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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지(알면 쓸만한 신박한 지혜)

제주 관광 산업 이대로 좋을까? (그래도 희망을)

by 느티나무곽교수 2024. 7. 30.

뜻있는 분들이 모이면 하는 얘기다. 한국의 물가가 너무 높다고도 하고, 제주도를 가느니 동남아시아 국가로 나가게 되는 이유가 있다느니, 무엇이 문제일까? 가뜩이나 경제난에 힘들어하는데, 숙소와 음식 그리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중심으로 그 속내를 한번 들여다보자.

 

1. 제주 여행의 시작

여행의 시작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관점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첫 번째로 느끼는 것은 역시 숙소의 문제다.

깨끗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고, 저렴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면 좋은 숙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가적인 편의시설 같은 것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위와 같은 조건들이 숙소의 필수조건으로 볼 때  제주도의 숙소는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지금까지 필자의 경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갈수록 가성비가 떨어지는 숙소"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비싸고, 그에 따른 만족도는 점점 더 떨어진다는 의미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여 최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경우는 그런 저런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겠지만, 대다수의 보편적 서민들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2. 먹는 문제.

여행의 필수요소가운데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어쩌면 우리가 낯선 곳을 여행할 때 가장 크게 남는 기억 중의 하나는 그곳에서 만 맛볼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추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주부들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식사 준비의 부담을 더는 것을 물론 낯선 곳에서 만나는 별미에 대한 기대감이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켜 주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 전 그곳의 명소와 함께 맛집들을 검색하고, 조사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제주도의 음식은 가성비가 떨어지고 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맛집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하는 블로거들의 말만 믿고 찾아갔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가성비가 높은 숨은 맛집들이 전혀 없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음식의 맛과 질에 비하여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얘기다.

3. 식당을 운영하는 철학.

제주에 가면 꼭 들르는 집이 두어 군데 있다.

그중 하나는 남원읍 쪽에 있는 작은 식당인데 우연히 들러 단골이 된 집인데, 할머니께서 평생을 해 오신 식당이다.

누구나 들어감직한 평범한 식당인데 이 집의 추어탕이 일품이다.

작년에 갔을 때는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 아들과 며느님이 대를 이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조의를 표하고 사연을 들으니, 평생 고객과의 약속이라 생각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식당문을 닫지 않으시고 고된 일을 계속하신 걸 알고 있었기에 크게 돈 되는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대를 물려받아 식당을 하게 되었노라고 했다.

가격도 크게 올리지 않고, 매일매일 습관처럼 문을 열고 서비스를 하고 있단다.

이런 게 고객에 대한 서비스정신 아닐까 하여 내 마음속 제주 1호 단골로 정하였다.

 

또 하나는 아주 오래된 고풍스러운 가게인데, 한림 쪽에 있는 이 집은 정원이 일품이다. 

수령 100년 이상된 거목들과 500 여점이 넘는 수석을 품고 있는 넓은 정원을 바라보며 맛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제주 향토음식점이다. 

곽교수가 정한 제주맛집 - 한국(제주)
곽교수가 정한 제주맛집 - 한국(제주)

 

들어서면 아름드리나무들이 빼곡히 그늘을 이루고, 잘 가꾸어진 정원에는 나무와 어울리는 돌들과 돌 화분들이 조화를 이루고 손님을 맞는다. 하지만 정원에 못지 않게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주인장의 진심이다.

해방되던 해인 1945년부터 3대를 이어온 이 가게는 백범 김구선생을 비롯하여 유명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집으로, 전복돌솥밥을 전문으로 하는데, 진정 전복에 진심인 주인장의 정성이 묻어나는 식탁의 정감이 제주도를 갈 때마다 꼭 한 번씩은 찾게 만드는 집이다. 물론 생선조림, 돔베고기, 몸국 등 제주도의 향토음식도 다루고 있다.

형식적으로 전복 몇 조각 넣는 여늬 식당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주인장의 자부심과 고객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가격도 착하고, 거기다 이 집은 쌀을 참 좋은 것을 쓴다.

자신이 쓰고 있는 쌀 품종을 잘 알고, 그 쌀만 고집한단다. 특히 이런 점에서 믿음이 간다.

