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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약초 탐구

고사리(蕨菜)의 특성과 성분 약효 및 이용법

by 느티나무곽교수 2024. 5. 21.

중금속과 독성물질을 흡착하여 체외로 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식품과 약재로 사랑받아왔다.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말은 사실일까? 고사리의 기원과 특성, 성미·귀경, 성분 및 효능효과, 음식 배합, 주의 사항 등을 알아본다.

1. 고사리의 기원과 특성

1-1. 고사리의 기원

고사리는 양치식물 고사리과의 여러해살이풀 고사리[Pteridium aquilinum (L.) Kuhn var. latiusculum (Desv.) Underw. ex A. Heller]의 어린잎을 궐채(蕨菜)라 하며, 삶아서 말렸다가 나물로 주로 사용하고, 뿌리줄기는 궐근(蕨根)이라 하여 약용하는데, 고사리에 대한 식물체의 기록은 “궐(蕨)”이라는 이름으로 『식경』에 수재 되어 있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궐근(蕨根)으로 수재 되어 있다. 한약 관련 공정서에는 기록이 없다.
고사리 하면 떠오르는 고사가 바로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이다.
주나라에 출사 하는 것을 끝내 거부하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꺾어서 먹다가 죽었다는 고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은나라에 대한 절개를 강조하는데, 기록상으로 보면 대부분의 문헌에 고사리를 뜻하는 "궐(蕨)"이 아닌 고비를 뜻하는 "미(薇)"라고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학설이 뒤따르는데, 그 하나는 '문헌상으로 보아서 백이와 숙제가 먹었던 것은 독성이 있는 고사리가 아니라 독성이 없는 고비였을 것이다.'라는 설이 있고, 다른 하나는 '고사리에는 독성이 있다는 것을 안 그들이 일부러 고사리를 먹고 빨리 죽기를 기도했을 것이다.'라는 설이다.
아무튼 고전 문헌에도 고사리는 독성이 있다는 기록이 많고, 고비는 독성이 없는 것으로 기록된 것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2. 고사리의 생육 특성

여러해살이 초본식물로 뿌리줄기는 길고 굵으며 땅속에서 옆으로 뻗고 부드러운 잔털이 덮여 있다. 잎자루는 흩어져 있고 굵고 곧으며 길이는 30〜100㎝까지 자라는데, 반들반들하며 갈색이거나 곡식의 대와 같은 황색을 띤다.
잎은 삼각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고 가죽처럼 단단하고 질기며 3회 깃꼴겹잎이고 길이는 30〜100㎝, 너비 20〜60㎝이다. 깃꼴 열편(裂片)의 윗끝은 갈라지지 않고, 윗끝 아랫부분에 깃꼴겹잎이 있는데 제일 아랫부분에 있는 것이 가장 크다. 작은 깃꼴 열편은 선(腺)처럼 가늘고 길거나 피침형, 긴타원모양의 피침형이고 길이는 1〜2.5㎝, 너비는 3〜5㎜이며 여러 개가 모여있다. 잎 가운데는 반들반들하다. 잎맥은 많고 밀집되어 있으며 중심맥에 털이 덮여 있다.
홀씨 주머니들은 잎가장자리를 따라 연달아 붙어 있어 선처럼 가늘고 길며 홀씨 주머니의 덮개 또한 선처럼 가늘고 길며 변질되어 잎가장자리가 위로 말려 이루어진 헛덮개를 갖고 있다.
 

고사리-순 발아기(한국)
고사리-순 발아기(한국)

1-3. 고사리의 서식 환경

야산의 풀밭에 자라며 전국 각지에 널리 분포한다.

2. 고사리의 성미, 귀경

고사리의 맛은 조금 떫고 성질은 평하다. 『식료본초(食療本草)』에는 ‘성질이 차다.’고 하였고, 『본초습유(本草拾遺)』에는 ‘맛은 달고 성질이 차다.’고 하였으며, 『음선정요(飮膳正要)』에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차며 독이 있다.’고 하였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고사리 뿌리 궐근(蕨根)은 맛이 달고 성질은 차며 독은 없다.
궐채(蕨菜)는 주로 대장, 방광 경락으로 들어가 작용하고, 궐근(蕨根)은 주로 간, 신 경락으로 들어가 작용한다. 『본초재신(本草再新)』에는 ‘비경(脾經)으로 귀경한다.’고 하였고, 『본초촬요(本草撮要)』에는 ‘수소음심경과 수태양소장경으로 귀경한다.’고 하였다.
내복하는 경우 하루 10〜20g을 달여서 복용한다.

