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1회 출연료가 억대. 아무리 머리를 돌려가며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래야지? 그런 한편으로는 반지하 월세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이어가며 '쨍하고 해 뜰날'을 기다리는 연예인들의 모습도 더러 비친다.
1.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수입분배
몇 년 전 벼르고 별러 아내와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평소 가고 싶었던 주제여행 중 이번에는 음악여행이었다. 오스트리아 한 나라만 딱 택해서 한 달쯤 쉬었다 오는 여행이었다.
장르별로 음악프로그램을 몇 개 국내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현지에 가서도 다양한 작은 음악회를 찾아다녔다.
물론 잘츠부르크 여행에서는 현지 유학생의 하루 안내를 받으며 모차르트와 그 가족들의 족적을 찾아보기도 하였다.
2. 음악이 생활화된 나라
국내에서 예약한 덕분에 비엔나 소년합창단의 찬양을 들을 수 있는 예배에도 참석을 할 수 있었고, 예배가 끝난 후에는 귀여운 단원들과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도시 이곳저곳에 있는 작은 음악당에 가서 한두 시간 정도의 음악회를 관람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었고, 중간 휴식시간에는 연주홀 앞에 마련된 휴식공간에 나와 차나 와인을 마시며 즐겁게 환담하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물론 멀리 동양에서 온 외국인에 대한 친절과 예절도 잊지 않았고, 자기네 고장을 찾아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3. 유학생들도 생활이 가능한 수익분배 구조
잘츠부르크 시티투어를 예약하고 갔는데, 안내를 맡은 이는 한국에서 유학을 간 음악대학원 학생이었다. 성악을 전공하는 아들 또래의 이 학생은 그곳에서 단원생활을 하면서 가족(배우자와 딸)의 부양을 위해 모국인들을 대상으로 주말이면 현지 가이드를 하고 있었다. 물론 가이드 자격증을 따고 등록도 한 합법적인 활동가다.
조금 허물없이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단원활동을 하면서 받는 급료로 생활에 어려움은 없어요?"
그러자 놀라운 질문이 되돌아왔다.
"아버님!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에서 급여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하는 게 아닌가.
거침없이 "그야 지휘자가 처우가 가장 좋을 거고, 그다음으로는 제1바이얼리니스트 아닌가요?"라고 대답하자 웃었다.
"당연히 지휘자님은 별도의 계약에 의해서 모셔오니까 처우가 다르지요. 그런데요, 단원들은 상황이 달라요. 연주 내내 가장 열심히 연주하는 제1바이올린이나 30분 또는 1시간을 기다렸다가 한번 연주를 하는 트라이앵글 주자나 똑같이 급여가 주어진답니다. 말 그대로 n분의 1씩 분배하는 구조랍니다."
솔직히 많이 놀랬다.
이러한 분배 구조는 귀국 후 모 문화원의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질문했을 때도 똑같은 답을 들었다.
4. 클래식과 대중 연예는 왜 다른가?
시대는 항상 우상을 원한다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다.
많은 의문을 품고 여기저기 문의를 해 보았지만 시원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 받는 출연자의 출연료는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전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주연배우가 가져가고, 그 외의 출연자나 스탶들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쥐어짜서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가 완성되는 셈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물론 혼신을 다하여 열연을 하는 명품배우들이 주는 감동의 순간은 한 사람의 삶에 변곡점을 만들어 줄 만큼 위대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한 달 수입이 고급 외제차 한두 대 값을 넘는다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들의 연기가 오랜 세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연마한 결과물이어서 그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전체 제작비의 70~80%가 한 사람의 주연배우에게 지급되는 분배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가 연기하는 동안, 수많은 스탶들과 조연배우들은 숨죽이며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5. 이건 고쳐져야 한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트롯경연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오랫동안의 무명생활을 하던 가수들이 단번에 유명가수의 이름표를 달고, 1회 출연료가 수천만 원을 홋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년 대학가의 축제가 유명연예인 모시기 경쟁을 벌인적이 있다. 전체 축제 예산의 2/3을 들였네, 3/5을 들였네 하여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이다.
물론 출교길에 기타를 들고, 쉬는 시간에는 교정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통기타를 켜며 노래를 부르거나, 세시봉으로 대표되는 크고 작은 시내의 카페나 음악홀에서 통기타를 치며 시대를 노래하던, 대학생들이 사회문화를 선도하던 70-80 세대들의, 소위 대학문화가 사회를 리드하던 시절 하고는 많은 시대적,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대학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문화가 지역사회에 파급되고 지역문화를 리드할 수 있는 축제가 아니라면 그 축제는 의미가 없다.
6. 마무리
유명한 배우가 연말 시상식에 나와 남우주연상을 받은 후 한 수상 소감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저 스탶들의 수고로 잘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을 하나 걸쳤을 뿐인데, 이 모든 영광은 함께한 스탶들의 것입니다."
주연배우나 막네 스탶이나 똑같이 수익을 배분받는 공정한 수익분배 구조가 자리 잡는 게 맞다.
트라이앵글이나 심벌즈를 연주하는 주자는 한 시간 내내 다른 주자들의 연주를 함께 읊조리며 자기 순서가 왔을 때 딱 맞추어 최고의 소리를 내야 하는 고독하고 지루하고, 힘든 연주자이며 그들이 빠지면 오케스트라가 완성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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