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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약초 탐구

배-沙梨 제대로 이용하기

by 느티나무곽교수 2024. 3. 18.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국인의 생활 속에 자리한 배는 제수용은 물론 건강식품으로서도 사랑받는 전통 과일이다. 배에 대하여 그 기원과 특성, 성미 귀경, 성분 및 효능효과, 음식 배합, 주의 사항 등을 알아본다.

1. 배의 기원과 특성

1-1. 배의 기원

배는 장미과에 속하는 다년생 낙엽성 큰키나무(교목:喬木) 배나무의 열매를 말하는데, 백리(白梨), 사리(沙梨), 추자리(秋子梨) 등 재배종의 열매이다. 껍질은 이피(梨皮)라 하여 약용한다. 백리(白梨)는 Pyrus bretschneideri Rehd., 사리(沙梨)는 돌배나무[P. pyrifolia (Burn. f.) Nakai.], 추자리(秋子梨)는 북방형 동양배(P. ussuriensis Maxim.) 등을 기원으로 하고 있다. 배의 수명은 500년 이상 된 것도 있고 나무의 높이가 20m 이상 자라는 큰 나무다. 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피며 백색으로 꽃잎은 5장, 암술은 5개, 수술은 20∼30개 정도이다.

배의 원산지는 중국 서부와 남서부로 알려져 있으며 여기서부터 점차 세계로 전파되어 한길은 동아시아를 경유하여 한국과 일본으로, 다른 한길은 서부로 이동하면서 일부는 중앙아시아와 내륙으로, 또 다른 일부는 소아시아, 서부 유라시아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중국,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중국배(북방형 동양배)와 한국배(남방형 동양배)가 정착되었고,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지역을 포함하는 중앙아시아에는 서양배와의 교잡종이, 코카서스 산맥과 소아시아 지역을 중심축으로 서양배 재배품종이 발달하여 분포되었다.

2015년 미국농무성 보고에 따르면 배의 기본종은 24종이다. 이중 생식용으로 널리 재배되는 종은 극동아시아에 퍼져 있는 남방형 동양배(P. pyrifolia), 중국의 북방형 동양배(P. ussriensis)와 유럽, 미국, 오세아니아 등 가장 넓은 지역에서 재배되는 서양배(P. commmunis)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들은 남방형 동양배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남방형 동양배와 북방형 동양배의 자연교잡에 의해 지역별 재배종으로 분화·정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재배하고 있는 배는 남방형 동양배를 원형으로 하는 Pyrus pyrifolia (Burm fil.) Nakai var. culta (Makino) Nakai 로서 다양한 재배품종들이 육성되어 보급되었다.

한국의 재래종 배들은 자생종인 산돌배 계통과 중국 배와의 잡종이 대부분으로, 학명이 밝혀진 33 품종과 학명이 밝혀지지 않은 26 품종이 보고되었다. 한국 전래의 재래종 배는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황실리”, “청실리”, “청당로리”, “합실리” 등이 있었으며 이러한 한국 재래종 배는 북방형 동양배나 남방형 동양배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과실은 남방형 동양배보다 다소 작고 과피색이 선명하지 않으며 꽃받침이 남아 있는 종류가 많고, 수확 당시 과실은 과즙과 감미가 적으나 저장을 하면 과피가 검게 되면서 당도가 극히 높아지고 독특한 향기를 낸다.

그러나 한국 재래종 배는 지속적인 품종 육성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일본 도입 품종에 밀려 현재는 거의 재배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오지의 농가나 전남 광양 등에서 일부 약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재배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에 재래종 배의 우수한 유전인자를 이용하여 한국 특유의 배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재래종 배의 수집, 조사, 평가, 보존에 관한 연구를 추진하고, 수집된 자생자원에 대한 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2. 한국의 배 재배

