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여름철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는 추운 겨울 살얼음이 낀 동치미 국물에 말아 시원하게 먹는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챙기던 음식이다. 냉면의 주 재료로 사랑받는 메밀의 특성과 효능효과, 알맞은 음식배합을 알아본다.
1. 메밀의 특성
메밀(Fagopyrum esculentum Moench)은 여뀌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로 그 종자를 채취하여 국수나, 냉면, 묵 등을 만들어 먹는 대체 구황작물이었다. 특히 가뭄에 강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관개 시설이 미흡했던 옛날에는 가뭄이 심하게 들어 논이나 밭의 작물들이 타들어 갈 때 대체작물로 메밀을 심기도 하였다. 1968년의 한반도를 강타했던 대 한발(旱魃) 때 경부선과 호남선 철로 주변의 논들이 빨갛게 타들어 가고, 결국은 이것을 모두 갈아엎고 메밀을 심었던 기억이 그 시절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이 일어나 부산지역까지 밀리던 상황에서 북으로부터 자유를 찾아 피난을 왔던 피난민들은 천막을 치고 살면서도 연명을 위하여 메밀 한 줌을 빈 공터에 심어 수확하여 국제시장에 나가 팔아서 끼니를 이어갈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여름철에 냉면을 먹는 문화가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였다.
한반도 전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메밀이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과 함께 유명하다.
2. 메밀의 성미, 귀경
메밀의 성질은 서늘하고, 맛은 달고 시큼하며, 비(脾), 위(胃), 대장(大腸) 경락으로 들어가 작용한다.
3. 메밀의 주요 성분 및 영양적 특성
메밀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칼슘, 인, 루틴, 아연, 비타민 B1, B2 등이 들어 있다. 메밀의 검은 겉껍질은 원활한 변통과 이뇨작용을 돕는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루틴은 비타민 P로 불리고 있으며, 메밀의 종실에 비하여 어린 식물체의 잎에 더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녹채나 약초로 재배하여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 외상출혈, 지혈, 당뇨병, 암 등의 성인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약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메밀가루는 효소가 많아 소화가 잘되므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며, 메밀껍질을 베갯속으로 사용하면 가볍고 촉감이 좋으며 건망증,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여 예로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
4. 메밀의 효능효과
4-1.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
메밀은 비(脾)를 튼튼하게 하여 습사를 제거하고, 음식물을 잘 소화시키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몸속의 독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健脾除濕, 消積降氣, 益胃, 解毒) 여기서 습사(濕邪)란 소화흡수되고 남은 양분이 중성지방으로 변하여 장간이나 복부에 쌓이는 것으로서 내장지방 같은 것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4-2. 노폐물의 제거와 정신을 맑게 하는 효과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메밀은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노폐물을 배출한다.’ 고 하였으며, 『본초식감』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하였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체기를 내리게 한다.’ 고 하였다.
4-3. 메밀과 피부미용 효과
메밀에는 시스틴 성분이 많아서 피부에 윤기와 생기를 주고 플라보노이드 화합물인 헤스피리딘을 함유하고 있어 혈관을 튼튼하고 탄력 있게 해 준다. 또한 풍부하게 들어있는 비타민B1, B2, 철분 등은 말단 세포까지 영양과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해 주어 혈색을 좋게 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4-4. 혈관건강과 고혈압, 동맥경화의 예방 및 치료효과
메밀에는 비타민D의 일종인 루틴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관의 탄력성을 높여주어 고혈압, 동맥경화의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열을 내려주며 독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메밀에는 다른 곡물에서 보기 드문 필수아미노산 8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특히 다이신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혈관을 확장하고 튼튼하게 하여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
4-5. 기타 메밀의 효능효과
이 밖에도 메밀은 위장에 음식물이 적체되어 헛배가 부른 장위적체, 이질, 만성설사, 부녀자의 대하증에 좋고, 자한, 도한, 포진, 단독, 옹저, 발배, 나력, 탕화상, 언어장애, 숨 가쁨 등의 증상, 팔다리 저림, 목이 뻣뻣한 증상, 몸에 열이 많아 머리에 부스럼이 계속 생기는 증상 등에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5. 메밀과 함께 배합하면 좋은 식품과 약재
5-1. 메밀과 좋은 배합사례
모시조개(태양인에게 잘 어울림), 무(해독작용, 무의 각종 소화효소와 메밀이 상호작용), 오렌지(비타민 D는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할 때 그 효과가 월등히 높아짐), 당귀(엄청난 당질이 함유되어 두뇌활동이 발달), 우유(우유랑 같이 섭취하면 영양균형상 매우 좋음), 들깨(들깨와 함께 섭취하면 필수지방산을 보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음), 파, 김(메밀 속의 루틴은 파와 김에 들어 있는 비타민 C와 결합하면 그 작용이 더욱 활발해짐) 등은 좋은 배합 사례들이다.
5-2. 기타 메밀을 이용한 처방사례
메밀은 이 밖에도 부녀자의 소변이 탁하고 백색 대하가 있는 경우(메밀 적당량을 노르스름하게 볶은 다음 곱게 빻아 물에 타서 1회 6g씩 1일 3회 먹으면 소변이 맑아지면서 부녀자의 백색대하가 점점 줄어든다.) 요즘은 메밀차로 가공하여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5-3. 메밀을 이용한 조리 사례
메밀을 이용한 조리 사례들은 매우 많다. 어린 순과 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으며, 메밀국수 280g, 쇠고기(등심) 100g, 당근 30g, 실파 5대, 홍고추 1/2개, 김 1/2장, 다시마, 물 6컵, 가다랭이포 3큰술, 간장 1큰술과 무 100g, 간장 3큰술, 다시마 우린 물 1/2컵, 고추냉이 1큰술, 실파 2큰술) 등을 원료로 만들어 먹는 <메밀국수&무즙소스>를 들 수 있다. 또 메밀가루, 신김치, 두부, 버섯, 물, 다진 파, 마늘, 소금, 참기름, 간장 등을 원료로 하여 만드는 <메밀전병>, 함경도의 향토요리로 회냉면이라고도 하는 <함흥냉면> 등은 별미이면서 지역 특산음식이라 할 수 있다.
6. 메밀을 먹을 때 주의사항
메밀을 먹을 때 주의사항을 정리해 보면, 먼저 비위(脾胃)가 허한 사람은 복용을 금한다. 평위산이나 명반류와 함께 먹으면 안 되고, 메밀을 너무 많이 먹으면 풍기를 유발하고 어지럼증을 일으키며 특히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풍을 발동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기름기가 많은 육류와 함께 먹으면 육류의 지방성분이 메밀의 찬 성질과 결합하여 잘 분해가 되지 않으므로 좋지 않다. 한국의 식문화 중 인기 상품인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고 나서 메밀냉면을 먹는 것은 대표적 사례로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식문화 중의 하나이다. 또한 찬 음식을 먹고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섭취를 피한다.
7. 마무리
메밀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는 식품이자 약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태양인의 경우 보통 ‘열격’ 또는 ‘반위’‘반위’ 증상이라고 하여 음식을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거나 잘 토하는 증상이 많은데, 메밀은 참 좋은 음식이자 약이다. 다만 이 경우 자극성이 강한 비빔냉면보다는 물냉면으로 드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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