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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약초 탐구

#1-33. 능소화의 특성과 이용법

by 느티나무곽교수 2023. 9. 6.

피를 맑게 하여 혈액순환과 중풍, 피부가려움증을 치료하는 중요한 효능을 가지며 각종 부인병 치료에도 효과가 좋은 능소화의 생육특성과 채취 및 재배, 성분, 약효, 성미 귀경,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알아본다.

1. 능소화의 생육특성

능소화과(Bignoniaceae)의 다년생 낙엽 덩굴성 식물로 길이가 10m에 달한다. 중국 원산으로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의 절에 많이 심고, 가지에 빨판 같은 흡근(吸根)이 생겨서 벽에 붙어 올라간다. 잎은 마주나고 홀수 1회 깃꼴겹잎이고 소엽은 7~9개이며 난형 또는 난상 피침형이고 점첨두에 넓은 예저이고 길이는 3∼6㎝로서 양면에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에 톱니와 털이 있다. 꽃은 주황에서 주홍색으로 7월∼9월에 가지 끝에 원추화서로 많이 달린다. 꽃받침은 어두운 갈색이고 길이 3㎝ 정도, 꽃받침잎은 피침형 첨두로서 털이 없으며 꽃부리는 깔때기 비슷한 종모양이고 통부가 꽃받침 밖으로 나오지 않고 2개의 강한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기부는 합쳐서 통상(筒狀: 통 모양)으로 되고 윗부분은 5개로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열편裂片)은 끝이 뾰족한 삼각형(三角形)을 이룬다. 화관(花冠)은 통상으로 황갈색이며, 윗부분은 5개로 갈라지고 열편은 반원형이며, 표면은 홍갈색의 가는 맥이 있는 문양과 갈색의 반점이 있다. 열매는 삭과로서 네모지고 둔두이며 2개로 갈라지고 10월에 익는다. 약재는 쭈그러지고 말려 있으며 온전한 것은 길이가 약 5㎝ 정도이다.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능소화[Campsis grandifolia (Thunb.) K. Schum.]와 미국능소화(Campsis radicans)가 수록되어 있는데, 미국능소화는 능소화보다 꽃이 더 작고 색이 더 붉으며 늘어지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각지에 심고 있으며,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서울의 뚝섬 한강공원, 부천의 중앙공원, 외암민속마을 등의 능소화가 유명하며, 전라북도 진안군에 소재한 마이산 탑사 우측 절벽을 타고 올라간 능소화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능소화-수형
능소화-수형

2. 능소화의 채취 및 가공 기술

2-1. 능소화의 채취 및 재배

막 피어나는 꽃을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린다. 종자번식도 가능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꺾꽂이가 아주 잘 되기 때문에 주로 꺾꽂이 법으로 번식을 한다. 봄철 다른 나무들에 비해서 새싹이 조금 늦게 나오는 모습이 양반들의 느긋한 모습을 닮은 것에 착안하여 양반나무라 이름 짓고 평민들은 집안에 기르지 못하게 하였으며 이를 어길 경우 관아로 끌고 가 곤장을 때렸다는 설이 있다. 개화특성이 독특하다. 7월에서 9월에 걸쳐 끊임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꽃을 감상하기는 좋지만,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떨어진 꽃으로 인하여 자칫 정원이 지저분해질 수도 있다. 꺾꽂이가 잘되고, 이러한 개화 특성 때문에 생산업에 종사해야 하는 평민들이 여기에 매달려 농업생산성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양반들의 전유물처럼 여기고 평민들에게는 기르지 못하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2-2. 능소화의 가공

이물질을 제거하고 건조하여 사용한다. 뿌리는 연중 캐서 말린다.

3. 능소화의 성분, 약효 및 사용법

3-1. 성분

꽃에 protein, dextrose, cyanidin-3-rutinoside 등을 함유한다. 다만 능소화와 미국능소화의 함유성분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종의 약리작용에 대해서는 향후 더 많은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3-2. 사용부위와 약효

피기 시작한 꽃을 능소화, 잎과 줄기는 자위경엽, 뿌리를 자위근이라 하여 약용한다.

