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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약초 탐구

멸치 [멸어(滅魚), 행어(行魚)]의 특성과 성분 약효 및 이용법

by 느티나무곽교수 2025. 1. 28.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의 하층 구조로서 해양 생태계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멸치에 대하여 그 기원과 특성, 성분 약효 및 이용법과 주의 사항 등에 대해서 알아본다.

1. 멸치의 기원과 특성

1-1. 멸치의 기원

멸치(Engraulis japonica Houttuyn)는 경골어강(硬骨魚綱 Osteichthyes) 청어목(Clupeiformes) 멸치과(Engraulidae)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서 우리나라의 모든 연안에 분포하나 통영·추자도 연안에서 특히 많이 난다. 사할린 연안에서 일본 남부, 타이완, 중국 남부까지 분포한다. 멸치속(Engraulis속)은 세계 각지의 열대, 온대 바다로부터 7〜8종 정도가 알려져 모두 중요한 어업 자원이 되고 있다.

조선시대 정약전의 『자산어보(慈山魚譜)』에는 멸치를 “추어(鯫魚)”, “멸어(蔑魚)”라고 소개하였고, 서유구의 『난호어목지』, 『어명고』,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온어변증설』 등에도 기록되었다.

1-2. 멸치의 분류

멸치는 생으로 먹기도 하고 그대로 말리거나 쪄서 말렸다가 반찬을 해 먹기도 한다. 또한 소금에 절여 멸치젓을 담가 두었다가 김치나 각종 요리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필수품이다.

멸치는 현재 대멸, 중멸, 소멸, 자멸, 세멸과 같이 크기에 따라 분류하거나 젓멸치, 다시멸치, 볶음용 멸치, 조림용 멸치 등 용도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보통 멸치 어선이 그물을 이용하여 멸치 잡이를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남해 창선 일대에서는 전통적으로 “죽방렴 멸치”라 하여 갯벌에 밀물 때 들어온 멸치가 썰물 때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쐬기 모양의 죽방렴을 설치하고 물이 빠지면 들어가 채로 퍼 올려 즉석에서 찌고 말려 품질이 우수한 멸치를 생산하기도 한다.

부산 기장의 ‘대변항’과, 남해의 ‘미조항’은 매년 4월 중·하순이면 멸치털이 모습을 촬영하기 위한 사진 애호가들의 경쟁으로 유명하고, 한반도 황해와 남해의 경계를 이루는 가거도는 음력 6〜8월에 난류성 어류인 멸치가 풍부하게 잡히는 곳으로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로 유명하다.

“액젓”이라는 명칭이 등장한 것은 1970년 이후이며, 조선시대에는 “젓국”이라고 하였는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한글로 “젓국”이라 기록하고 있다.

멸치 - 죽방렴(한국 창선)
멸치 - 죽방렴(한국 창선)

1-3. 멸치의 형태와 생태적 특성

난류성 어종으로 몸길이는 종류에 따라서 1.5㎝ 내외의 ‘세멸’에서부터 7.7㎝ 이상의 ‘대멸’까지 구분하는데, 세멸(1.5㎝내외)은 볶음용, 자멸(1.6〜3㎝)은 볶음용, 소멸(3〜6㎝)은 볶음 및 무침용, 중멸(6〜7.6㎝)은 고추장 볶음 및 조림용, 대멸(7.7㎝이상)은 다양한 무침 및 국물 용도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국물이나 육수 전용으로 ‘디포리’가 있다.

몸색은 등 쪽이 푸른 회색이며 배는 은백색을 띠고 있는데 비늘은 원형으로 벗겨지기 쉽고 낚시할 때 비늘이 벗겨지는 경우가 많다.

거의 한 해 동안 산란기를 거치지만, 보통은 봄과 가을에 해안 근처나 근해에서 산란을 하는데 알은 타원형이며 한 알갱이씩 뿔뿔이 흩어지도록 물속을 감돌면서 퍼진다.

부화한 어린 물고기들은 빠르게 성장하여 1년이 채 되기 전에 번식을 할 수 있다.

수명은 2〜3년 정도이다. 특히 멸치는 단독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커다란 군집을 이루어 무리 전체가 함께 이동하는 행동 패턴을 보이는데, 이는 포식자로부터 보호, 먹이 수집의 효율성 향상, 번식 성공률 증가 등의 이점이 있어서 생존과 번식의 전략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식생활에 중요한 식자재로도 중요하지만, 바다 생태계에 있어서 비교적 하층에 속하는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어 생태계의 먹이사슬 유지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있는 멸치는 상대적으로 더 큰 포식성 어류에 비하여 수은을 비롯한 중금속의 집적도가 낮아서 임산부나 어린이들이 섭취하기에 안전한 특성이 있다.

 

2. 멸치의 성미, 귀경

멸치의 맛은 짜고 쓰며 성질은 평하다. 신 경락으로 들어가 작용한다.

3. 멸치의 주요 성분 및 영양적 특성

칼슘의 보고이다. 비타민 D까지 풍부해서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높다. 그 밖에도 단백질, 비타민류(A, B1, B2, D, E), 나이아신, 불포화지방산 등을 함유한다.

면역력을 높이는 아연도 많고, 엽산, 철분, 마그네슘 등을 다량 함유한다.

다음 표에서 보는 것 처럼 대부분의 영양소가 건조한 멸치에서 함량이 월등히 높고, 특히 젓이나 액젓을 담을 경우 나트륨의 함량이 매우 높아진다.

