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을 내리고 더위를 가시며 번조와 갈증을 제거하고 이뇨(利尿) 작용을 하는 수박에 대하여 그 기원과 특성, 성미, 귀경, 성분 및 효능효과, 음식 배합, 주의 사항 등을 알아본다.
1. 수박의 기원과 특성
1-1. 수박의 기원
수박(西瓜)은 박과에 속하는 1년생 덩굴성 초본식물 수박[Citrullus lanatus (Thunb.) Matsum. & Nakai]의 열매이다.
수박의 원산지는 남아프리카 중앙부 칼라하리(Kalahari) 사막과 주변의 사바나지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박과에 속하는 1년생 호온성 식물이다. 수박의 재배는 이미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헌에도 등장하며 클레오파트라가 수박을 즐겼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실제 현대에도 이집트의 수박은 당도가 높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2020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수박 생산량의 59.3%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단연 1위였으며 인도, 이란, 러시아, 브라질, 세네갈, 튀르키에,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알제리 순으로 뒤를 이었으며 한국은 24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품종육성과 재배 기술의 발달로 노지재배에 비하여 기상 여건의 영향을 적게 받고 작황의 변화도 적은 장점을 이용한 시설재배등 재배방식의 분화로 연중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어 사철 과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거의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으나 고온 조건을 좋아하는 특성상 중부 이남 지역이 유리하다. 특히 재배를 할 경우에는 토양 미생물이 풍부한 신개간지 토양이 좋은데, 전라북도 고창 지방은 이런 조건이 알맞아서 고창수박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며 1994년에 농촌진흥청 특화작목시험장으로 ‘고창수박시험장’이 설립되어 품종육성과 재배기술 연구 등 다양한 시험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지역별 수박 재배면적은 충청남도가 전체 재배면적의 22.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북, 충북, 경남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노지재배는 경북과 전북에서 전체 노지재배 면적의 65%를 차지하고, 시설재배는 충남, 충북, 경남, 전북 순이다.
이름의 유사성 때문에 혼동하기 쉬운 식물로 ‘수박풀(Hibiscus trionum L.)’이 있는데, 이것은 아욱과에 속하는 식물로 이름만 유사할 뿐 박과 식물의 ‘수박’과는 거리가 있는 식물이므로 혼동하면 안 된다.
1-2. 수박의 특성
원줄기는 가늘고 약하며 땅 위를 기어가는 포복경으로 오각형이고 어린 가지에는 털이 밀생한다. 덩굴은 두 개로 갈라지고 털이 덮여 있으며 마디에 덩굴손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3〜12㎝ 길이의 잎자루가 있으며 잎오양은 삼각형의 달걀모양 또는 넓은 달걀 모양이고 길이는 10〜20㎝, 너비는 5〜18㎝이며 열편(裂片)은 3〜4개로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단성화이고 암꽃과 수꽃이 한그루에 피는 자웅동주이며 5〜6월에 잎겨드랑이에 연한 황색으로 피고 꽃부리는 지름 3.5㎝ 정도로 꽃받침과 더불어 5개씩 갈라지며 수꽃은 3개의 수술이 있고 암꽃은 1개의 암술이 있으며 암술 머리가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장과로서 보통 원구형 또는 긴 타원의 원구형인데 다양한 형태와 크기, 색깔의 품종들이 육성되어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과육 또한 보통 적색이지만 오렌지색, 황색, 백색, 보라색 등 다양하다. 과실의 크기도 0.5〜14㎏으로 다양하다. 종자는 편평하고 한쪽이 약간 좁은 달걀형에 가깝고 과실 하나당 500여 개로 많이 들어있으나 3배체인 것은 종자가 없다. 결실기는 7〜10월이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농가가 하우스 내에서 촉성재배나 억제재배를 통하여 거의 사철과일로 정착되고 있다.
생육하는 동안 낮 동안의 일사량이 충분할 경우 광합성 촉진의 최적온도는 25〜30℃, 야간에 광합성한 영양분의 이동에 알맞은 온도는 16〜20℃, 알맞은 지온(地溫)은 20℃ 내외다. 10℃ 전후의 저온이 되면 생장점에 장해를 받아 순멎이 현상이 나타난다. 광포화점은 8만 Lux이고 광보상점은 4,000 Lux 정도다.
토양은 토심이 깊고 공기가 잘 통하며 물 빠짐이 좋은 pH 5.0~6.8 정도의 약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뿌리 생육에 좋은 온도은 20℃ 내외이고 13〜14℃가 되면 양분과 수분의 흡수력을 대부분 상실한다.
