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랑 "동의보감-제1권 내경 편"에 보면 신침법(神枕法)이 소개되고 있다. 말 그대로 '신선이 되는 신비한 베개'라는 뜻인데, 늙지 않고, 백발이 흑발이 되며, 빠진 치아가 다시 나온다는 신비로운 베개로 소개한다. 그 제작 방법과 원리를 알아본다.
1. 기원
일명 신선이 된다는 신비로운 베개, 신침법(神枕法)은 조선시대 허준의 저서 "동의보감, 제1권 내경 편"에 소개되었다. 중국의 옛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신침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얘기는 다음과 같다.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싣는다.
1-1. 신침법에 얽힌 이야기 번역문
옛날 태산 아래에 한 늙은이가 살았는데, 이름은 전해지지 않는다. 한 나라 무제가 동쪽을 순행하다가 길가의 밭에서 김을 매는 늙은이를 보았는데, 등 위로 몇 척 높이나 되는 하얀빛이 어리고 있었다. 무제가 이상하게 여겨 "도술을 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하기를 "신이 85세 때 쇠약하고 늙어 죽음이 드리워졌으며 머리가 하얗고 이가 헐었는데, 어떤 도사가 신에게 대추를 먹고 물을 마시면서 곡식을 끊으라고 하며 신침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속에는 서른두 가지의 약물이 들어가는데, 그중 스물네 가지 약물은 좋은 것으로, 24 절기에 해당합니다. 여덟 가지 약물은 독이 있는 것으로, 팔풍(八風)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이 그대로 만들어 시행해 보니 다시 젊어지고 하얀 머리가 검게 되고 빠진 이가 다시 나며 하루에 3백 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년에 신의 나이가 180세로, 세속을 떠나 산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자손들이 그리워 다시 곡식을 먹기 시작한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신침의 힘이 남아 있어 다시 늙지는 않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무제가 그의 얼굴을 보니 50여 세 정도로 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니 모두 그러하다고 하였다. 이에 무제가 신침 만드는 방법을 전해받고 베개를 만들었지만 곡식을 끊고 물만 마시는 것은 따르지 못하였다.
1-2. 신침법에 얽힌 이야기 원문
昔泰山下有老翁, 失其名字. 漢武帝東巡, 見老翁鋤於道傍, 背上有白光高數尺. 帝怪而問之, 有道術否. 老翁對曰, 臣昔年八十五時, 衰老垂死, 頭白齒豁. 有道士者, 敎臣服棗飮水絶穀, 幷作神枕法. 中有三十二物, 其中二十四物善, 以當二十四氣. 其八物毒, 以應八風. 臣行之, 轉少, 白髮還黑, 墮齒復生, 日行三百里. 臣今年一百八十矣, 不能棄世入山, 顧戀子孫, 復還食穀, 已二十餘年, 猶得神枕之力, 往不復老. 武帝視其顔狀, 常如五十許人, 驗問隣人, 皆云信然. 帝乃從受其方作枕, 而不能隨其絶穀飮水也.
1-3. 해설
한무제(B.C156〜87)는 15세에 제위에 올라 54년을 황제의 자리에 재위하고 70세에 서거한 당시로서는 매우 장수한 황제였다. 그는 제위에 오른 뒤 전국을 순행하였는데, 이는 당시 제후국을 돌아보면서 중앙의 통치권을 확인하고, 백성들을 위무하기 위한 통치수단의 하나였다.
2. 신침(神枕) 만드는 법
2-1. 베개 만드는 방법
5월 5일이나 7월 7일에 산속에 있는 잣나무를 베어 베개를 만든다. 길이는 한 자 두 치(36.36㎝), 높이는 네 치(12.12㎝), 가운데 빈 곳의 용량은 한 말 두 되((21,600㎖=21.6리터)로 하며, 속이 빨간 측백나무로 두께가 두 푼(0.6㎝)인 뚜껑을 만드는데, 뚜껑은 치밀하게 만들어 꼭 맞아야 하고, 열고 닫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뚜껑 위에 3줄로 구멍을 내는데, 한 줄마다 마흔 개의 구멍을 뚫어 백이십 개의 구멍을 좁쌀만 한 크기(1〜2㎜)로 낸다.
2-2. 신침 제조법 원문
用五月五日七月七日取山林柏以爲枕. 長一尺二寸, 高四寸, 空中容一斗二升. 以柏心赤者爲盖, 厚二分, 盖致之令密, 又當使可開閉. 又鑽盖上爲三行, 行四十孔, 凡一百二十孔, 令容粟米大.