 

<표 1> 멸치의 영양성분 (농촌진흥청)

구분 가식부 100g 당
에너지
(Kcal)
수분
(%)
단백질
(g)
지질
(g)
당질
(g)
섬유소
(g)
회분
(g)
생멸치 114 74.8 17.7 4.1 0.2 0 3.2
건조(대) 303 26.2 47.4 9.8 2.5 0 14.1
건조(중) 232 35.0 38.9 5.1 4.8 0 16.2
건조(소) 239 36.8 42.4 6.0 0.9 0 13.9
167 54.4 14.1 11.2 0.6 0 19.7
액젓 29 70.1 6.5 0 0.3 0 23.1

 

<표 2> 멸치의 무기질(minerals) 함량 (농촌진흥청)

구분 가식부 100g 당 무기질(minerals)
칼슘
(mg)

(mg)

(mg)
나트륨
(mg)
칼륨
(mg)
생멸치 509 421 2.9 240 370
건조(대) 1,905 1,429 16.2 878 1,140
건조(중) 1,290 1,461 15.9 869 1,160
건조(소) 902 977 5.5 874 1,150
592 348 5.5 11,826 241
액젓 29 24 1.2 5,710 350

 

<표 3> 멸치의 비타민(vitamins) 함량 (농촌진흥청)

구분 가식부 100g 당 비타민(vitamins)
베타카로틴
()
B1
(mg)
B2
(mg)
나이아신
(mg)
C
(mg)
생멸치 0 0.04 0.26 8.8 1
건조(대) 0 0.12 0.11 13.3 0
건조(중) 0 0.11 0.10 11.6 0
건조(소) 0 0.07 0.08 5.4 0
0 0.02 0.23 6.3 0
액젓 0 0.02 0.03 2.4 0

 

4. 멸치의 효능·효과와 이용

뼈를 만드는 조골(造骨) 작용과 항히스타민 작용이 있다.

따라서 풍부한 칼슘과 비타민 D 등으로 뼈 건강에 좋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으며, 어린이들의 성장발육에 도움을 준다. 또한 EPA, DHA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뇌세포를 활성화 시키고 두뇌 발달 및 기억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풍부한 비타민 A는 시력 보호와 눈 건강에 도움을 주며, 칼슘, 마그네슘 등은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감소시키고 분해를 촉진하여 심신 안정에 좋은 효과가 있다.

칼슘, 칼륨 등이 풍부하여 안정적인 혈압을 유지하에 도움을 주고, 엽산과 철분은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높다.

 

5. 멸치의 주치와 응용

초조, 불안, 우울증, 불면 증 등을 다스리는 데 좋다. 특히 혈액의 응고, 운동근육이나 심장근육 등 근육의 수축과 이완, 신경의 흥분과 자극 전달, 위장관 및 혈관의 활동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칼슘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칼슘의 부족에서 올 수 있는 골다공증, 골연화증, 구루병 등을 비롯하여 신경이 예민해지고 면역력이 약화되어 각종 성인병의 발병이 우려되는 제반 증상에는 우유나 치즈, 녹황색 채소 등과 함께 멸치를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6. 멸치와 배합하면 좋은 식약재

멸치와 된장을 배합하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화병을 가라앉힌다. 피망을 배합하면 임산부나 어린이 영양 공급원으로 좋고, 연꽃잎을 배합하면 감칠맛이 난다. 우유를 배합하면 칼슘 보급원으로 좋고 미역을 배합하면 산후 우울증에 좋다. 식초를 배합하면 멸치의 비린내를 없애준다. 잣을 배합하면 고혈압과 호흡기질환에 좋은 보강 식품이다.

7. 멸치의 이용과 조리 사례

한국에서는 주로 말려서 볶아 먹는 <멸치볶음> 조림으로 만들어 먹는 <멸치 조림>, <멸치젓>을 담그기도 하며, <멸치 자반>, <멸치 풋고추조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한다.

남해안 지역에서는 생멸치로 멸치찌개를 만들어 먹기도 하며 좋은 종류의 멸치는 생선회 등으로 날로 먹을 수도 있지만, 수확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가 쉬워 들여오는 수는 한정된다. 청어목 어류 중에서도 신선한 멸치는 가장 맛있는 생선회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가다랑어와 같은 육식어의 낚시 먹이로도 이용되며, 페루와 같은 지역에서는 사료와 비료로 사용되는 양이 매우 많은데, 지나친 어획으로 해양생태계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싱싱한 생멸치로 끓인 멸치국을 “멜국”이라하여 여름철 향토 음식으로 전해온다.

 

8. 멸치를 먹을 때 주의 사항

시금치의 수산 성분이 멸치의 칼슘 흡수율을 방해하기 때문에 배합적성이 맞지 않고, 특히 수산과 칼슘이 결합하면 수산칼슘이 생기는데 이것은 몸에서 녹지 않고 몸에 축적되어 통풍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므로 통풍 환자들은 과용하지 않는다.

9. 마무리

어느 날 멸치는 사돈이 되자고 하는 문어를 향하여 ‘이래 뵈도 우리는 뼈대 있는 집이야.’라고 하면서 청혼을 거절했다는 유머가 있는 것처럼, 뼈째로 먹는 멸치는 칼슘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의 보고(寶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