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륨, 칼슘, 인 등의 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당근에 대하여 그 기원과 특성, 성미·귀경, 성분 및 효능효과, 음식 배합, 주의 사항 등을 알아본다.
1. 당근의 기원과 특성
1-1. 당근의 기원
당근(carrot)은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미나리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초본식물 당근(Daucus carota L. var. sativa DC.)의 뿌리이다. 속명인 Daucus는 그리스어로 ‘종자를 먹으면 몸이 훈훈해진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영어이름 carrot은 어원상, 그리스어 karōton, 라틴어 carotta, 중기 프랑스어 carotte에서 나온 것으로 당근의 붉은 색깔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당근의 지중해 지방이 원산지라는 설도 있으나 야생종은 유럽,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 산록이 원산지라는 설이 유력하며 이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농자색, 황색, 등황색 등 다양한 변이가 분포하고 있다.
당근은 이란-바빌로니아-나바테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었는데 터키의 아나톨리아 남서 지역이 유럽계 품종의 발생지라고 보고 있다.
고대에는 자색 위주의 뿌리가 가늘고 딱딱하여 품질이 좋지 않았으나 15세기 경에 품종 개량이 시작되었으며, 오늘날 많이 재배하고 있는 품종은 17세기 중엽 네덜란드에서 처음 육성되었다.
중국에는 원나라(1280〜1367) 초기에 중앙아시아로부터 중국 화남을 거쳐서 화북지방에 도입되어 화주 및 복주에 이르는 지방과 기타 고원지대에서 재배되면서 오늘날의 유럽계 당근과 동양계 당근으로 생태형을 달리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한국에는 정확한 도입 연도가 불분명하지만 1900년대 초에 재배된 기록이 있고, 1907년 도입된 외국 품종의 재배기록이 있다.
1-2. 당근의 생리적 특성
당근은 두해살이 초본식물로 키는 2미터에 달하며 곧추 자란다. 뿌리는 굵고 곧추 들어가며 황색, 감색 또는 적색으로 가지가 갈라지고 세로로 능선이 있으며 퍼진 털이 있다. 잎은 3회 깃털모양 겹잎이고 털이 있으며 뿌리에서 돋은 잎은 잎자루가 길다.
꽃은 흰색으로 7〜8월에 피고 원줄기 끝과 가지 끝의 큰 산형화서에 달리고 총포는 잎 같으며 뒤로 젖혀지고 갈라진다. 꽃받침잎, 꽃잎 그리고 수술은 각각 5개이며 1개의 암술이 있고 씨방 하위이다. 열매는 긴타원형이고 가시 같은 털이 있다. 뿌리를 식용하고, 종자를 약용한다. 바닷가에 자생하는 당근은 갯당근(D. littoralis var. koreana Nak.)은 당근이 퍼져 나간 것으로 당근의 기본종으로 보고 있다.
1-3. 당근의 서식 환경
당근의 생육적온은 18〜20℃이고 28℃ 이상에서는 생육하지 않는다. 지상부는 생육적온보다 약간 낮은 온도에서 잘 자라고 뿌리의 생육적온은 20℃이며 이 온도보다 높으면 뿌리가 굵어지지 않고 뿌리의 형태가 흐트러지고 표피가 거칠어져 상품성이 떨어진다. 또 생육적온도다 낮은 온도에서는 착색이 불량해진다.
당근은 다양한 토양에서 재배되지만 비옥한 사질양토가 가장 좋다. 장근종은 색깔이 붉은 홍적토에서, 금시계통은 보수력이 있는 사질양토에서 우량품이 생산된다. 단근종은 비교적 토양적응성이 넓으나 토양이 과습 하면 뿌리썩음병이 나타난다. 토양 용수량 70∼80%에서 뿌리의 생육이 좋고, 건조한 토양에서는 뿌리생육이 불량해진다. 수분공급이 불규칙하면 뿌리의 표면이 거칠어진다. 특히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비가 오면 뿌리가 급격하게 비대해져서 터지므로 건습의 차이가 심한 곳에서는 재배하지 않는다.