4. 능소화의 성미, 귀경, 효능효과 주치-主治

4-1. 성품과 맛-성미

약간 차고(미한微寒), 달고 시며(감산甘酸) 독은 없다. 그러나 꿀은 오래되면 독성이 생긴다.

4-2. 작용 부위-귀경

간(肝)과 심포(心包) 경락에 작용한다.

4-3. 효능과 주치

꽃을 능소화라 하여 혈액순환을 돕고 어혈(瘀血: 출혈이 되어 혈액이 응고되어 뭉친 것으로 기혈의 순환을 방해함)을 제거하며, 혈을 깨끗하게(양혈凉血) 하고 풍을 제거(거풍祛風)한다. 폐경(閉經)을 치료하고, 징가(癥痂: 오랜 체증으로 몸 안에 덩어리가 생기는 증상), 산후유종(産後乳腫), 피부 가려움증(소양瘙痒) 등을 다스린다. 특히 월경불순, 폐경, 월경 시 과다출혈, 자궁근종 등의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애용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원발성 간암, 위장관 용종, 홍반성 낭창, 두드러기 등의 병증에 사용한다는 임상보고들이 있다. 뿌리는 양혈, 거풍, 산어의 효능이 있고 피부소양증, 풍진, 허리와 다리의 마비를 치료한다. 잎과 줄기를 자위경엽이라 하며 양혈, 산어의 효능이 뛰어나고 피부소양증과 풍진, 인후종통을 치료한다.

5. 능소화의 약용법과 주의사항 및 응용

5-1. 약용법과 용량

건조한 약재로 하루 4∼12g을 사용하는데, 보통 말린 꽃 5g에 물 500cc, 잎과 줄기의 경우에는 15g에 물 1리터를 붓고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서 반으로 달인 액을 아침저녁으로 두 번에 나누어 복용한다.

5-2. 사용상의 주의사항

파혈(破血: 혈을 깨트리는 효과)의 효능이 있어서 혈이 울체된 실증에 응용하는 약재이기 때문에 기혈(氣血)이 허약한 사람이나 임산부는 신중하게 사용한다. 특히 임신 중에는 유산의 우려가 있다. 또한 능소화는 찬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몸이 찬사람, 임산부,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복용을 금한다. 한편 능소화의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失明)을 한다는 설이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능소화는 풍매화가 아니고 충매화이기 때문에 꽃가루가 바람에 날릴 확률도 낮거니와 현미경상으로 관찰을 해 보아도 꽃가루가 갈고리모양이 아니고 그물망 모양이라 안구에 꽃가루가 닿아도 실명할 만큼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꿀에는 독성이 있어 주의를 해야 한다. 막 채취한 꿀은 상관이 없으나 이틀이 지나면서 독성이 생긴다고 한다.

5-3. 응용

단방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피부습선(皮膚濕癬: 피부에 생긴 습성 옴)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 약재에 웅황(雄黃), 백반(白礬), 황련(黃連), 양제근(羊蹄根), 천남성(天南星) 등의 약재를 배합하여 외용(外用)으로 응용하기도 한다. 능소화 추출물에는 항산화 항염작용이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또한 항균, 항혈전, 항종양, 혈관평활근에 대한 이완작용, 자궁평활근에 대한 수축강도를 낮추는 작용 등이 보고 되었다.

6. 마무리

혈액순환을 돕고, 어혈을 제거하며 풍을 물리치고, 부인병과 피부가려움증을 다스리는 중요한 약으로 양반가가 아니면 집안에 심을 수 없다고 하여 상민들의 접근을 금했던 능소화는 하룻밤 승은을 입은 궁녀 소화가 오지 않는 임금님을 그리다 죽어 꽃으로 피어났다는 전설처럼 여인의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꽃이다. 한여름 담장 너머로 목을 쭈욱 늘인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