수박은 연작장해를 비롯하여 환경 스트레스와 병해 특히 덩굴쪼김병에 약하기 때문에 박이나 호박을 대목으로 이용하는 접목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1-3. 수박의 개화 및 수정 특성
수박은 꽃눈이 분화할 때 꽃받침, 꽃잎이 발육하여 맞붙을 무렵에 꽃잎의 안쪽에 수술이 생기고 그 후 수술 사이의 공간에 3〜4개의 암술머리가 모여 암술이 형성되는데 이때까지는 암꽃과 수꽃의 구별이 없다. 이후 암술이 왕성하게 발육하면 암꽃이 되고, 수술이 왕성하게 발육하면 수꽃이 되며 암술과 수술이 함께 발달하면 양성화가 된다. 이렇게 수박의 꽃은 암꽃과 수꽃 또는 양성화로 분화되는데, 일반적으로 암꽃에 가까운 양성화는 영양상태가 좋을 때 많이 나타난다. 양성화는 결실이 잘되고 큰 과일로 비대할 수 있으나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열매가 터지기 쉽고 꽃자리 부분이 커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꽃눈이 분화하여 개화할 때까지의 기간은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최저기온이 10℃ 정도에서 분화된 암꽃은 28일 전후로 개화되지만 최저기온이 12℃ 정도로 유지된다면 개화시기는 일주일 정도 빨라진다. 꽃눈이 분화된 이후 개화될 때까지의 기간은 암꽃이 수꽃보다 2일 정도 빠르기 때문에 암꽃은 1〜2마디 밑의 수꽃과 동시에 개화한다.
개화 시각은 광선과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양호한 환경조건에서는 오전 5시 전에 이미 수꽃이 먼저 피고 뒤따라 암꽃이 핀다. 꽃가루는 오전 6시경부터 꽃밥이 터지기 시작하여 오전 8시경이면 수정능력이 최고에 달하므로 교배는 가능한 한 오전 9시 이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수박의 꽃가루받이는 인공수분과 더불어 꿀벌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개화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암술머리에 즙액이 분비되어 착과를 저해하는데 햇빛이 강하거나 온도가 높을 때는 즙액이 빨리 발생되고 흐리거나 기온이 낮을 때는 오후가 되어도 즙액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즙액이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오후 늦게 교배하는 것은 착과율이 떨어진다.
인공수분의 최적온도는 20℃이며 꽃가루 양이 적을 때는 1개의 암꽃에 여러 개의 수꽃가루를 발라 주는 것이 열매가 달리는 데 유리하다.
수박에 대한 일반현황과 재배환경, 분류 및 주요 품종, 생산기술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에 대해서는 농촌진흥청 농사로의 작목정보 과수편을 참고하면 좋다.
수박에 대한 정보 - 농촌진흥청 농사로/영농기술/작목정보/과수/수박/ https://www.nongsaro.go.kr/portal/farmTechMain.ps?menuId=PS65291&stdPrdlstCode=VC010801 |
2. 수박의 성미, 귀경
2-1. 수박의 성미
수박의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일용본초(日用本草)』에는 맛은 달며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고 하였고, 『음선정요(飮膳精要)』에는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고 하였으며,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맛은 달고 싱거우며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고 하였다. 『본초재신(本草再新)』에는 맛은 달고 성질은 시원하다고 하였다.
2-2. 수박의 귀경
수박은 위, 심, 방광 경락으로 들어간다. 『옥추약해(玉楸藥解)』에는 심포, 위 경락으로 들어간다고 하였고, 『요약분제(要藥分劑)』에는 비 경락으로 들어간다고 하였으며, 『본초재신(本草再新)』에는 심, 간, 폐 경락으로 들어간다고 하였다.
3. 수박의 주요 성분 및 영양적 특성
수박에는 수분, 탄수화물, 칼슘, 인, 철, 비타민 C 등이 들어 있다. 수박의 적색 과육 색소는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로서 2〜8㎎이 들어 있다.
수박즙에는 시트룰린(citrulline), 알라닌(alanine), 알파아미노산(α-amino acid), 감마아미노부티릭산(γ-aminobutyric acid), 글루타믹산(glutamic acid), 아르기닌(arginine), phosphoric acid, malic acid, glycol, betaine, adenine, fructose, glucose, saccharose, lycopene, phytofluene, 비타민 C, β-carotene, γ-carotene 등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참고로 수박 과육의 색깔별로 주요 영양성분 함량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다음 표와 같다.
<표 1> 수박의 과육 색깔별 영양성분 (농촌진흥청)
구분 | 가식부 100g 당 | ||||||
에너지 (Kcal) |
수분 (%) |
단백질 (g) |
지질 (g) |
당질 (g) |
섬유소 (g) |
회분 (g) |
|
적색과 | 31 | 91.0 | 0.7 | 0.1 | 7.8 | 0.1 | 0.3 |
황색과 | 19 | 94.7 | 0.5 | 0.2 | 4.3 | 0.2 | 0.3 |
씨없는수박 | 30 | 91.4 | 0.8 | 0.1 | 7.4 | 0.1 | 0.3 |
수박 과육의 색깔별 영양성분 비교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반 영양성분에서는 황색수박의 칼로리가 약간 낮을 뿐 큰 차이는 없고, 무기질 함량에서는 황색수박이 칼슘과 나트륨 함량이 약간 높고, 칼륨함량은 씨 없는 수박이 낮고, 비타민에 있어서는 황색수박에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 함량이 낮다.