당근은 제주도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가장 많은 주산지이며 그 뒤를 경남, 강원, 경북, 부산 등이 잇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이 소비량을 감당하지 못하여 전체 소비량의 절반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4. 당근의 품종과 재배법
당근은 산형화과 작물로 품종은 크게 서양계와 동양계 두 당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양계는 터키의 서부지방을 원산지로 하며 여름기온이 서늘한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한 품종군으로 추대가 늦게 되는 성질이며 당근 특유의 냄새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뿌리색은 베타카로틴(ß-carotene) 함량이 많아 등황색이며 뿌리가 긴 품종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20㎝ 이하이며 뿌리 끝이 굵게 맺히는 품종을 선호한다. 유럽계에는 봄파종을 하더라도 추대가 적은데 이에 해당하는 품종군으로는 3촌, 5촌, Danvers, Long orange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뿌리가 주황색인 5촌 당근이 많이 재배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홍심5촌, 여름5촌 등 고정종 품종이 주로 재배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1대 잡종인 교배종이 많이 재배되고 있어 각 품종군 별 특성이 아닌 교배조합에 따른 특성을 나타내므로 각 지역별 기후나 토양 환경 및 재배작형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당근은 품종이 매우 많으며, 2013년 9월까지 국립종자원에 생산·판매 신고된 품종 수만 해도 303종이나 된다. 물론 생산·판매 신고된 품종에는 비슷한 품종을 각 종묘회사마다 신청한 것들이 많으므로 실제 품종 수는 이보다 현저히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품종은 고정종과 F1품종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과거에는 고정종이 많이 재배되었으나 현재는 품질 및 순도가 좋은 F1품종이 점차 많이 재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당근의 품종 및 재배기술, 병해충 방제, 영양 및 생리장해, 수확 후 관리 등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당근에 대한 정보-농촌진흥청 농사로/영농기술/작복정보/채소/당근/ https://www.nongsaro.go.kr/portal/farmTechMain.ps?menuId=PS65291&stdPrdlstCode=VC031103 |
2. 당근의 성미, 귀경
당근의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일용본초(日用本草)』에는 맛은 달고 매우며 독이 없다고 하였고, 『음선정요(飮膳精要)』에는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고 하였으며, 『의림찬요(醫林簒要)』에는 신선한 것은 약간 맵고 쓰며 열을 가하면 오로지 달다고 하였다.
당근은 비, 간, 폐 경락으로 작용한다. 『본초구진(本草求眞)』에는 폐와 비 경락으로 들어간다 하였고, 『본초촬요(本草撮要)』에는 수양명대장경락과 족양명위경락으로 작용한다고 하였다.
3. 당근의 주요 성분 및 영양적 특성
당근의 뿌리에는 알파, 베타, 감마-카로틴(carotine), 라이코펜 등 여러 가지의 카로티노이드(carotinoid), 비타민 B1과 B2, 안토시아니딘(antocianidine) 등을 함유하고 있다. 또 당 3~15%, 지방유 0.7% 등이 들어 있다. 당근은 냉장 후에 쓴맛의 성분이 생기는데 대량의 장기 보관이 아니라면 냉장보관보다는 실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당근의 종류별 주요 영양성분 함량을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다.
