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즈음엔 반드시 먹고 지나가야 하는 오곡밥엔 수수가 들어갔다. 아기의 돌잡이 상에도 수수팥떡이 올라갔다. 속을 따뜻하게 하고 지혈작용을 하는 수수에 대하여 그 특성과 품종, 효능효과, 알맞은 음식배합을 알아본다.
1. 수수의 특성
수수(高梁 : Sorghum bicolor L.)는 벼과(禾本科)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로 뿌리도 고량근(高粱根)이라 하여 약용한다. 수수는 촉서(蜀黍)라고 하는데 촉서의 중국 발음이 [shushu]이고, 또한 삼국시대 촉(蜀) 나라의 본고장이었던 북서부, 지금의 사천성이나 감숙성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음에서 그 이름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장리머우(장예모) 감독의 출세작으로 공리와 강문이 주연을 맡아 1988년 황금곰상을 받는 영화 “붉은 수수밭”을 기억하는 세대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었던 붉은색 렌즈필터를 사용한 기법으로 강하게 어필했던 붉은 화면이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무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1930년대 일본의 대륙침략이 한창이던 중국에서 수수를 재료로 고량주(高粱酒)라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었던 점이다. 이처럼 수수는 식량은 물론 술, 떡 등 다양한 재료로 활용이 가능한 귀한 곡식이었으며, 약재이기도 하였다.
“농촌진흥청 농사로 농업기술포털”의 작목정보에는 수수의 기원과 분류부터 국내외 생산 및 이용 현황, 육성품종과 영농기술, 병해충방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소개하고 있으며 동영상으로도 소개가 되기 때문에 활용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1-1. 재래종 수수
현재 한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재래종은 형태별로 15종 정도인데 종류별로는 대부분이 씨알용이고, 빗자루용 3종류, 단수수가 1종류이다. 이를 배유(胚乳)의 특성에 따라 나누면 찰수수와 메수수로 나뉘고 대부분의 재래종은 키가 2m를 넘고, 큰 것은 4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1-2. 수수 주요 육성품종
지금까지 육성 보급되는 수수 주요 품종은 ‘황금찰수수’, ‘남풍찰’, ‘소담찰, ’중모4002‘ 등이 찰수수로 보급되어 재배되고 있고, 메수수로는 ’동안메‘가 있다. 이들 주요 특성은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농촌진흥청 농사로 농업기술포털" 작목정보 "수수" https://www.nongsaro.go.kr/portal/farmTechMain.ps?menuId=PS65291&stdPrdlstCode=FC040403 |
2. 수수의 성미, 귀경
수수는 성질은 따뜻하고(온 溫), 맛은 달고 떫다(감삽 甘澁). 또한 수수의 귀경(歸經)은 비, 위 경락으로 들어가 작용한다.
3. 수수의 주요 성분 및 영양적 특성
수수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이 가장 많고 단백질, 지질, 조섬유 등이 상당량 들어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칼슘, 인, 철분, 칼륨 등 뼈의 주성분이 되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며,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이 함유되어 있다.
4. 수수의 효능효과
비를 튼튼하게 하고 위의 기운을 더하며(건비익위健脾益胃), 설사를 멈추게 하고(지사止瀉), 곽란을 다스린다.
5. 수수의 주치 응용
수수는 비 기능이 허약하여 자주 설사를 하는 비허설사, 곽란과 소화불량, 담습해수, 그리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꿈을 많이 꾸는 실면다몽(失眠多夢) 등을 다스린다. 6. 수수과 함께 배합하면 좋은 식품과 약재
6. 수수와 배합하면 좋은 식약재
6-1. 설탕
급성 위장염으로 인한 구토, 설사에 좋다.
6-2. 달걀
감기로 식욕이 떨어지고 장의 연동운동이 제대로 되지 못해서 속이 부글거리며 혹은 설사가 날 때, 또는 감기로 관절 마디마디가 모두 쑤셔올 때 좋다.
6-3. 부추
요통(腰痛) 중에서 특히 성기능 저하를 수반하며 허리가 아픈 신허요통(腎虛腰痛)에 좋다.
6-4. 대추
소아의 소화불량을 개선한다.
6-5. 수수뿌리에 설탕을 배합
수수뿌리에 설탕을 배합하면 기능성 자궁출혈, 산후출혈에 좋다.
7. 수수의 이용과 조리 사례
수수는 탄수화물이 주성분으로서 쌀이 부족한 산간 지역의 식량으로 중요하게 사용되었다. 또한 엿, 과자, 떡, 술의 원료로 많이 이용되는 곡식이었다. 이 밖에도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고, 수수 속에 들어 있는 프로안토시아니딘이라는 성분은 방광의 면역기능을 강화시키고 세포의 산화스트레스를 줄여서 염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어린이의 소화불량을 다스리고자 할 때는 수수를 절구에 찧어 첫 번째 겨(糠)는 버리고, 두 번째 겨를 취하여 딴딴한 껍질 등 이물질을 골라내고 솥에 넣어 저으면서 볶아서 색깔이 황갈색이 되고 향기가 나면 꺼내어 식힌 다음 이것을 하루에 3~4회, 1회에 2~4g씩 온수에 복용한다.
또 어린이의 소화불량을 치료하는 데는 노릇노릇하게 볶은 붉은 수수 37g에, 씨를 제거하고 약간 눌어붙을 정도로 볶은 대추 10개를 함께 가루 내어 두 살 된 어린이에게는 한 번에 7.4g씩, 3~5세 된 아이에게는 한 번에 11.1g씩을 하루에 두 번 복용시킨다.
찰수수 가루 3컵, 붉은팥고물 또는 콩가루, 생수 5컵, 소금 약간을 주원료로 만들어 먹는 <수수경단>은 통과의례 음식으로도 중요하고, 찰수수가루 3컵, 노란콩 1컵, 잣 1큰술, 생수 5컵, 소금 약간을 원료로 만드는 <수수경단 콩국수>는 기능성과 맛을 겸비한 조리 사례라 할 수 있다.
8. 수수를 먹을 때 주의사항
수수는 당뇨병 환자는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9. 마무리
한국의 전통 통과의례 음식 중에 아기의 돌에 붉은 팥고물을 입힌 수수경단이나 수수팥떡을 만들어 먹이는 풍습이 있다. 붉은팥의 붉은색은 나쁜 사기 즉 악귀나 액을 물리친다는 벽사(辟邪)의 상징으로서 민간에 전해져 오는데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 보면 여기에도 조상들의 빛나는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데, 흔히 나이가 들어서도 잘 넘어지는 사람을 가리켜 “돌에 수수떡도 못 얻어먹었나, 이렇게 비실비실하게...!”라는 속담이 생긴 데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수수 속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칼슘, 칼륨, 인, 철분 들은 혈액과 뼈의 주요 성분으로서 골격이 형성되면서, 성장의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지고 활동이 많아지는 돌 무렵에 이러한 성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고자 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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