘치거나 눌어붙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약의 종류에 따른 달임 정도 : 보약은 반드시 충분히 달이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약은 약간만 달인다. 보약은 물 2잔을 부어 약액이 80% 정도 되게 달이거나 물 3잔을 부처 1잔 정도 되게 달인다.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약은 물을 1잔 반 정도 부처 약액이 1잔 정도 되게 달이거나 1잔을 붓고 80% 정도 되게 달인다.
- 병의 위치에 따른 첨가약재 : 병이 머리 쪽에 있으면 술을 넣고 달이고, 습증(濕症)을 치료할 때는 생강(生薑)을 넣고, 원기(元氣)를 보하고자 할 때는 대추를 넣고, 풍한(風寒)을 발산시키고자 할 때는 총백(蔥白:파의 흰 밑동)을 넣고, 횡격막 위 쪽에 생긴 병은 꿀을 넣고 달인다.
- 달일 때 약재를 넣는 순서 : 병을 주로 치료하는 약재를 먼저 넣어 달여야 한다. 땀을 내야 할 때는 마황(麻黃)을 먼저 1~2회 끓어오르게 한 다음 다른 약재를 넣고 달여서 먹는 방식이다. 땀을 멈출 때는 계지(桂枝)를, 화해(和解) 시켜야 할 때는 시호(柴胡)를, 풍에 상한 데는 방풍(防風)을, 더위에 상한 데는 향유(香薷)를, 습사(濕邪)에 상한 데는 창출(蒼朮)을 먼저 넣고 달여야 한다.
2) 가루약(산제:散劑)
깨끗하게 정선한 약재를 가루로 내어 섭취하는 방법이다. 한번 조제해 놓으면 보관이나 휴대가 간편하고, 탕약보다는 느리지만 비교적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장점도 있다.
3) 알약(환제:丸劑)
보통 녹두씨 크기 정도의 환제(丸劑)와 지름 1cm 내외의 구슬 크기 정도의 단제(丹劑)로 구분할 수 있는데, 병의 종류나 부위에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고 동의보감에는 기술하고 있다. 탕약이나 가루약 보다 약효가 늦게 나타나지만, 쓴맛을 싫어하는 경우에도 쉽게 복용할 수 있으며 약재를 끓이는 방법으로 완전하게 추출할 수 없는 성분이나 고온에서 파괴되는 성분까지 그대로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을 치료할 때나, 평소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보약제의 경우 알약으로 만들어 먹는다. 가루를 반죽할 때도 쌀가루로 풀을 쑤어 빚는 방법도 있고 꿀에 빚는 방법도 있으므로 정해진 법도에 맞게 만들어서 복용해야 한다. 팔미원(八味元)이나 우황청심환 같은 약제들이 대표적이다.
4) 절임약
설탕이나 꿀에 재워서 약재의 즙액을 추출하여 보관하고 먹거나, 곱게 가루로 만든 약재를 꿀에 재워 두고 그대로 먹거나 또는 물에 타서 먹는 방법이다. 보통 건강식품으로 먹거나, 보약재를 섭취하는 방법으로 널리 이용된다. 때로는 이렇게 추출한 즙액을 진한 아교처럼 끈끈한 교질(膠質:콜로이드) 상태로 만들어서 먹기도 하는데 이것을 보통 고제(膏劑)라고 한다. 경옥고(瓊玉膏)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5) 차나 술로 먹는 법
향(香)이나 맛이 뛰어나고 재질이 가볍고 박질(朴質)인 약재를 따뜻한 물에 우려서 차로 먹는 방법은 기호품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이런 약재들의 경우 대부분 휘발성 정유(精油)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오랫동안 끓이게 되면 약효 성분이 휘발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절임약 대신 술에 담가서 약효 성분을 추출하여 마시는 방법도 있는데, 특히 약재의 성분 중에 물로는 추출되지 않고 유기용매에만 추출되는 지용성(脂溶性) 성분이 들어있는 약재의 경우에는 술에 담가 우리거나 탕전을 할 때 또는 탕전 하기 전 술을 부어 약효 성분이 잘 우러나오도록 해야 한다. 오가피 같은 약재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술에 담글 때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담그면 청산(CN)처럼 독성물질이 추출되는 것들은 담금 기간을 잘 지켜야 하는데 매실, 행인, 도인, 은행, 자두 등 핵인(核仁) 부위를 사용하는 약재들은 대부분 이런 약재들이다. 술은 하루에 1~2회 반주(飯酒)로 한잔씩 마시면 좋은데, 한잔의 기준은 30~40cc로서 시중에 사용되는 소주잔이 50cc 정도이니까 이것을 기준하여 양을 조절하면 된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술로 우려낸 뒤 술을 끓여서 알코올 성분을 휘발시키고 마시면 된다.
