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정치, 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나 통할 얘기로 치부했었지만, 뇌물의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세칭 김영란법을 제정하고 식사 한 끼 먹는 것도 그 금액이 얼마가 넘으면 뇌물이 되어 처벌을 받는단다.
1. 어떤 선물
대학을 은퇴한 후 여기저기 강의를 다니면서 최근에는 가가운 시군구 평생학습관에도 강의를 나가고 있다.
대부분 연세 지긋한 성인들이 대부분이어서 비슷한 세대 간에 느낄 수 있는 동류성 때문인지 참 애착이 간다. 여느 기관단체처럼 강의료가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형님동생, 누나뻘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우선 동시대의 언어가 잘 통하는 장점이 있다.
어느 날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수강생 한분이 아직 가시지 않고 기다리고 계신다.
나이 지긋하신 분인데 평소에도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에 남아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하시던 열성 수강생이다.
오늘은 강의실이 아니고 복도 끝에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늦게 나오는 나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꼭 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서 책을 한 권 내민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최신판이다.
오래전에 한번 읽었던 책인지라 더욱 반갑다.
2. 선물과 뇌물의 정의
오래전 선배 한분으로부터 들었던 이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생각난다.
"손 윗사람(상사)이 주면 선물이고 손 아랫사람(부하직원)이 주면 뇌물"이라고 정의하면 거의 정설이란다.
그럴듯하다는 생각에 이걸 지키려 노력해 왔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도 학기 초가 아니고 학년말에 과정이 모두 끝나고 난 후에 작은 꽃다발과 함께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부부가 함께 방문하여 선물을 드리고 한 해 동안 수고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표시를 한다.
주변에서 이를 안 지인들 중에는 "그것은 선물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도 하였지만 고집스럽게 이 원칙은 지켜졌다.
은퇴 후 평생학습을 하면서도 부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특강의 경우에는 해당이 없지만 어느 기관에 몇 주 이상 이어지는 정기강의에서는 매 기수마다, 강의를 마치면 책거리를 하자면서 내가 차를 한잔씩 돌린다.
그것은 내 강의를 애청해 주신 고객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그런데, 수강생들에게는 그게 좀 신선했었단다.
3. 이 선물 바로 받다.
뭔가를 좀 드리고 싶은데, 여의치 않고, 마침 보니 책을 좋아하시고, 인문학적 주제에 대해서도 해박하신 것 같아서 꼭 드리고 싶었단다.
사실 강의시간에 강의 주제와 연관성이 있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의 예화 등을 가끔씩 얘기해 주곤 했는데 그게 참 좋았다는 것이다.
이 선물, 거리낌 없이 기꺼이 받았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전에 한번 읽은 책인데 꼭 한번 다시 읽고 싶었던 책...”이라고 감사인사를 드리면서 새삼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나 자신의 저서를 한 권 꺼내어 정성 들여 사인을 하고 다음 주에 답례를 하겠다고 준비를 한다.
이런 선물을 준비하시려면 참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연세에 서점을 가고, 책을 고르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학습원에 나오셨을 것이다.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이런 행복을 깨뜨릴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4. 마무리
이 정도의 선물이라면 정으로 받아도 될 듯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 무한 감사를 드린다.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펼친다. 오늘은 아마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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