한국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야생종 배가 재배되고 있었다. 『제민요술(530∼550)』에는 ‘배를 재배한다.’고 기록되어 있고 고려 명종 18년에는 배나무를 심어 소득을 높이도록 나라에서 권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성종(1469∼1494) 때에는 배가 주요 과수로 재배되어, 품질이 좋은 상품을 골라서 진상품으로 나라에 바쳤다는 기록도 있다. 강희안의 저서 『청천양화록』에 의하면 배의 거름 주기, 물 주기 등의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산림경제서(1664∼1715)』에서 원예에 관한 부분을 보면 이식 방법, 실생법, 삽목법, 해충방제법 등의 재배 기술이 설명되어 있다. 19세기 작품인 『춘향전』에는 ‘청실배’라는 이름이 나오며, 구한말에 ‘황실배’, ‘청실배’ 등과 같은 명칭이 있어 일반적으로 널리 재배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재래종 배의 명산지는 봉산, 함흥, 안변, 금화, 수원, 평양 등이었고 품질이 우수한 품종은 ‘황실배’, ‘청실배’, ‘함흥배’, ‘봉화배’ 등이 알려졌다. 이 중에서 청실배는 경기도 구리시 묵동에서 재배되었는데 단맛이 높고 품질이 우수하여 구한말까지 왕실에 진상되었으며, 최근까지 먹골배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근대 이후 가장 유명한 배 재배지는 전라남도 나주이며, 현재는 과일의 숙기와 기후조건에 따라 전국적으로 많은 재배지가 생겨났다.

1-3. 배의 품종 육성

한국에서 현재와 같은 배 품종의 재배는 약 120년 전인 1906년에 구한말 정부가 지금의 뚝섬에 원예모범장을 설치하여 12ha의 시험 재배지에 “장십랑”, “금촌추”, “만삼길”, “태평조생”, “적룡”과 서양배 “바틀렛(Bartlett)” 6 품종을 재식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908년까지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40여 품종을 도입하여 재래종 59 품종과 함께 품종비교시험 및 품종 간 교배친화성 시험을 실시하였다. 한국전재 이후 1954년부터 본격적으로 교배 육종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당시 교배친은 “장십랑”, “금촌추”, “이십세기”, “청실배” 등이 이용되었다. 한국재래종인 “청실리”를 일본 품종인 “장십랑”과 교배한 계통 중에서 1968년 “단배”를 국내 최초로 육성하였다. “단배” 품종은 ‘북방형 동양배’와 ‘남방형 동양배’의 종간 교잡종에 해당되며 과일이 크고, 단맛이 높으며 식미가 뛰어났으며, 병에 견디는 내병성이 강해 육종 소재로 많이 이용되어 한국 배 육성 수준을 한 차원 올려놓았으나 재배 현장에의 보급은 미진하였다.

그 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육성된 “황금배”, “감천배”, “추황배” 등이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초에 개발된 “감천배”, “화산”, “원황” 등 국내 육성 품종의 보급이 점차 확대되면서 “원황”은 한국의 대표적인 조생종 품종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장십랑”, “만삼길”등 품질이 열악한 기존 품종을 대체하였다.

또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스위트스킨”, “조이스킨” 등과 신선 편이 가공에 적합한 “설원”, 향기가 좋은 “진향” 등 2019년까지 다양한 숙기와 과피색, 기능성을 가진 39개 품종이 육성되어 소비자가 원하는 배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었다.

최근에는 뛰어난 식미를 가진 “만풍배”, “한아름”, “슈퍼골드”, “신화” 등 추석에 출하할 수 있는 품종들이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품종들은 “신고”에 비하여 식미가 우수하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수확량이 적고 저장성이 약해 생산자가 재배를 기피하고 있어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고품질 조생종과 만생종 배 품종의 비율을 증가시켜 연중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수출에 적합한 품종 보급을 통해 배의 수출과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4. 한국의 배품종 육성 방향

다른 과일처럼 배 또한 품종 육성의 목표는 시대와 사회환경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육성된 많은 배 품종들에 적용된 개량 목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과실의 크기는 1~2인 가구 확대에 따라 한 번에 소비가 가능한 작은 과실(200~300g)과 제수나 선물용으로 적합한 큰 과실(700g 이상) 품종으로 2 원화 해야 한다.

