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본초학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생활약초탐구"라는 꼭지로 연재를 하면서 이번 주까지 어패류를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들어온 질문이 "물고기의 이름을 보면 '어'자로 끝나는 것과 '치'자로 끝나는 것이 있는데 이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함께 알아본다.
1. 물고기의 이름
김창일박사(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국립수산과학원 "한국어도보"에 나오는 물고기 이름을 살펴보면 '치'로 끝나는 물고기는 18.23%, '어'로 끝나는 물고기는 16.4%로서 이 둘을 합하면 34.6% 정도에 달한다.
이 외에 '리'로 끝나는 것(도다리, 벤자리 등 약 10%), '기'로 끝나는 것(참조기, 놀래기 등 7.8%), '돔'으로 끝나는 것(참돔, 옥돔, 감성동 등 7.5%), '대'로 끝나는 것(서대, 성대 등 4.6%), '미'로 끝나는 것(참가자미, 쥐노래미 등 3.78%) 등 매우 다양하다.
2. 치와 어의 형용모순
일반적으로 가장 잘못 알려진 정의를 보면 "비늘이 없는 물고기에는 '치'를 붙이고, 비늘이 있는 물고기에는 '어'를 붙인다."는 설이다.
그런데 이것은 말 그대로 "설"일 뿐이다. 이 설을 그대로 따른다면 "광어'는 비늘이 있고, "넙치"는 비늘이 없는 물고기가 되어야 한다. 순우리말 "넙치"를 한자어로 표기한 것이 "광어"이기 때문에 이것은 정말 심각한 형용모순에 빠진다.
또한 준치, 날치, 쥐치, 꽁치 등은 '치'로 끝나지만 비늘이 있으며, 고등어, 장어, 병어, 상어 등은 비늘이 있지만 외형적으로는 비늘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3. 학계의 의견
국립수산과학원에 의하면 '치'가 옛날에는 어류를 지칭하는 보편적 어미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즉 '치'는 물고기라는 뜻의 우리말 접미사였는데 언제부터인지 식자층이 선호하는 어류에 한자 '어(魚)'가 붙은 것으로 보았다.
이 이론에도 일리는 있으나, "가시만 없으면 상놈들 주기는 아까운 고기"라거나 "썩어도 준치" 등의 말을 상기해 보면 얼마나 옛사람들이 준치의 맛을 높이 평가 했는지 알 수 있다.
4. 총과 포의 구분
군대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총과 포의 구분도 어류의 분류와 비슷한 오해가 있다.
한때 "구경이 큰 것은 '포'고, 구경이 작은 것은 '총'이다."라는 설이 있었으나 105밀리 "곡사포"는 106밀리 "무반동총"보다 구경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포'라고 한다.
결론은 그 무기를 만들 때 처음 이름 붙이는 사람이나 회사의 마음대로라는 것이다.
5. 결론
이처럼 '치'와 '어'는 비늘과는 상관이 없다. 물론 물고기의 이름을 붙이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언어를 사용하는 민중의 사용도에 따라서 살아남은 언어가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언제 또 이 이름이 변할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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