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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과 건강생활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의 활용

by 느티나무곽교수 2024. 4. 25.

은행나무를 흔히 살아있는 화석식물이라고 부른다. 은행나무에는 병이나 해충이 끼지 않으며, 천년을 넘게 장수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오래된 고택이나 사찰 주변에는 꼭 은행나무 몇 그루가 있기 마련이다. 은행나무의 민간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1. 살아있는 화석식물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신생대 에오세 시대에 번성하였던 식물로 약 27천만 년 전의 화석으로 발견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사의 수령 1,1001,500년 된 것으로, 높이 42미터, 줄기 아랫부분의 둘레가 15미터에 달하고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되었다. 마의태자의 전설이 깃든 나무이기도 하다.

은행나무에 달리는 열매는 은행이라 하며 생약재 이름은 백과(白果)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잘 익혀서 복용하면 오줌이 나가는 요로를 조이는 성질이 있어서 자다가 오줌을 누는 오줌싸개 어린이나, 화장실을 몇 번씩 가야 하는 노인들에게 요긴한 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2. 은행나무는 왜 이렇게 장수하는 걸까

실제로 야외에서 식물을 관찰하다 보면 은행나무의 경우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해충이나 병해를 발견할 수 없다. 사계절 내내 청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서 천년의 세월을 지켜보고 있다.

그것은 은행나무에는 유용한 성분뿐만 아니라 독성이 강하여 사람을 포함한 동물이 섭취할 경우 심각한 해를 입을 수 있는 유독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어서 병해충들이 접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나무에는 시안배당체가 함유되어있고 특히 징겔릭산(ginkgelic acid), 하이드로징코릭산(hydroginkgolic acid), 하이드로징코리닉산(hydroginkgolinic acid)등의 유독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열매에는 가열(加熱)을 해도 파괴되지 않는 유독물질인 MPN(4-methoxypyridoxine)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일정량 이상 복용 시 치명적일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독극물이겠지만 식물체 자신으로 본다면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물질인 셈이다. 이것을 보통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 식물화학물질)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독특한 식물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병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수억 년을 살아온 식물들은 그 자체로서 생존을 위한 지혜가 아닌가 생각한다.

3. 한국산 은행잎을 대량으로 수입해 간 제약선진국들

얼마 전 독일을 비롯하여 유럽의 제약선진국들이 앞다투어 한국의 은행잎을 수입해 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은행잎에 함유되어 있는 징코플라본 글리코사이드이라는 물질을 추출 정제하여 혈액순환 개선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성분이 한국산 은행잎에 가장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4. 은행잎을 된장독에 넣었던 어머니의 지혜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어머니들은 된장을 담글 때 항아리를 볏짚을 태워 소독을 하고, 된장을 퍼 담기 전에 바닥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은행잎을 깔고 된장을 퍼 담은 다음 다시 그 위를 은행잎으로 덮어 두었다.

이렇게 하면 된장 항아리에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랜 역사 동안 경험적으로 축적하여 전승되어 내려오는 생활 속의 지혜였다.

5. 식물화학물질(phyto-chemical)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들은 너무나 많다. 

가로수의 명소로 유명한 '메타세퉈이아'라는 식물도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는다. 지구상에 수없이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되었지만, 무려 2억 7천만 년 동안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온 비결은 바로 이런 자기 방어물질인 파이토케미컬 때문이었다.

산행을 하면서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바람이 불어 식물들이 흔들릴 때 불현듯 코를 스치는 더덕 냄새도, 건강한 삼림욕을 위해서 조성하고 있는 편백 숲 역시 이러한 파이토케미컬을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6. 마무리

아무런 생각 없이 관행적으로 이어오던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는 이처럼 과학적인 요소가 숨어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주변에 흔하게 산재하는 은행잎을 이용하여 된장의 구더기를 예방하려 하였던 어머니, 할머니들의 지혜를 오늘날의 과학으로 재조명하고 더욱더 전승발전 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