② 생산자의 노령화와 부녀화 및 인건비 상승에 따라 검은별무늬병, 꼬마배나무이, 복숭아순나방 등과 같은 주요 병충해에 강한 내병충성을 가져야 하며, 봄철의 불량 환경에도 안정적인 결실이 가능하며 인공수분 노력이 필요 없는 자가결실성, 적과(摘果) 노력이 적게 소요되는 자가적과성, 결과지 및 단과지 형성이 용이한 착과 안정성 품종일 것.

③ 시장개방에 따라 기존의 온대 과수 및 열대와 아열대 과수와의 경쟁이 가능한 고기능성, 방향성, 통째로 먹을 수 있는 편리성, 다양한 과피 및 과육색, 가공 및 요리 적합성 품종일 것.

④ 지구온난화에 따라 저온요구도가 낮고, 고착색 품종일 것. 이러한 목표에 맞게 과실이 크고 과육이 부드럽고 감미가 뛰어난 조생종에서 만생종까지 다양한 품종이 육성되고 있다. 하지만 재배의 용이성, 저장성, 내병성 등에서 아직은 목표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이러한 기본적인 방향과 함께 특수한 기능을 가진, 즉 적색 과피, 통째로 먹을 수 있는 배, 향기와 약리성분이 강화된 배 등 기능성이 우수하여 다양한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품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배 재배 과원 - 한국
배 재배 과원 - 한국

 

배에 대한 형태적 및 생육 특성과 품종 및 재배환경과 기술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에 대해서는 농촌진흥청 농사로의 농업기술 길잡이를 참고하면 되는데, 주로 배의 일반 현황과 함께 품종, 재배환경과 과원 관리기술, 생리장해와 병해충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배 주요 재배품종별 특성은 제2장 ‘배 품종육성과 특성’의 (표 2-1)를 참고하기 바란다.

배에 대한 정보 - 농촌진흥청 농사로/영농기술/작목정보/과수/배
https://www.nongsaro.go.kr/portal/farmTechMain.ps?menuId=PS65291&stdPrdlstCode=FT010602

 

1-5. 배의 재배환경

배나무는 연평균 기온 7℃ 이상이면 재배가 가능하지만 동해(凍害), 품질 저하 등을 고려한 주산지의 연평균 기온은 대체로 11∼15℃이다. 한반도의 배 재배 지역은 겨울철 최저기온이 -20℃ 이하이다. 생육 기간인 4∼10월의 평균기온이 18∼20℃이며 성숙기인 9∼10월의 평균기온이 16∼20℃에 분포되어 있다. 특히 남부 해안 지역은 만생종 재배에 적합하다.

또한 햇빛은 광합성을 위하여 필수조건인데, 배나무의 생육이 좋고 고품질의 과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과원을 조성할 때 일조량이 많은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평지보다는 동남향의 경사지가 유리하다. 또한 재식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수형을 만드는 것이나 전정작업 등도 모두 일조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다.

강수량 또한 중요한데 남방형 동양배는 여름철 습기가 많은 지대가 원산지로 여름철 온도가 높고 강수량이 많은 곳에서 생육과 과실 발육이 양호하다. 배나무 재배에 필요한 연 강수량은 나무의 나이, 토양과 그 밖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200∼1,500mm이며, 4∼10월 생육 기간에는 800mm 이상의 강수량이 필요하다.

토양의 물리성과 화학성도 중요한데 표토로부터 30㎝ 이하의 속흙의 배수성과 보수력이 좋아야 하며 토양산도는 pH 5.5〜6.5 정도의 양산성을 좋아한다.

또한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품종별로 과일이 익는 숙기와 추석 조우율을 보면 품종별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참조하여 지역별 기후조건과 과일의 숙기를 고려하여 품종을 선택하여야 한다.

