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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지(알면 쓸만한 신박한 지혜)

김밥, 라면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

by 느티나무곽교수 2024. 5. 16.

필자가 조금 젊은 시절에 "라보때"라는 음식 메뉴(?)가 있었다. 한 끼 점심 정도는 '라면 보통으로 때운다.'의 의미의 우스개 소리였다. 라면 한 봉지의 함량이 250g이던 시절이었고, 이거 하나면 젊은 청춘이라도 점심 한 끼로 손색이 없었다.
 

1. 물가가 심상치 않다.

매일 산책길에 지나가는 상가 먹자골목이 있다. 
원래는 그 길을 잘 이용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K본부에서 방영하는 "인* 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 푸드트럭을 운전하면서 젊은 아빠 혼자서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키우는 열심남이 소개되었고, 방송이 나간 후 얼마 지나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그이가 차린 작은 빵집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날은 아내와 함께 일부러 산책로를 바꾸어 거길 지나갔는데, "달* 제과"라는 이름의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앞 광장에는 100여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인파들이 번호표를 한 장씩 들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고,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우리 서민들이 보내는 공감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인근 도시에서까지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하고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하나같이 하는 말은 "어려운 사람, 열심히 사는 사람, 도와주어야 되지 않겠냐...?"였다.

2. 반짝하는 홍보효과는 오래갈 수 없다.

방송을 타고나서 호황을 누리던 청년가장은 어느 날 소리 없이 가게를 넘기고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꽈배기"를 얼마나 먹겠는가?
방송의 효과를 보고 후원도 좀 받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야심 차게 시작을 하였지만, 어느 날부터 대기하는 손님들이 줄어들더니 마침내는 문을 닫았고, 어느 날 그 자리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자리를 하였다.
느낌이 그랬다. "반짝하는 홍보 정도로는 근본적인 지원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3. 급변하는 상가.

그 골목을 지나갈 때마다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점포임대"라는 대문짝 만한 문구들이었다. 어느 날 인테리어 업체를 불러 공사를 시작하고, 아파트에 홍보전단이 날아오고, 개점을 알리는 요란한 현수막과 축하 화분들...
그리고는 대개 6개월을 못넘긴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된다.

4. 스캇♧♧♧ 교수

은퇴 전 대학에서 함께 만나 가끔씩 점심을 함께 하던 외국인 교수님이 계셨다.
그 교수님이 가장 선호하는 최애 식당은 "김밥 *국"이었다.
그곳을 좋아하는 확실한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계셨다.
첫째 메뉴가 다양하다. 둘째 가격이 싸다. 셋째 양이 푸짐하다. 넷째 서민적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교수님은 자신의 이름을 잘 불러야 한다면서 농담을 잘하시곤 했다. 자신의 이름 Scot을 잘못발음하여 Skirt로 발음하면 성희롱으로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시시콜콜한 농담부터 시작하여, 지난주까지 김밥이 얼마였는데, 이번주부터 500원이 올랐다는 푸념까지...
그래도 이 양반 지금도 한국에서 근무 잘하고 있다.

5. 매일 다니는 그 골목에

거의 매일 다니는 그 골목에 어느 날부터 김밥집이 들어섰다.
무심코 지나쳤는데, 어느 날 가게 앞에 써 붙여진 메뉴판을 보고는 내심 많이 놀랬다.
우리 집 앞에 김밥 한 줄이 2천 원을 할 때였다.
그런데, 2천 원짜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최하가 3천5백 원 보통 4천5백 원 이상이다.
라면도 마찬가지였다. 최하가 4천 원이다. 

6. 장바구니 물가

흔히 장바구니물가라고 불리는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천정부지 정말이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뛰고 있다.
5만 원짜리 한 장이면 뭐 사고, 뭐 사고해서 그럭저럭 장을 봐 왔던 시절은 옛말이다.
사과 하나에 2만 원 3만 원짜리가 등장했다고 하니 할 말 다 했다.

7. 마무리

정부에서는 과일값을 잡겠다고 대형 유통업체에 지원금을 준단다. 
집 앞에 청과물 가게를 가니 자기들 같은 소상공인들은 지원대상이 아니란다.
서민 장바구니 물가 부담 줄이겠다고 대형 유통업체만 배불려 주는 건 아닌지 재검토해 보길 바란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하는 양반들보다 견문과 경륜이 낮은 바보들이 아니다.
파 한 단에 얼마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100원이 싸다고 하면 몇 분을 걸어서라도 거기 가서 장을 봐온다.
대형 유통업체의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해서 차상위계층의 서민들에게 직접 지원하고, 그 지역의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들의 구멍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답이다.
전국민에게 얼마씩일괄 지급하는것도 답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