2-3. 해설
여기서 문제 되는 부분이 '取山林柏...'인데, 백(柏)을 '잣나무'로 보느냐 '측백나무'로 보느냐의 문제다. 상당수의 한자 자전을 보면 측백나무가 먼저 나온다. 그리고 측백나무의 종자를 '백자인(栢子仁)'이라고 하여 측백나무라고 번역한 문헌들이 많이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송백(松柏)'이라고 하여 '소나무와 잣나무'를 일컫는 것이 일반적 쓰임새이며, 오래된 잣나무의 심재(心材) 부분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 잣나무라고 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3. 들어가는 약재
3-1. 약재의 사용법과 효능
천궁, 당귀, 백지, 신이, 두형, 백출, 고본, 목란, 천초, 계피, 건강, 방풍, 인삼, 길경, 백복령, 형실, 육종용, 비렴, 백자인, 의이인, 관동화, 백미, 천초, 미무, 이상 스물네 가지는 24기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하는 독(毒)이 있는 여덟 가지는 팔풍(八風)에 해당된다. 오두, 부자, 여로, 조협, 망초, 반석, 반하, 세신이다.
이상 서른두 가지 약물 각 한 냥(37g)씩.
이 서른두 가지의 약물을 모두 썰어 독약을 밑에 넣고, 그 위에 나머지 약으로 베갯속을 채운다. 그리고 베로 베갯잇을 입힌다. 이 베개를 100일을 베면 얼굴이 반지르르해지고, 1년을 베면 몸속의 병 하나하나가 모두 낫고 몸 전체에서 향기가 나며, 4년을 베면 흰머리가 검게 변하고 빠진 이가 다시 나며 귀와 눈이 밝아진다.
3-2. 약재 사용법과 효능 원문
川芎, 當歸, 白芷, 辛夷, 杜蘅, 白朮, 藁本, 木蘭, 川椒, 桂皮, 乾薑, 防風, 人蔘, 桔梗, 白茯苓, 荊實, 肉蓯蓉, 飛廉, 柏實, 薏苡, 款冬花, 白薇, 秦椒, 蘼蕪, 凡二十四物, 以應二十四氣. 加毒者八物, 以應八風. 烏頭, 附子, 藜蘆, 皂莢, 苘草, 礬石, 半夏, 細辛, 凡三十二物各一兩. 皆剉, 以毒藥上安之滿枕中, 用布囊以衣枕. 枕之百日, 面有光澤. 一年體中諸疾, 一皆愈而身盡香. 四年白髮變黑, 齒落復生, 耳目聰明.
3-3. 해설
도량형은 현대인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괄호 속에 CGS단위법으로 표기하였다.
4. 후기
4-1. 후기 번역문
이 신묘한 처방은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전할 사람이 아니면 전해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정말 그러한지 무제가 묻자, 동방삭이 대답하기를 "옛날 여렴(女廉)이 이 처방을 옥청(玉淸)에게 전하고, 옥청은 광성자(廣成子)에게 전하고, 광성자는 황제에게 전하였습니다. 최근에는 곡성도사(穀城道士) 순우의(淳于意)가 이 약침을 베었는데, 100세가 되어도 머리가 세지 않았습니다. 대개 병은 모두 양맥(陽脈)을 따라오는데, 약 베개를 베면 풍사(風邪)가 침입하지 못하여 사람이 건강하게 됩니다. 또 비록 베로 베갯잇을 씌웠어도 위에다 다시 가죽 자루로 싸 두었다가 잘 때 가죽을 벗겨낸다." 라고하였다. 무제가 노인을 불러 몇 필의 비단을 하사하였으나 노인은 받지 않고 가로되, "신하가 임금을 대하는 것은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식이 얻은 도를 부모에게 바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신은 도를 파는 사람이 아니며 폐하께서 선(善)을 좋아하시므로 이렇게 바치는 것일 뿐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무제는 노인에게 (비단 주는 것을) 물리고 다시 여러 약재를 하사하였다.
4-2. 후기 원문
神方驗秘不傳, 非其人也, 武帝以問東方朔. 答云, 昔女廉以此方傳玉靑, 玉靑以傳廣成子, 廣成子以傳黃帝. 近有穀城道士淳于公, 枕此藥枕, 年百餘歲而頭發不白. 夫病之來, 皆從陽脈起. 今枕藥枕, 風邪不侵人宜矣. 又雖以布囊衣枕上, 當復以韋囊重包之, 須欲臥枕時乃脫去之. 詔賜老翁匹帛, 老翁不受曰, 臣之於君, 猶子之於父也. 子之知道, 以上之於父, 義不受賞. 又臣非賣道者, 以陛下好善, 故進此耳. 帝止而更賜以諸藥
5. 마무리.
필자는 젊은 시절 선조고의 유고(遺考)를 읽다가 이 신침법을 보고 우연히 잣나무 심재를 얻어 이를 만들어 보았으나 사용하는 것은 실행을 못하였다. 다만 백세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베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 여덟 시간을 자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일생의 삼분의 일은 잠을 자는 셈이며, 이를 바꾸어 말하면 일생의 삼분의 일은 베개를 베고 산다는 말이 된다. 가뜩이나 거북목이니 자라목이니 일자목이니 하여 건강을 염려하는 현대인들에게 베개만큼은 신중하게 골라서 잠을 자는 동안이라도 자세를 바로 잡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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