<표 2> 수박의 과육 색깔별 무기질(minerals) 함량 비교 (농촌진흥청)
구분 | 무기질(minerals) | ||||
칼슘 (mg) |
인 (mg) |
철 (mg) |
나트륨 (mg) |
칼륨 (mg) |
|
적색과 | 6 | 11 | 0.2 | 1 | 139 |
황색과 | 12 | 10 | 0.5 | 11 | 112 |
씨없는수박 | 4 | 10 | 0.7 | 6 | 86 |
<표 3> 수박의 과육 색깔별 비타민(vitamins) 함량 비교 (농촌진흥청)
구분 | 비타민(vitamins) | ||||
β카로틴 (㎍) |
B1 (mg) |
B2 (mg) |
나이아신 (mg) |
C (mg) |
|
적색과 | 165 | 0.06 | 0.02 | 0.2 | 6 |
황색과 | 10 | 0.04 | 0.02 | 0.3 | - |
씨없는수박 | 140 | 0.03 | 0.02 | 0.4 | 6 |
4. 수박의 효능효과와 이용
수박은 몸의 열을 내려 더위를 식히고, 담을 없애며, 번열로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을 멎게 한다. 독을 풀어주고 각종 종기를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 특히 과육 내의 citruline과 arginine은 소변을 잘 보게 하는 이뇨(利尿) 효능이 있다. 『음선정요(飮膳精要)』에 의하면 수박은 여름철 열을 내리고, 더위 먹은 데 좋고, 갈증을 멎게 하며 이뇨(利尿) 소갈 하고, 소갈증과 심번(心煩)을 치료하며 술독을 풀어주기도 한다. 『전남본초(滇南本草)』에 의하면 모든 열증, 담이 솟구치는 증과 기체(氣滯)를 치료한다고 하였다.
『전남본초(滇南本草)』에는 ‘수박의 뿌리(西瓜根)와 잎(西瓜葉)은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여 말려 두었다가 8〜12g을 달여서 복용하면 수양성(水樣性) 설사와 이질을 치료한다.’고 하였으며, 『본초촬요(本草撮要)』에는 ‘수박씨 껍질인 서과자각(西瓜子殼)은 토혈, 장풍(腸風), 하혈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또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수박의 종인(種仁)인 서과자인(西瓜子仁)은 ‘폐의 열을 없애고 장을 촉촉하게 하며 중초를 조화시키고 갈증을 멎게 하며, 껍질인 서과피(西瓜皮)는 더위를 가시게 하고 열을 내리며 갈증을 멎게 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또 수종(水腫)과 입이나 혀에 생긴 창(瘡)을 치료하고 주독(酒毒)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이 서과피(西瓜皮)는 여름철 더워진 얼굴을 마사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오이팩처럼 사용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5. 수박의 주치와 응용
수박은 더위와 열병으로 몸에 진액이 줄어들어서 번열로 가슴이 답답하고 입안이 마르면서 갈증이 나는 사람 또는 과음한 사람, 심장에 열이 많아 입과 혀가 헐고, 소변색이 황갈색이면서 시원하게 잘 나오지 않는 사람, 신장염과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또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도 좋고 장염에도 좋다.
6. 수박과 배합하면 좋은 식약재
수박과 멜론을 배합하면 체내에 과잉으로 축적되는 나트륨을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고 고혈압이나 부종에 좋다. 수박을 먹고 체한 데는 수박껍질을 달여 마시거나 묵은 김장김치를 끓여 먹으면 좋다. 수박과 복숭아를 배합하면 간기능이 좋아진다. 수박의 시트룰린과 아르기닌 성분이 간에서 효소의 생성을 빠르게 한다. 복숭아는 묵은 피를 내몰고 간기능을 활발하게 해 준다. 수박과 셀러리를 배합하면 이뇨, 정혈 작용을 하여 고혈압을 개선한다.
7. 수박의 이용과 조리 사례
잘 익은 수박을 곱게 갈아서 만드는 <수박주스>가 있고, 수박에 설탕을 가하여 발효시킨 <수박술>이나 얼음을 넣어 시원한 물에 띄운 <수박화채>도 빛깔이 곱고 맛도 좋다.
8. 수박을 먹을 때 주의 사항
수박의 성질이 차므로 수박을 많이 먹으면 몸을 차게 한다. 몸 특히 중초(中焦: 비위)가 차고 위장이 허약한 사람과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9. 마무리
1970년대 이전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잘 익은 수박 한 덩이를 줄에 묶어 우물 속에 내려 담가 시원하게 한 다음, 저녁에 마당에 멍석이나 평상을 펴고 둘러앉아 한 조각씩 나누어 먹으며 더위를 가시게 하던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초등학교의 시험문제에 ‘다음 중 겨울에 볼 수 없는 것은?’ 이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당연히 수박을 골라야 하였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를 낼 수 없다. 재배기술과 경영개선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시설재배가 보편화되면서 수박이나 딸기는 더 이상 여름과일이 아니다.
체질의 음양적 원리를 따른다면 과연 건강한 제철 과일인가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어쩌면 이것도 시대적 대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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