3. 고사리의 주요 성분 및 영양적 특성

고사리 잎에는 탄닌(tannin) 성분이 있고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의 일종인 아스트라갈린(astragalin)도 미량 분리되는데, 아스트라갈린은 비만과 당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탄수화물인 포도당과 과당을 세포 안으로 전달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을 한다고 보고 되어 비만과 당뇨를 예방할수 있다.
어린싹은 유리아미노산이 1.4% 들어 있고, 로이신, 아스파라긴산, 글루타민산, 티로신, 페닐알라닌 등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또 콜린, 전분 등을 함유하고 나이아신과 비타민 B2가 많이 들어 있고 석회질이 많아 뼈를 튼튼하게 해 준다. 말린 것에는 비타민 D가 풍부하다.
그러나 떫고 쓴맛이 나는 독성물질인 브라켄톡신(brackentoxin)이 미량 들어 있는데 브라켄(bracken)은 고사리를 뜻하고, 톡신(toxin)은 독소를 의미한다.
글루코사이드(glucoside)의 일종으로 암을 일으키는 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를 함유하며, 비타민 B1(thiamin)을 파괴하는 아뉴리나제(aneurinase = thiaminase)라는 특수한 효소가 들어 있으므로 계속적으로 매일 먹을 경우 발암의 위험성은 물론 비타민 B 결핍증인 각기병(脚氣病)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각기병의 초기에는 나른하고 피곤한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하면 다리가 붓고 마비되어 결국은 걸음을 걷지 못하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정력이 떨어진다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대로 가공하지 않은 고사리를 계속 먹을 경우 비타민 B결핍증으로 양기가 소진되고 나른하며 피곤한 증상이 나타나고 결국 발기부전이나 걷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겠다.
그러나 고사리를 채취한 후 소금이나 소다를 넣고 끓는 물에 10분 이상 충분히 삶은 후 깨끗한 물에 비비면서 씻고, 하룻밤 정도 흐르는 물에 담가두면 발암물질이나 비타민 B1의 분해효소를 제거할 수 있다. 정제된 소다를 구하기 어려웠던 옛날에는 짚불을 태워서 나오는 재를 넣어서 삶았다. 재에서 우러나온 가성소다 성분을 이용하고자 했던 지혜다.
고사리를 보관해 두고 먹을 경우엔 이렇게 독성물질을 제거한 생고사리를 햇볕에 말리면서 몇 차례 비벼 말리는 과정을 거쳐 저장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발암물질인 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나  비타민 B1을 분해시키는 아뉴리나제 즉 티아미나제를 제거하여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아뉴리나제는 내열성이 강하여 위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참고로 오징어, 문어, 낙지, 게, 조개류나 갑각류 등도 티아민(비타민 B1) 분해효소를 함유한 식품들로서 되도록이면 익혀서 먹어야 티아민 결핍과 소화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술은 모든 영양소를 파괴하는 적인데, 특히 티아민(B1)의 경우 체내에서 대사 되는 과정에서도 알코올에 의해서 빠르게 파괴되기 때문에 되도록 음주를 줄이는 것이 좋고 티아민(B1)이 풍부한 돼지고기를 알리신이 풍부한 양파, 마늘, 부추 등과 함께 먹으면 장내 세균에도 분해되지 않는 알리티아민(alithiamin)을 만들어 티아민(B1)의 흡수를 도와준다.
참고로 티아민(비타민 B1)은 수용성(水溶性) 물질로 물에 씻는 과정부터 손실이 시작된다. 따라서 채소에 함유된 티아민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해서는 생채, 샐러드, 겉절이 등의 형태로 만들어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참고로 고사리의 종류별 주요 영양성분 함량을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다.

<표 1> 고사리 종류별 영양성분 (농촌진흥청)

구분가식부 100g 당
에너지
(Kcal)
수분
(%)
단백질
(g)
지질
(g)
당질
(g)
섬유소
(g)
회분
(g)
생것1991.52.50.13.51.60.8
말린것22812.225.80.644.79.57.2
삶은것2191.83.20.33.01.40.3

 

<표 2> 고사리 종류별 무기질(minerals) 함량 비교 (농촌진흥청)

구분무기질(minerals)
칼슘
(mg)

(mg)

(mg)
나트륨
(mg)
칼륨
(mg)
생것8342.54442
말린것1882466.4152,879
삶은것15401.45185

 

<표 3> 고사리 종류별 비타민(vitamins) 함량 비교 (농촌진흥청)

구분비타민(vitamins)
베타카로틴
(㎍)
B1
(mg)
B2
(mg)
나이아신
(mg)
C
(mg)
생것2530.010.140.618
말린것1940.110.517.40
삶은것4100.0200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가식부의 영양성분은 말린 고사리가 가장 높고, 수분함량은 가장 낮다. 특히 에너지와 단백질, 당질, 섬유소의 함량은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무기질의 함량도 말린 고사리에서 대체로 높았으며 특히 칼륨, 인, 철의 함량이 말린 고사리에서 탁월하게 높다.
비타민의 경우에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는 생것에서 높았으나 비타민 B군의 경우에는 말린 것에서 더 높아졌다. 이것은 봄에 고사리를 꺾어 삶아서 말려두고 정월대보름에 꺼내어 먹던 한국의 옛 식문화가 얼마나 과학적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4. 고사리의 효능효과와 이용