&lt;그림 1&gt; 배품종별 추석 조우율과 숙기분포 [출처 : 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013. 배]
&lt;그림 1&gt; 배품종별 추석 조우율과 숙기분포 [출처 : 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013. 배]
<그림 1> 배품종별 추석 조우율과 숙기분포 [출처 : 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013. 배]

 

1-6. 배나무 묘목의 선택

특히 영년생작물인 배나무는 한번 심으면 일생을 끝낼 때까지의 기간이 아주 길기 때문에 처음에 좋지 못한 묘목을 심게 되면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더욱이 한 그루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 단위면적에 대한 재식 주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후나 토질 등의 조건에 맞고, 목적하는 과실을 생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묘목을 심어야 한다.

좋은 묘목의 구비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묘목은 품종이 정확해야 한다.

② 뿌리의 절단이 적어야 한다. 뿌리의 발달이 좋고 생기가 있으며 나무껍질은 윤기가 있어야 한다.

③ 웃자라지 않은 묘목이어야 한다. 즉 마디가 굵고 짧으며 충실한 잎눈이 잘 붙어 있는 묘목을 선택해야 한다. 웃자란 묘목은 심은 후 가지 발생이 적고 겨울철 동해(凍害)나 건조에 약하여 말라죽는 일이 많다.

④ 병충해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 묘목에 발생되기 쉬운 병해충은 날개무늬병(문우병), 근두암종병, 검은별무늬병, 깍지벌레류 등이 있다.

2. 배의 성미, 귀경

배의 맛은 달고, 약간 시큼하며, 성질은 평하다. 『일용본초(日用本草)』에는 ‘맛은 달고 시큼하며 성질은 평하다.’고 하였고, 『본초재신(本草再新)』에는 ‘맛은 달고 성질은 조금 차며 독이 없다.’고 하였다.

배는 폐, 위 경락으로 작용한다. 『신농본초경소(神農本草經疏)』에는 ‘수태음폐경과 족양명위경락으로 작용한다.’ 하였고, 『요약분제(要藥分劑)』에는 ‘심, 폐 경락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간, 위 경락에도 들어간다.’ 하였다.

3. 배의 주요 성분 및 영양적 특성

배에는 사과산을 주로 한 주석산, 소량의 구연산 등이 함유되어 있다. 배 종류별 주요 영양성분 함량을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다.

<표 1> 배 종류별 영양성분 비교

구분 가식부 100g당
에너지
(Kcal)
수분
(%)
단백질
(%)
지질
(%)
당질
(%)
섬유소
(%)
회분
(%)
한국산 신고 39 88.4 0.3 0.1 10.3 0.6 0.3
장십랑 33 90.4 0.4 0.3 8.1 0.5 0.4
일본산 일본배 76 80.3 0.1 0.1 18.9 0.4 0.2
서양배 77 80.1 0.2 0.1 18.5 0.9 0.2

 

한국산 배의 종류별 영양성분 비교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칼슘, 나트륨, 칼륨 함량이 많고, 인이나 유기산 등의 함량이 적어 알칼리성 식품에 속한다. 에너지, 당질, 섬유소, 칼륨 함량은 “신고” 품종이 높고,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성분에서 “장십랑”품종에서 함유량이 높다. 특히 모든 배에서 칼륨 함량이 풍부하다.

한국산과 일본산을 비교해 보면 에너지는 일본산이 월등하게 높고 당질은 약간 높았으나, 수분을 비롯한 무기질의 함량은 한국산이 높으며 특히 칼륨과 인, 비타민 C의 함량은 한국산이 월등하게 높다.

 

<표 2> 배 종류별 무기질(minerals) 함량 비교

구분 무기질(minerals)
칼슘
(mg)

(mg)

(mg)
나트륨
(mg)
칼륨
(mg)
한국산 신고 2 11 0.2 3 171
장십랑 5 12 0.3 4 111
일본산 일본배 3 6 0.2 4 75
서양배 4 5 0.1 1 55

 

<표 3> 배 종류별 비타민(vitamins) 함량 비교

구분 비타민(vitamins)
β카로틴
(㎍)
B1
(mg)
B2
(mg)
나이아신
(mg)
C
(mg)
한국산 신고 0 0.02 0.01 0.1 4
장십랑 0 0.02 0.01 0.3 4
일본산 일본배 0 0 0 0.1 0
서양배 0 0.01 0.02 0.3 0

