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가 어느 날부터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당뇨 환자가 아니라도 꽁보리밥 식당은 언제나 만원이다. 보리에 대하여 그 특성과 품종, 효능효과, 알맞은 음식배합을 알아본다.
1. 보리의 특성
보리(대맥: Hordeum vulgare L.)는 맥류(麥類)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로 농촌진흥청에서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 육성 되어 보급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잉여농산물 처리방안의 일환으로 밀농사 포기가 이어지면서 농촌진흥청 산하의 「맥류연구소」가 문을 닫으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보리는 그동안에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보리차 외에도 최근에는 맥주보리, 보리를 이용한 커피의 개발 등 다양한 기능성 보리들이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당뇨환자들의 건강식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보리를 1㎝ 정도 싹을 틔운 다음 말린 것은 맥아(麥芽:엿기름)라고 하여 식품(식혜)이나 한약재로 사용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식혜의 원료로 사용된다. “농촌진흥청 농사로 농업기술포털”에는 다양한 보리의 품종과 영농기술, 병해충방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동영상으로도 소개가 되기 때문에 활용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농촌진흥청 농사로 농업기술포털" 작목정보 "보리" https://www.nongsaro.go.kr/portal/farmTechMain.ps?menuId=PS65291&stdPrdlstCode=FC020201 |
1-1. 맥류의 파종 적기가 달라지고 있다.
보리나 보리과 같은 맥류는 월동기간 중 반드시 일정 기간 동안 저온(일평균 기온 0∼7℃)을 거쳐야 이듬해 정상적으로 이삭이 나오고 꽃을 피워 결실이 가능한 춘화처리(春花處理 ; vernalization) 기간이 필요한데,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이 춘화 일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맥류의 적절한 파종적기가 조정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표 1. 맥류 파종적기 이동>
구분 | 1월최저기온평균(℃) | 기존파종적기(월/일) | 개정파종적기(월/일) |
중부 (익산-순창-합천-청도-삼척 선 이북) |
-5.1~-7.0 | 10/10~10/25 | 10/15~10/30 |
남부 (익산-순창-합천-청도-삼척 선 이남) |
-3.1~-5.0 | 10/15~10/30 | 10/30~11/10 |
1-2. 기후변화와 춘화 일수 증가
「국립식량과학원」 보고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춘화 일수는 2010년 30일에서 2019년 55일로 25일 증가했다. 이처럼 춘화 일수가 증가하면 어린 이삭이 생기는 시기도 빨라지게 되어서 봄철 이상저온 피해가 커질 수 있다.
2. 보리의 성미, 귀경
보리의 시원하고 달며 짠 성미를 가진다(凉, 甘, 鹹). [명의별록(名醫別錄)]에는 ‘맛은 짜고 성질은 약간 차며 독은 없다’고 되어 있으며, [본초연의(本草衍義)]에는 ‘성질은 평하고 서늘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식량증산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온 봄파종 보리의 경우에는 가을파종에 비하여 시원하고 찬 기운이 부족하다. 또한 보리의 귀경(歸經)은 비, 위 경락으로 들어가 작용한다.
3. 보리의 주요 성분 및 영양적 특성
보리의 주성분은 당질과 단백질이며, 소량의 지질과 칼슘, 인, 철분, 비타민 B군 등이 함유되어 있어 보중익기(補中益氣)하고 오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주식인 멥쌀에 버금간다. 분해효소로는 아밀라아제(amylase), 하이드롤라제(hydrolase), 프로테아제(protease)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인지질과 다양한 지방산을 함유하는데 주요 지방산으로는 팔미트산(palmitic acid), 스테아르산(stearic acid), 리놀레익산(linoleic acid), 올레익산(oleic acid) 등이다. 또한 알란토인(allantoin)이 함유되어 있어 화농성 상처나 만성 궤양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실제 알란토인(allantoin)을 0.03~0.13% 용액으로 만들어 먹으면 위궤양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보리밥의 장점으로는 쌀밥만 먹으면 간에 지방질이 정상의 2~3배 이상 축적되는데 보리를 섞을 경우 이런 장애를 없앨 수 있다. 또 쌀의 경우 섬유질이 적어 장운동이 현저히 저하되어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리의 경우 장운동을 보다 활발하게 한다. 또한 쌀은 산성 식품인데 비해, 보리는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산성 식품의 과다 섭취에 따르는 피해를 중화시켜 막아준다.