6) 음식으로 먹는 약선(藥膳) 요법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규정한 ‘식용과 약용을 병용할 수 있는 약재’의 경우로서 음식으로 먹는 방법이다.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서 음식을 통한 건강의 지혜를 보여준 우리 조상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약선 음식들을 개발하고 전수하여 주었다. 평소에 먹고 마시는 모든 음식을 약(藥)과 동일한 근원으로 인식한 조상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약선 음식들을 몇 가지 예로 든다면 다음과 같다.
Ⓐ 약선 곰 : 건강 장수 목적으로 많이 써 왔던 방법으로서 기능성이 있는 생약재 등을 가미한 음식을 오랫동안 푹 고아서 복용하는 방식으로서 그 음식이 가지는 기능과 약재의 기능을 충분히 우려내어 복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 약선 국 : 만들기 쉽고 먹기 좋으며, 먹은 다음 흡수가 빠른 것이 특징이며, 특히 봄철에 나는 대부분의 약초나 산야초 들은 국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 약선 당과 : 보기 좋고, 먹기 좋고, 보관 관리가 편리하며, 오래 두고 먹기도 좋은 형태로 어린이들이나 치아가 부실한 노약자에게도 먹기 좋아 예로부터 발달된 형태이다.
- 약선 사탕 : 가루나 약즙의 형태로 만든 생약재나 기능성 식재료에 설탕, 엿, 꿀 등을 섞어 사탕모양으로 만들거나 그 속에 잼 형태의 ‘속사탕’을 만들기도 한다.
- 약선 과자 : 생약재나 기능성 식재료의 즙을 밀가루에 섞어 반죽하여 과자형태로 만든 것이며 호두, 연밥, 콩 등과 섞어 강정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 약단 묵 : 약즙에 우무와 설탕(꿀)을 넣고 끓인 다음 네모나게 잘라 만든 것
Ⓓ 약선 볶음 : 식물성 기름을 두르고 생약재와 음식재료를 넣으면서 고루 볶는다(물을 넣지 않는 것이 졸임과 다른 점이다).
Ⓔ 약선 즙 : 생약재나 기능성 식재료를 건조 가공하지 않고 생으로 그대로 즙을 내어 먹는 것으로 먹는 양과 시간, 횟수 등은 건강 상태와 병 증상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 약선 술 : 생약재나 기능성 식재료를 이용하여 술, 감주, 탁주 등을 만드는 것으로서 재료에 소주를 부어서 약성이나 기능성을 우려내는 침출주와 발효를 시켜서 술로 걸러내는 발효주, 발효한 술을 증류하는 증류주 등으로 분류한다. 간이나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쓰지 않는다.
- 침출주 : 냉침법(실온에 보관), 열침법(중탕 후 일정 시간 동안 식혀서 보관)
- 발효주 : 보통 2단 담금 시 생약 추출액, 약즙 등을 넣거나, 포제한 재료를 누룩과 함께 고두밥에 버무려 넣는다.
Ⓖ 약선 엿 : 생약재나 기능성 식재료를 고아서 그 성분을 우려내고 여기에 다시 엿기름을 첨가하여 졸여서 엿으로 만든 것으로서 먹기 좋고, 맛과 냄새가 좋으며, 흡수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 약선 졸임 : 생약재와 음식재료를 양념재료와 함께 솥에 넣고 졸인 것이다.
Ⓘ 약선 죽 : 생약재나 기능성 식재료를 달여 거른 물에 음식재료를 넣고 죽을 쑨 것으로서 환자들의 대용식이나 노약자, 어린이의 보양 발육식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대도시 직장인들의 대용식으로 개발 여지가 많다.
Ⓙ 약선 차 : 생약재나 기능성 식재료를 원료로 차를 만든 것이며 가루, 과립, 속성차, 속성음료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고, 장기보관 및 휴대가 편리하다. 경제 성장과 함께 한약재의 이용측면에서 많은 잠재력이 있는 분야이다.
Ⓚ 약선 탕 : 보양약, 일반약, 땀 내기약 등을 말하며, 보통은 재료가 잠기고 3~5cm 정도 올라오게 물을 붓고 끓인다.
- 보양약 : 약한 불에서 달이되 끓기 시작한 후 불을 약하게 줄여서 1~2시간
- 일반약 : 약간 센 불로 30분~1시간
- 땀내기 약 : 15~30분
Ⓛ 약선 튀김 : 약선재료에 반죽 옷을 입혀 튀기는 것으로 재료가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약선 찜 : 가루찜, 싸서 찜, 뚝배기 찜 등이 있다.
<마무리>
오늘은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동의학적 입장에서 생약재를 복용하는 방법의 첫 번째 주제로 주로 약을 만드는 제형과 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계속해서 복용방법과 복용량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게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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