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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지(알면 쓸만한 신박한 지혜)

#3-3. 성황당 고갯길 돌 하나 얹기-미신인가 과학인가

by 느티나무곽교수 2023. 7. 19.

[성황당 고갯길 돌하나 얹기-미신인가 과학인가]

외딴 산골마을, 고개를 넘어야 하고, 포장되지 않은 길에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많다. 누구든지 이 고개를 넘을 때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서 고갯마루에 있는 돌무더기 탑에 얹고 지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황당 귀신이 진노해서 크게 다친다. 과연 풍속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자.

1. 길 위의 돌을 집어 탑 위에 올리는 풍습의 유래

고개를 넘어 성황당이 있는 고갯길을 넘어 출입을 해야 하는 시골마을 사람들에게는 전통적으로 고개를 넘어서 오갈 때 길 위에 있는 돌을 하나 집어서 고갯마루 성황당 옆에 있는 돌무더기 탑에 올려놓고 지나가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이 존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성황당의 귀신이 성을 내서 벌을 받는다는 논리다. 거기에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었다. 일제 식민시대를거치면서 이것은 백성들을 미혹하는 미신이라고 치부되었다. 

성황당 고갯길-필자그림
성황당 고갯길-필자그림

2. 돌을 집어 탑 위에 올리는 풍습의 진정한 의미

2-1) 사회적 배경

한국이 산업사회로 진입하기 전의 전통적 농경사회에서 시골 마을들은 산골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도로는 포장되지 않았고, 여기저기 돌멩이들이 흩어져 있는데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도로에는 가로등마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타지에 출타를 했거나 읍내에 나갔다가 일을 보고 늦은 시간에 집으로 가는 길은 어둡고 무서운 길이었다. 요즘이라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불과 50여 년 전의 일이었다.

2-2)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관습

물론 주기적으로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 나와 노력봉사를 통한 도로보수가 이루어지지만,, 길은 항상 망가지기 일쑤였고, 밤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위험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2-3)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고대사회의 풍속

길 위에 나뒹구는 돌멩이를 깨끗하게 치운다면 좋겠는데, 자발적으로 길을 좀 치우자면 동참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귀신은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기전을 이용하여 돌을 치우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공동체 구성원들의 안녕을 도모하는 매우 과학적인 풍속이었다.

2-4) 보름날 쥐불놀이와 투석전

이렇게 한 해 동안 모여진 돌멩이 들은 매년 음력으로 115일에 들어있는 정월 대보름날농경지의 해충이나 논둑 밭둑의 쥐구멍을 다져 한 해의 농사를 원활하게 짓고자 시작하는 쥐불놀이와 함께 이제 곧 돌아올 농사철에 대비하여 마을 청년들은 이웃 마을과 투석전을 하는데, 평소 고갯마루에 쌓아둔 작은 돌멩이들을 이용하였다.

2-5) 전란에 대비한 삶의 지혜

이러한 투석전은 한 겨울 동안 움츠린 몸을 풀고, 근력을 키워 곧 돌아올 농사철에 대비하여 힘을 기르는 일이었다. 이것은 외적들이 침입을 했을 때 전장에 나가기 위한 준비자세이기도 하였다. 마을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3. 마무리

우리 지구촌에는 오늘날 많은 나라, 민족, 소수민족, 피부색, 종교, 이념들이 얽혀 끊임없이 전쟁을 하고,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으며, 특히 미신이라는 명분으로 과학-科學이라는 미완의 도구를 가지고 억누르고, 무시하고, 차별한다. 후진국이라는 이유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생활 속의 과학을, 문화 속의 미풍양속을 폄하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