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고사, 약용부위에 따른 약초의 분류와 이름의 유래(4)]
지난 회에 이어 약초의 이름과 관련하여 전설(傳說)과 고사(古事)또는 인명(人名)에 따라 붙여진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고, 사용하는 약용부위에 따라 붙여진 이름을 함께 정리한다. 이 또한 약초의 이름에 얽힌 전설이나 설화 등 재미있는 일화들이 함께 하는데, 무엇보다도 약재의 이름을 기억하기 쉽고, 그 효능이나 효과를 잘 알아서 활용하라는 의미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약용 부위에 따라 그 부위를 상징하는 명칭이 이름에 붙어 어느 부위인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 전설(傳說)과 고사(古事)또는 인명(人名)에 따라 붙여진 이름
- 강진향(降眞香) : 전통적으로 동양의 3대 종교 들은 의식을 행할 때 향-香을 태운다. 특히 도가(道家:仙敎)에서는 궁극의 목표인 신선-神仙이 되기 위하여 수행을 하는 과정에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기 위하여 큰 노력을 하는데, 이처럼 선(仙)을 구하는 의식을 행할 때 향을 태우면 신선(神仙)으로 하여금 진인(眞人)을 감응(感應)하도록 한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좋은 향을 구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증류본초-證類本草"에 수록된 강진향은 콩과식물인 강향단-Dalbergia odorifera의 껍질부를 제거한 심재-心材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보통 강향(降香)이라고도 불린다.
- 두충(杜仲:杜冲):두충나무의 수피(樹皮)를 말한다. 고대에 신선이 되기 위해서 수행하는 '두충-杜仲'이란 인물이 있었는데 곡물을 일절 끊고 이 약만 복용하고 용맹 수행한 결과 득도-得道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데서 후세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인명으로 명명한 것이다.
- 복분자(覆盆子):복분자딸기, 산딸기, 멍석딸기 등의 미성숙과실로서 장양작용-壯陽作用이 있는 약재인데, 산에 나무를 하러 간 노인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따 먹은 이 열매 덕분에 오줌발이 세어져서 항아리 즉 요강이 뒤집혔고, 그 후로 회춘-回春을 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 사상자(蛇床子):사상자 또는 벌사상자 등의 과실로서 뱀들(蛇類)이 이 풀의 잎 아래서 즐겨 눕는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 서장경(徐長卿) : 박주가리과의 산해박의 뿌리 및 뿌리줄기를 말하는데, 서장경은 중국 고대의 유명한 의사 이름으로서 그는 이 약초를 이용하여 많은 사람을 치료했다는 고사에서 그의 이름을 따 붙인 이름이다.
- 음양곽(淫羊藿):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는 식물의 전초-全草로서 장양작용-壯陽作用이 있는데, 양을 치는 노인이 이 풀을 먹은 숫양이 양기가 강해져서 하루에도 수백 마리의 암양과 짝짓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 풀을 먹은 결과 회춘을 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 하수오(何首烏) : 고대에 하씨 성을 가진 백발(白髮)의 노인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이 약초의 뿌리를 캐 먹고 약기운에 취하여 잠이 들었는데, 가족들이 집으로 모셔와 며칠 동안 깊은 잠을 자고 나서 보니 하얀 머리가 검게 변했으며 기력이 회복되어 장수하게 되었고, 몇 대에 걸쳐 이 약을 먹고 건강 장수하였다는 데서 후세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 기타 인명(人名)에서 유래하는 약재 : 이 밖에도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약재로는 유기노(劉寄奴:국화과 외잎쑥의 꽃을 포함한 전초), 사군자(使君子:사군자과 사군자나무의 잘 익은 과실), 한신초(韓信草:꿀풀과 골무꽃의 전초), 우여량(禹餘粮:나리과 청미래덩굴의 뿌리줄기로 보통 토복령이라 부른다.) 등이 있다.
바. 약용(藥用) 부위(部位)에 따라 붙여진 이름
- 화부(花部):원화(芫花), 괴화(槐花), 갈화(葛花), 선복화(旋覆花), 선화(旋花), 국화(菊花), 면화(棉花), 촉규화(蜀葵花) 등 꽃 부위를 이용하는 약재들로서 화(花) 자가 붙는다.
- 종자부(種子部):나복자(蘿葍子), 치자(梔子), 백개자(白芥子), 구기자(枸杞子), 오미자(五味子), 소자(蘇子), 창이자(蒼耳子), 연자(蓮子), 만형자(蔓荊子), 마자(麻子), 피마자(萞麻子), 금앵자(金櫻子:앵두나무), 동규자(冬葵子), 동과자(冬瓜子), 토사자(免絲子), 청상자(靑箱子) 등 주로 종자 부위를 이용하는 약재들로서 아들 자(子) 자가 붙으며 그 약성이 생식기능을 돕는다.
- 핵인부(核仁部):도인(桃仁), 행인(杏仁), 호도인(胡桃仁) 등 주로 종자 내부의 핵인부를 이용하는 약재들이다.
- 엽부(葉部):자소엽(紫蘇葉), 측백엽(側柏葉), 비파엽(枇杷葉), 상엽(桑葉), 애엽(艾葉), 하엽(荷葉), 다엽(茶葉) 등 주로 잎 부위를 이용하는 약재들이다.
- 근부(根部):갈근(葛根), 삼칠근(三七根), 산두근(山豆根), 호장근(虎杖根), 천근(茜根:꼭두서니), 노근(露根:갈대), 백모근(白茅根), 마황근(麻黃根) 등 주로 뿌리 부위를 이용하는 약재들이다.
- 피부(皮部) : 껍질부위를 사용하는 약재로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구분된다.
① 과피(果皮):진피(陳皮), 청피(靑皮), 석류피(石榴皮) 등 열매껍질을 이용하는 약재.
② 수피(樹皮):진피(秦皮:물푸레나무), 해동피(海桐皮:음나무), 계피(桂皮:계수나무), 정향피(丁香皮), 오가피(五加皮), 화피(樺皮:자작나무) 등 줄기 껍질을 이용하는 약재들이다.
③ 근피(根皮):목단피(牧丹皮), 지골피(地骨皮), 상근백피(桑根白皮), 강피(薑皮), 백선피(白鮮皮), 저근백피(樗根白皮:가죽나무) 등 뿌리껍질을 이용하는 약재들이다.
<마무리>
전설, 고사, 인명, 약용부위 등 약재의 이름이 명명된 유래를 보면 그 약재의 성미나 효능효과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처럼 다양한 유래로 약재의 이름을 명명한 것은 누구나 조금 더 쉽게 익히고, 오남용 없이 약재를 잘 이용하기를 바라던 선조들의 지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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