고사리는 몸의 열을 내리는 해열(解熱)과 습사(濕邪)를 오줌으로 잘 내 보내는 이수(利水) 효능을 가지며, 장을 부드럽게 하여 대변을 잘 보게 하고, 종기의 독을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특히 중금속이나 독소를 흡착하는 힘이 강하여 몸 안에 쌓인 중금속이나 몸 밖으로부터 들어온 중금속을 흡착하여 배출하는 탁월한 효능이 있다.
특히 칼륨과 인 등 다량으로 함유된 무기질은 말리면 더욱 풍부해지는데, 마른 고사리는 비타민 D가 풍부해서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성질이 차가워 정신을 맑게 해 주기 때문에 수험생에게 좋다.

5. 고사리의 주치와 응용

고사리(궐채)는 주로 창독(瘡毒)을 없애는 데 중요하며, 뿌리줄기(궐근)는 황달과 백대하, 습진 등을 다스리고, 방광염, 누런 대하, 소변을 시원하게 잘 보지 못하는 사람, 대장, 열로 변비가 있는 사람, 습관성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좋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고사리의 뿌리줄기를 태운 재를 참기름에 개어서 뱀이나 벌레에 물린 상처에 바른다.’고 하였고, 『분류초약성(分類草藥性)』에는 ‘궐채는 여성의 자궁출혈과 남성의 해수(咳嗽)를 다스린다.’고 하였다.

5-1.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고사리에는 비타민 E가 풍부하여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며, 칼슘과 칼륨이 풍부하여 당분의 흡수를 억제하고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5-2. 노화방지와 암예방

고사리에는 비타민 C, E 등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특히 고사리의 미끈거리는 성분인 후코이단(fucoidan)은 혈액응고방지, 항암작용, 위궤양치료 촉진, 항균, 혈압상승 억제, 간세포 증식인자(HGF) 생산유도, 형당상승억제, 면역세포조절, 항알레르기, 항바이러스작용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특히 소화기계통의 암종류를 치료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보고되었다. 체내 중금속과 발암물질을 흡착하여 배출하며 면역력을 강화하여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5-3. 빈혈과 골다공증의 예방
고사리에는 철분과 칼슘 등이 풍부하여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도와 빈혈을 예방하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요오드를 풍부하게 함유하여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과 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6. 고사리와 배합하면 좋은 식약재

고사리와 양파를 배합하면 신경이 안정되어 불면증을 다스릴 수 있다. 쇠고기를 배합하면 고사리의 미끄러운 성질이 쇠고기의 맛을 증가시킨다. 고사리와 명아주 순을 배합하면 설사나 복통에 좋다. 그리고 고사리와 녹두를 배합하면 갱년기장애로 열이 확 달아올랐다 가시기를 반복하거나 울화로 입 안이 헐고 입에서 더운 김이 나오며 잠을 못 이룰 때 좋다.

7. 고사리의 이용과 조리 사례

고사리 200g, 붉은 고추 1/2개, 대파 1/4 뿌리, 국간장 1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반, 깨소금, 소금 약간씩을 재료로 하는 <고사리나물무침>이 대표적이다.
또한 <닭개장국>이나 <육개장>, <생선조림>, <생조기탕> 등을 만들 때 삶아서 건조해 둔 고사리를 꺼내어 하룻밤 정도 쌀뜨물에 불린 후 넣으면 식감과 효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8. 고사리를 먹을 때 주의 사항

고사리는 성질이 차므로 위나 장이 찬 사람이 오래 먹으면 양기가 손상될 수 있다. 두류(豆類)나 견과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고사리 섭취 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
한 때 ‘고사리에 중금속이 다량 검출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고사리가 중금속을 흡수하는 기능이 매우 강한데,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변이나 공장 주변 등 대기나 토양이 오염되기 쉬운 지역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예로부터 “개 짖는 소리나 닭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밥 짓는 연기가 보이지 않는 깊은 산에 가서 고사리를 채취해야 한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은 그만큼 청정지역에서 나는 고사리를 채취해야 함을 의미한다.

9. 마무리

백이와 숙제의 고사로도 유명한 고사리는 동의보감의 기록에 의하면 ‘고사리는 맛이 좋지만 오랫동안 계속해서 먹으면 양기를 소진시키고 다리의 힘이 약하여 걸음을 걸을 수 없게 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바로 고사리의 강한 음기로 인하여 양기가 손상되고, 고사리에 들어있는 비타민 B1의 분해 성분으로 인하여 비타민 B 결핍 증상인 각기병을 염려하여 기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의 경우 고사리를 즐겨 먹어 양기를 억누른 것을 보면 옛 기록이 현대과학적으로 충분히 증명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