4. 보리의 효능효과
방광의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청열이수(淸熱利水), 비(脾)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위기(胃氣)를 조화롭게 하는 건비화위(健脾和胃), 가슴의 번열을 없애주고 갈증을 제거하는 제번지갈(除煩止渴), 대장 기능을 활성화하여 대변을 잘 통하게 하는 윤장통변(潤腸通便)의 효능이 있다. 겉보리를 살짝 겉이 탈 정도로 볶아서 물을 붓고 20분 정도 끓이면 물에 함유된 불순물이나 중금속을 제거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고, 구수한 맛은 물론 특히 설사로 인한 탈수 예방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5. 보리의 주치 응용
보리는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소변불리(小便不利), 가슴에 번열이 있어 입이 마르고 갈증이 심하게 나는 번열구갈(煩熱口渴), 비(脾) 기능이 떨어져 소화기능이 약하고, 음식이 적체되어 헛배가 부른 비위허열(脾胃虛熱), 식적포만(食積飽滿), 창만(脹滿) 등을 다스리고, 위, 십이지장궤양이나 만성 위염이 있는 경우에도 좋다.
6. 보리과 함께 배합하면 좋은 식품과 약재
6-1. 꿀
항암치료에 도움이 된다. 갑자기 소변을 잘못 보고 배뇨통이 심할 때 보리를 끓인 물에 생강즙과 꿀을 타서 차 대신 먹으면 효과가 있다.
6-2. 아몬드와 아보카도
항산화 작용을 향상한다.
6-3. 술
술독을 풀어준다. 비타민 B1이 결핍되면 간과 위가 나빠지고, 치매화 하는 베르니케 뇌증에 이르게 되는데 보리는 이를 예방한다.
6-4. 귀리와 밀
페놀, 식이섬유 등의 섭취가 늘어나 대장암 예방과 치료에 좋다.
6-5. 멥쌀
보리는 조열(燥熱) 하지 않기 때문에 성미가 감평(甘平)한 멥쌀에 30% 정도의 보리를 혼합하여 항상 함께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
7. 보리를 이용한 조리 사례
멥쌀, 찹쌀, 보리쌀 각각 15:15:70의 비율로 만들어 먹는 <꽁보리밥>은 여름철 별미이며 서민들의 친근한 음식이었다. 평상시 쌀밥에 보리를 혼합하여 먹을 때에는 30% 정도의 보리를 섞으면 좋다. 그 밖에도 보리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임상방례 들을 들 수 있다.
7-1. 정신신경 장애로 마음과 정신이 편안하지 않는 부녀자에게
보리 1되, 감초 150g, 대추 10개에 물 6되를 넣고 3되가 되도록 달여서 세 번에 나누어 따뜻할 때 먹는다.
7-2. 번열로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면서 입이 마른 사람
보리 30~60g에 물을 넣고 밥을 짓거나 죽을 쑤어 매일 2~3회 나누어 먹으면 좋다.
7-3. 음식을 먹고 체한 데
맥아와 산사(山楂)를 한 줌씩 섞어 물 300㎖에 넣고 달여서 먹는다. 특히 어린이가 체했을 때는 약간 볶아서 가루 낸 엿기름을 따뜻한 물에 타서 먹이면 효과가 있다.
7-4. 만성 위염이나, 십이지장궤양, 위경련 등에
맥아(엿기름)를 볶아서 가루 낸 것 3~4g을 하루 3번 식후에 먹으면 좋다.
7-5. 심한 설사를 할 때
볶아서 보드랍게 가루 낸 보리를 하루에 3회씩 1회에 5~10g씩 물이나 꿀물에 타서 먹는다.
8. 보리를 먹을 때 주의사항
보리는 성질이 서늘하므로 몸이 차거나 대변이 묽은 사람은 소식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또는 오랫동안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당뇨 환자들이 보리밥을 많이 먹고 있는데, 성이 서늘하고 음기(陰氣)가 많은 식품으로서 음기(陰氣)가 성(盛)한 겨울철에는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겨울철에는 음기가 성한 보리 대신 양기가 풍부한 조를 대용한다. 맥아(麥芽)가 들어 있는 한약제제들은 아스피린, 살리실산나트륨, 테트라사이클린, 니코틴산 등과 함께 사용하면 전분분해효소의 활성이 떨어지므로 함께 쓰면 안 된다. 또한 엿기름은 유산의 우려가 있어 임신부들은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9. 마무리
세계인의 주요 식량 중의 하나인 보리는 오랜 세월 동안 특히 서민들의 식량자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제빵, 제과, 술은 물론 다양한 식품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건강식품의 이미지로 자리 잡아 소비량과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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