"무슨 쌀 품종을 쓰세요?"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음식점주들이 대답하는 "모르겠는데요." 또는 "혼합미요." 하는 대답과는 전혀 다르다. 바로 이런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재료를 아끼지 않고 고객과의 약속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 고객을 감동시키고 사로잡는다.

4. 맛집의 허울

올해 제주 여행에서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안 해본 경험을 하기로 하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매스컴을 타면서 엄청나게 유명해진 돈카츠 가게를 꼭 한 번 경험해 보기로 하였다. 제주에 가면 꼭 한 번은 먹어봐야 한다는 유명한 맛집이란다.

그야말로 젊은이들이 말하는 광클릭을 하지 않으면 예약 자체가 어려워서 포기하고 돌아온다나 어쩐다나...?

아이들이 몇 번의 제주 여행에서 번번이 예약에 실패를 하여 못 먹어 봤다고 안타까워하기에 이번엔 내가 나서기로 하였다.

뭐 특별히 재주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날 마침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마땅히 일정을 소화하기도 애매한 날이어서 렌터카를 몰로 그 집에 가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늙은이가 시간 죽이는 역할을 맡기로 하고 갔는데, 비가 많이 와서 인지 소위말하는 오픈런(open run)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키오스크로 접수를 하는데, 앞에 30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단다.

전화기로 연락이 온다고 하여 숙소로 돌아갔고, 정말 운 좋게도 점심시간에 맞추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들어간 "Y돈".

고기는 너무 두껍고, 옷으로 입힌 튀김가루는 너무 거칠어서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입을 베일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집의 별미라 하여 시킨 볼카츠는 짜고, 입맛을 사로잡을 특별한 특색도 없고, 찍어먹는 소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아내의 솜씨보다 훨씬 못하다.

쌀은 무슨 품종을 쓰는지 밥은 형편없고, 곁들여 나온 샐러드는 수준 이하다.

이것이 몇 년을 기다려 먹는 돈카츠냐며 딸아이도 아내도, 물론 나도 음식을 모두 남겼다.

식판을 반납하면서 둘러보니 음식을 남긴 것은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절반이상의 식판에 음식이 남은 채로 반납대에 올려져 있었다.

이렇다.

매스컴이나 SNS 블로거들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이러니 가맹점주들의 원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 아닐까?

필자가 알기로는 이 가게 또한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알고 있으며 대표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한민국의 저명한 인사로 알고 있다.

5.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허실

요즘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는 주제 중의 하나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관한 소식이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긴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모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 대표이사의 말을 들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메뉴를 개발하고, 지도를 받더라도, 자신만의 노우하우를 가지고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자신이 없다면 식당을 시작하는 것은 엄두를 내면 안 된다. 고객의 지갑을 여는 것은 프랜차이즈 대표이사의 레시피가 아니다."는 논지였다. 덧붙여서 "같은 회사에서 나온 같은 라면을 끓여도 끓이는 사람마다 맛이 다 다르다."는 대표이사의 말을 음미해 봄직하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한다. 형평성 차원에서...

한국의 전후세대 은퇴자들이 그동안 가장 많이 뛰어든 부분이 치킨가게였다는 통계를 보았다.

그러나 치킨가게를 해서 성공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들어본 기억이 없다.

가맹점을 운영하는 본사는 돈을 많이 번다는데....

한 달에 얼마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본사의 얘기를 믿고 거침없이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하기 십성이다.

가게를 열기 전 들어가는 시설, 설비, 인테리어는 말할 것 없고, 모든 식자재는 물론 심지어 식당에서 사용하는 브랜드 로고가 찍힌 화장지 한 장까지도 본사에서 보내주는 것을 받아서 사용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은 그대로 경비로 계산이 된다.

계약서에 적힌대로 점주는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먼저 본사에 납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수익은 고작 몇십만 원...
가겟세 내고, 인건비다 뭐다 제하고 나면 매달 마이너스가 얼마... 이런 손익계산서가 떨어진다.

그러니 가맹점주들이 피켓을 들고 본사 앞에 모여서 시위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6. 마무리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들과 함께 성공하고 상생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하고, 가맹점주들도 체인업에 뛰어들기 전에 면밀한 사전 분석과, 준비과정, 그리고 일정기간 동안의 실전 경험을 쌓은 후에야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50대, 60대에 뛰어들어 실패를 하면 이제는 "다시"라는 단어가 허락되지 않는 비참한 노후를 맞이할 수도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