4. 배의 효능효과와 이용

배는 수분이 많아서 몸에 진액을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하며 폐를 촉촉하게 눅여주어 가래를 삭이는 효능이 있다. 『천금방(千金方)-식치문(食治門)』에는 ‘객열(客熱: 외부에서 들어온 사기에 의해서 생기는 열 또는 합병증으로 생기는 열)을 제거하고 심번(心煩: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멎게 한다.’ 하였으며, 『당본초(唐本草)』에는 ‘화상으로 인하여 생긴 창(瘡: 부스럼)에 바르면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통증을 멎게 하며 빨리 아물게 한다. 또 열로 인한 기침을 멈추고 갈증을 다스린다.’하였다.

5. 배의 주치와 응용

배는 열병으로 몸에 진액이 줄어들고, 폐열로 마른기침을 하며,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당뇨병이 있을 때, 몸이 차고 기관지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좋고 토사곽란, 창독 또는 주독을 풀어주는 데 좋다.

신선한 배는 육부(六腑)의 열을 내려주고, 삶은 것은 오장의 음기를 자양 시킨다. 배즙으로 끓인 죽은 어린이의 영양장애, 소화불량 등 질환으로 오는 열, 즉 감열(疳熱)을 치료한다.

배나 배 가공품을 많이 먹으면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천식이나 숙취해소 육류를 부드럽게 하는 기능이 있다.

6. 배와 배합하면 좋은 식약재

배와 무를 배합하면 양적인 기운이 높아 기를 잘 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쌀을 배합하면 심장의 풍열로 정신이 혼미하고 속이 답답할 때, 소아가 풍기로 경기하며 열이 있을 때 좋다. 두유를 배합하면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혈압을 안정시키며 소화와 갈증을 풀어준다. 배 속을 파내고 꿀을 채워 중탕하여 먹으면 기침을 하며 숨이 차는 데 좋고 목이 아프고 열이 날 때도 좋다. 배와 후추를 배합하면 기침에 좋은데 배숙 같은 전통 음료는 이런 배합을 응용한 것이다. 검은콩과 배합하면 담이 나오고 숨이 찬 데 좋다. 또 식초와 배합하면 피로로 인한 주의력 감퇴에 좋고 간 기능을 원활히 하여 지방 축적을 줄이고 비만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되며, 과식과 갈증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연근을 배합하면 변비나 방광염, 또는 가래가 많을 때 좋다.

7. 배의 이용과 조리 사례

배 1개에 생강 50g, 물 10컵, 설탕 1큰술, 통후추, 잣 등을 원료로 만드는 <배숙>은 전통음료로서 매우 귀하게 이용되어 왔다. 요즘은 가을철 수확기에 배에 도라지, 생강 등을 넣고 배즙을 내어 파우치 포장을 하여 휴대하면서 기침, 가래 등에 많이 복용하기도 한다.

8. 배를 먹을 때 주의 사항

배의 성질은 서늘하므로 비허(脾虛)로 인하여 몸이 차고, 가래가 있고 기침을 하는 사람 그리고 설사를 하고, 구토증이 있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신농본초경소(神農本草經疏)』에 의하면 폐에 찬 기운이 들어가 생기는 해수(咳嗽), 여성의 출산 후, 어린이의 천연두를 앓고 난 후, 또는 위가 냉하여 구토를 하는 경우 등에는 모두 금한다.

9. 마무리

배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국인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전통 과수로서 제수용으로 뿐만 아니라 환절기 건강을 지켜주는 건강식품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달콤하고 시원하며 아삭한 식감과 함께 독특한 향과 성미로 사랑받는 배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매우 사랑받던 과일이었다. 또한 소고기를 재워 조리를 할 대 질긴 성질을 눅여 부드럽게 만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배는 요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존재다. 특히 한국의 배는 전 세계적으로 그 맛과 상큼한 식감으로 사랑받는 존재감을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