<표 1> 당근 종류별 영양성분 (농촌진흥청)
구분 | 가식부 100g당 | ||||||
에너지 (Kcal) | 수분 (%) | 단백질 (g) | 지질 (g) | 당질 (g) | 섬유소 (g) | 회분 (g) | |
생당근 | 34 | 89.5 | 1.1 | 0.1 | 7.8 | 0.8 | 0.7 |
삶은당근 | 32 | 89.7 | 1.3 | 0.1 | 7.2 | 0.7 | 1.0 |
<표 2> 당근 종류별 무기질(minerals) 함량 비교 (농촌진흥청)
구분 | 무기질(minerals) | ||||
칼슘 (mg) | 인 (mg) | 철 (mg) | 나트륨 (mg) | 칼륨 (mg) | |
생당근 | 40 | 38 | 0.7 | 30 | 395 |
삶은당근 | 40 | 37 | 0.7 | 25 | 300 |
<표 3> 당근 종류별 비타민(vitamins) 함량 비교 (농촌진흥청)
구분 | 비타민(vitamins) | ||||
베타카로틴 (㎍) | B1 (mg) | B2 (mg) | 나이아신 (mg) | C (mg) | |
생당근 | 7,620 | 0.06 | 0.05 | 0.8 | 8 |
삶은당근 | 6,720 | 0.05 | 0.05 | 0.8 | 7 |
전체적으로 생당근과 삶은 당근의 성분 함량에 큰 차이가 없어서 조리 또는 가공 적성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가식부 100g당의 에너지 함량은 크게 높지 않고, 비타민 류 중에서는 특히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탁월하게 높다. 무기질에서는 칼륨, 칼슘, 인, 등의 함량이 높다.
4. 당근의 효능효과와 이용
당근은 그 생김새가 무를 닮았으며 북쪽 오랑캐나라에서 도입되었다고 하여 호나복(胡蘿葍)이라 부르는데, 췌장(脾)을 튼튼하게 하고 체한 음식을 잘 내리게 하는 효능이 있다. 습을 제거하고, 간을 보하여 눈을 밝게 하며, 음식을 잘 소화시키고, 기침을 멎게 하며, 열을 내리고 해독 작용하는 효능이 있다.
5. 당근의 주치와 응용
당근은 소화불량으로 헛배가 부르고, 대변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 간 기능이 약해서 눈이 침침한 사람에게 좋다. 또한 어린이들이 젖이나 음식 조절을 잘하지 못하여 생기는 병으로 눈이 어지럽고 건조한 경우, 폐열로 기침을 하고, 백일기침을 하는 어린이들, 홍역을 앓거나 몸에 열이 나고, 열꽃이 잘 나오지 않는 어린이에게 좋다.
당근은 매운맛이 있어서 막힌 것을 풀어주고, 단맛이 있어서 조화시키며, 질(質)이 무겁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가게 한다. 따라서 소화기능을 담당하는 중초(中焦) 즉 비위를 소통시키고 이로 치밀어 오르는 기를 내려 장과 위의 사기(邪氣)를 모두 제거한다.
6. 당근과 배합하면 좋은 식약재
당근에 들어 있는 카로틴은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소화 흡수가 잘된다. 레몬 속의 구연산은 당근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를 분해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당근과 레몬의 배합은 피로회복에 좋다.
당근과 강낭콩을 배합하면 당뇨병성 지방간이 있을 때 좋고, 당근과 된장의 배합은 단백질과 비타민 E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피부에 잡티와 주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고 피부 재생 및 보습에도 효과적이다. 당근에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치료에 효과적이며 포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7. 당근의 이용과 조리 사례
당근 2개, 양파 1개, 비트 15g, 절임물-식초 1/3컵, 설탕 5큰술, 물 2컵, 통후추 2큰술, 마른 오레가노 1큰술, 월계수잎 1장, 소금 약간 등을 원료로 하는 <당근 양파 피클>이 있다. 또 당근 하나에 사과 한 조각을 넣고 갈아서 먹는 <당근 주스>도 좋다. 8. 당근을 먹을 때 주의 사항 위장기능이 약하거나 배가 찬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9. 마무리
간을 보하고 눈을 밝게 하며, 소화를 돕고 췌장기능을 튼튼하게 보하는 당근은 땅에서 나는 비타민 A의 보고(寶庫)이다. 그러나 위장기능이 약하거나 배가 찬 사람은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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