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사라지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아인슈타인이 예언을 했다. 사실 이것 때문에 꿀벌들이 무더기로 폐사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많은 기사를 토해내며 전국을 들끓게 한 일이 엊그제 같다. 즐겁고,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산책길이 우울해지는 봄이 가고 있다.
1. 꽃이 무서운 봄날의 산책
1-1. 꽃이 피었다.
갈퀴덩굴, 크로버, 레드크로버, 이팝나무, 붓꽃, 노랑꽃창포, 벌노랑이, 아까시나무, 개망초, 고들빼기, 산딸기, 씀바귀, 금난초, 애기똥풀, 큰꽃으아리, 산딸나무, 샤스타데이지....
이상은 지난 4월 하순 필자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산책로에서 만난 꽃들이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냐고?
심각한 문제가 보인다.
1-2. 미친 계절감
2024년 4월은 한국에서 기상관측이 이루어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기상청을 밝히고 있다.
필자의 경험과 기록으로 볼 때 한반도의 남부 해안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들어섰다.
위에서 열거한 식물들은 지금까지의 식물도감이나 식물학 관련 서적들의 기록에 따르면 적어도 5월에서 8월 정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다. 그런데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2달 혹은 3달 정도 빨리 꽃이 핀 것이다. 문제가 없을까...?
2. 식물은 왜 꽃을 피울까?
현화식물 중 열매를 맺는 식물들은 대부분 곤충의 화분 매개가 있어야 결실을 할 수 있다. 결국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종족 보존을 위한 열매를 맺기 위함이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수 식물들이 곤충의 중매를 받아야 한다.
꽃을 아름다운 색으로 치장하고, 향기로 분단장을 하는 것은 모두 곤충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3. 꽃이 피는 생리학적 기작(mechanism)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생리학적 기작(mechanism)에 따르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충분한 영양생장이 이루어져야 하고, 꽃을 피우기 위한 생식생장으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생식생장으로의 전환에 관여하는 환경 요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와 햇볕의 길이다. 온도에 영향을 받는 경우를 보통 감온성(感溫性)이라 하고 햇볕의 길이에 영향을 받는 경우를 감광성(感光性)이라 하는데 감온성의 경우 대부분 적산온도라고 하는 일정 기간 동안 적정온도의 합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동물이 생식을 위해서는 적당한 성장(나이)을 해서 후손을 기를 수 있는 충분한 몸상태를 만들어야 하듯이 식물의 경우에도 꽃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키도 자라고, 식물체 자체의 몸집도 불려야 한다. 또한 이렇게 충분히 성장한 식물일지라도, 1년 중의 생리학상 개화를 하기에 충분한 적산온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감광성의 경우 봄에서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햇빛이 비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때 개화한다고 하여 장일식물(長日植物)이라 부르고, 가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햇빛이 비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질 때 개화한다고 하여 단일식물(短日植物)이라고 부른다.
4.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
그런데 식물이 제 때 꽃을 피우지 못하고, 너무 일찍 꽃을 피워 버리면 어떻게 될까?
만약 곤충들이 체감하는 온도에 이르러 꿀을 따기 위하여 나왔는데, 이미 꽃이 피고 진 후라면 꿀을 채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미 곤충이 목표로 하는 식물은 꽃이 진 후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그야말로 혼란이 시작되는 것이다.
꽃의 입장에서는 꽃가루를 옮겨줄 곤충이 아직 나오질 않아서 결실을 할 수가 없고, 곤충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해의 식량이 되는 꿀을 따지 못하기 때문에 그 밀도를 조절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체계적으로 짜인 지구 생태계를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심각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꽃피고 열매 맺는 모든 식물들을 인간은 이용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 텀블러를 써야 하는 이유.
5-1. 최종경고 6도의 멸종
세계적인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Hide Tide>, <6도의 멸종 Six Degrees>, <갓스피시스 The God Species>, <과학의 씨앗 Seeds of Science> 등 환경에 대한 다수의 책을 쓴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는 <6도의 멸종 Six Degrees>이 이미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지만, 그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라지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깨닫고 15년 만에 다시 <최종경고: 6도의 멸종 Our Final Warning : Six Degrees of Climate Emergency>을 2022년에 출간하였는데 지구의 온도가 2℃ 상승하는 2030년이 되면 북극의 해빙이 사라지고, 세계적인 가뭄이 들고, 뎅기열로 인한 사망자가 1만 2천 명에 달할 것이며 3℃ 상승하는 2050년에는 세계적인 식량 위기, 아마존 열대우림의 붕괴, 해수면 5미터 상승 등을 많은 데이터를 인용하여 정리하면서 "우리에겐 이런 명확한 신호를 무시할 시간이 없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5-2. 텀블러 효과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마시고 버리는 종이컵 하나는 지구를 얼마나 오염시킬까, 지구 온도 상승에 얼마나 기여를 할까...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일 새벽 쓰레기 수거를 해 나가는 차량에 실리는 쓰레기의 양을 한국의 전체 가구수를 곱하여 환산해 보자.
통계자료를 인용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각자 이걸 계산하는 과정에서 겪을 정신적 부담과 고통을 이유로 '종이컵 하나 덜 쓰기', '개인용 텀블러 사용하기' 운동을 가속화시켜 보자는 뜻이다. 생각 없이 뽑아 쓰는 갑 티슈의 화장지 한 장이 나무한그루라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먹어 들어가는 희귀 동물과 무엇이 다를까?
6. 마무리
필자의 산책길에서 발견하는 꽃들 뿐일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타고 있는 비행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동 수단의 기계 들 중에서 가장 크게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임을 우리는 잊고 살아가고 있다.
올봄 4월에 핀 산딸나무 꽃을 내년에는 6월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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